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관리부 “관리사무소도 민원 받아” VS 관리사무소 “착오했거나 업무 숙지 안 된 것”
서울주택도시공사 품질관리부는 임대 세대 시설물 보수 접수를 소송 단지와 비소송 단지로 나눠 받고 있다는 본지 보도(2022년 6월 23일)에 대해 24일 설명자료를 냈다. 설명자료에는 공사가 시설민원콜센터, 주거안심종합센터,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시설 민원을 접수하고 있으며 하자 소송 단지의 경우 콜센터 상담사가 ‘단지 특성 및 소송 진행 현황 등에 대해 상세 파악이 어려워' 관리사무소로 문의 및 접수할 것을 안내했다고 써있다.
설명자료를 요약하면 관리사무소도 민원 접수를 받는 곳이며, 공사가 소송 단지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접수를 받을 수 없는 소송 단지만의 특이점이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들은 입주민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먼저 소송 단지 입주민, 임차인들은 하자 소송 단지의 경우 “상담사가 단지 특성과 소송 진행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 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주민들은 “공사 설명대로라면 소송 중일 때는 싱크대나 벽지 같은 세대 내 시설물이 다른 상태로 변화했다가 소송이 종료되면 공사에서 접수할 수 있는 상태로 다시 전환된다는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주민들은 “어떤 단지 특성이 소송 단지의 경우 상세 파악이 어렵고 소송이 끝나면 쉬워지는지 우리는 모르겠다”며 “단순히 핑계를 대는 것인지 정말 소송 여부에 따른 특성의 변화가 있는 건지 공사는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지 특성이 소송 여부로 변하거나 소송으로 인해 임대 세대 내 시설물의 성질이 변할 리가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더 이목을 끈 건 관리사무소에서 시설물 접수를 받고 있다고 한 공사 품질관리부의 주장이었다. 공사는 시설민원콜센터, 주거안심종합센터와 함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시설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10곳 이상의 관리사무소를 취재한 결과 자신들을 세내 내 시설물 민원의 접수창구로 알고 있는 관리사무소는 없었다.
현재 SH와 소송 중인 A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는 6월 24일 “임대 세대 내 시설물 보수 접수는 관리사무소의 업무가 아니다. 연락이 오면 SH 지역 주거안심센터에 직접 접수하라고 연락처를 알려 준다”고 했다. 또 다른 관리사무소도 “세대 내 시설 보수나 접수를 우리가 해드리지 않는다. 직접 서울주택도시공사에 하시라고 안내한다”며 “우리(관리사무소) 쪽이 접수받아 SH로 넘긴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6월 27일 방문한 관리사무소에선 “임대 세대 시설물 보수 접수를 관리사무소에서 한다는 건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 입주 초기 ‘하자’ 접수를 일정 기간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것을 두고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SH에 어떤 근거로 관리사무소가 시설물 민원 접수를 받는다고 한 것인지 묻자 SH는 공통주택관리 위수탁 계약서 제13조(하자처리 및 시설물 유지보수 업무) 및 ‘하자처리 및 시설물 유지보수 실시요령’에 의거 관리사무소로 안내했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공사가 근거로 제시한 공동주택관리 위수탁 계약서 제13조와 하자처리 및 시설물 유지보수 실시요령은 ‘임대 세대의 시설물 접수창구가 관리사무소'라는 것을 규정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게 대다수 관리사무소들의 해석이다.
본지가 위수탁 계약서와 하자처리 및 시설물 유지보수 실시요령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는 ‘최초 입주 단지’에서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준공 후 3년 등) ‘시공상 하자’를 접수해 처리하는 것을 규정한 것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난 임대 세대의 시설물 보수 책임과 접수창구가 관리사무소라는 것을 규정한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한 관리사무소 직원은 “조항에 ‘관리사무소’, ‘시설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착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하자에 대한 내용”이라면서 “입주민이라면 하자 보수와 시설물 보수 차이를 혼동할 수 있겠지만 공사에서 이런 대답을 한 건 의외다. 착오가 아니라면 업무 숙지 문제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엉뚱한 규정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공사 주장대로 시설물 민원 접수를 받는 관리사무소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공사에 시설물 민원 접수를 받는 관리사무소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사 품질관리부는 “품질관리부는 관리사무소 업무에 대한 관리, 감독 관할 부서 아님”이라는 답변만 보내왔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해 11월 김헌동 사장 취임 이후 주택부문 공기업 최초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서울 시민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서울시의 변화와 혁신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이끌고 있다는 평까지 나오는 추세다.
김헌동 사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시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임대주택 정책 개발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공사 내 특정 부서의 업무 방식은 계속된 논란을 빚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일부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책임회피에 급급한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냉철한 평가도 나온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