딥페이크 기술로 신분증 등 위조해 천차만별 직업군으로 접근…경찰 “착한 의심 필요”

이후 테레사 하이디 씨와 2주간에 걸쳐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는 자신과 생전 남편과 찍은 사진, 병원에 입원한 채 노트북을 들고 있는 모습, 폐 CT 촬영본까지 보내며 기도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폐 수술을 위해 이스라엘 병원에서 미국으로 간다며 마지막 메일을 남긴 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제 전화를 하면 기자는 테레사 하이디 씨가 남긴 유산 250만 달러를 변호사를 통해 받을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몇 주 후 죽었다던 그에게서 똑같은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부활한 것일까.
이것은 '웹기반 연애사기'다. 한때는 로맨스스캠(Romance Scam)'으로 불렸지만 사례가 다양해지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거의 모든 SNS에서 쉽게 이를 접할 수 있다.
이들은 매우 교묘하고 지능적이다.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활용해 유명 배우는 물론 일반인의 사진 등도 합성해 자신의 일상인 것처럼 위장한다. 온라인에 공개된 무료 소스코드와 알고리즘으로 손쉽게 제작할 수 있지만,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다.

피해액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까지 이른다. 몇 주에서 몇 개월에 걸쳐 SNS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쌓인 연대감과 신뢰감에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된 것이다. 실제 서울에서 개원을 앞둔 치과의사라고 속여 건물보증금 비용으로 수억 원을 건네받은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신고 자체를 꺼린다. 어떤 이들은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도 '상대방에게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다린다. 가족들에 의해 경찰서에 동행해서 사기라는 것을 설명해도 믿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웹기반 연애사기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급증했다. 지인들조차 만나기 힘든 비대면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인 단절에 우울감이 더해진 점, 그리고 홀로 방안에서 터치 한번으로 세계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간편함도 웹기반 사기에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최근에도 무수한 사례들이 쏟아지지만 전형적인 패턴은 동일하다. 직업군, 나라, 성별 등에 따른 멘트는 수시로 바뀐다. 그 멘트들은 중요하지 않다. 사랑 또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이들에게 속지 않으려는 '착한 의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SNS상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는 자제해야 한다. 자신의 프로필도 딥페이크 기술로 다른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사실상 SNS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전체 공개로 한 경우 이들의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으니 친구 추가도 신중히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