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사업자에 ‘원상복구 예치금’ 받고 허가 계획…군민 “불법 매립 바다 더 이상 허가 안 주겠다는 약속 지켜야”
공유수면(바다)은 국민 모두의 소유로 정부가 관리하는 무형의 자산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공유수면법)’을 제정해 놓고 있다. 후세에 물려줄 재산인 바다를 친환경적으로 보전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민 생활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공유수면법에는 ‘바다를 점용 사용할 경우 공유수면관리청은 토지조성이 수반되지 않고 설계서 등에 원상회복 비용이 계상되어 원상회복이 예정된 인공구조물이거나, 교각 등 기둥으로 지지하거나, 그 밖에 바닷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설치되는 인공구조물 설치만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서 공유수면관리청은 보통 관할 지자체다.
문제가 발생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459-6 일대는 인근에 부산관광단지 오시리아가 있고, 주변 해안가는 갯바위와 아울러 남해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현재 공유수면 점·사용에 맞지 않는 흉물스런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이는 애당초 기장군이 공유수면법 관리지침을 어긴 결과다.
기장군이 규정에 맞지 않는 허가를 해준 후 사업자는 수억 원을 벌어들이고도 원상복구라는 사용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채로 잠적해버렸다. 이후 흉물로 변해버린 갯바위 일대는 원상복구도 못한 채 방치돼 왔다. 이처럼 사업자에게 한 번 속은 기장군이 또 다른 사업자의 공유수면 사용허가 신청에 대해 허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군은 복구 예치금을 미리 받은 뒤에 허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와 주변상황 등을 미뤄봐서는 이 같은 계획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또다시 사업자에게 속을 개연성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법령에 맞지 않는 구조물은 원상복구 이후에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기본원칙인데 군이 스스로 이를 무시하려고 한다. 이에 앞서 "사업자가 바다를 사용해 돈을 번 뒤에 원상복구를 이행하면 바보짓"이라는 게 관련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도는 얘기다. 신규 사업자가 예치금을 내고 허가를 받은 뒤 사업 이후에 예치금을 떼일 생각을 하고 복구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후임 사업자가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로 설치된 잔교를 철거할 비용을 예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원상복구에 따르는 예치금을 받고 허가할 계획이다. 다만 기간연장 신청 시에 예치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기장군민 A 씨는 “오규석 군수 재임 시절 특정 건설업체에 허가를 내준 뒤에 이처럼 방치돼 있다. 군은 불법 매립된 바다에 대해 사용 허가를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장군의 고심에 대해 바다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는 인근 토지의 공시지가에 준해 부과된다. 최고 비싼 땅값을 기준으로 사용료를 산정하면 예치금을 받지 않아도 되며, 혹시 이른바 ‘먹튀’를 해도 기장군은 법적인 하자 없이 원상복구할 재원 마련이 가능해져 아름다운 해변을 시민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공유수면법 관리지침을 어긴 것에 관련 “공유수면관리청인 기장군이 판단할 문제”라며 사실상 불법행위에 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