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타우로스’ 위중증률과 치사율이 관건…당국 거리두기 대신 ‘4차 접종 확대’로 대응
현재 방역당국은 매주 1500건 이상의 확진자 검체를 무작위로 표본 추출해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켄타우로스 변이 의심 검체를 발견했다. 그게 A 씨의 것이었다. 현재 방역당국은 A 씨의 감염 경로를 심층 조사 중인데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터라 이미 켄타우로스 변이의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는 코로나19 여름 대유행을 겪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주범으로는 오미크론 하위 변위 BA.5가 꼽히는데 매우 높은 전염력과 면역회피력이 특성이다. 그런데 켄타우로스 변이는 BA.5보다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BA.5를 넘어 켄타우로스가 우세종이 될 경우 여름 대유행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전파력은 물론이고 면역회피력도 높아 아직 감염 이력이 없는 이들의 감염은 물론이고 한 차례 이상 감염됐던 이들의 재감염까지 이뤄질 수 있다.
켄타우로스 변이는 5월 말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영국, 일본 등 최소 15개국에 유입됐다. 이제 한국에도 유입됐다. 미국 아칸소주립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에서 켄타우로스의 확산 속도가 BA.5보다 3.24배 더 빨랐다. 확산 속도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그 변이 바이러스들은 물론이고 모든 감염병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전염력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BA.5에 이어 켄타우로스도 ‘우려변이 세부 계통(VOC-LUM)’으로 지정했다.
켄타우로스의 가장 큰 특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존 하위 변이 바이러스들에 비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일어난 돌연변이가 더 많다는 점이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BA.5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의 세부 계통인 BA.2(28개)보다 4개 더 많은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데 켄타로우스는 8개가 더 많은 36개나 된다. 정식 명칭이 BA.2.75인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 ‘켄타우로스’라는 별칭이 붙은 까닭 역시 기존 변이 바이러스와 확연히 다른 특성 때문이다.
BA.5를 통해 이미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다시 시작된 상황인데 켄타우로스까지 등장해 상황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
7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질병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8월 중순에서 9월 말 하루 최대 2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현재 유행하는 BA.5를 기반으로 한 예측이다. 만약 켄타우로스가 우세종이 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에서 기록한 일일 신규확진자 62만 명을 뛰어 넘는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감염병은 전염력이 커질수록 위중증률과 치사율은 내려간다. 오미크론 대유행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으로 넘어가게 된 이유 역시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기존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은 강하지만 위중증률과 치사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통상적인 변이 흐름으로 보면 켄타우로스가 오미크론보다 전염력이 강하다면 위중증률과 치사율은 내려갈 수 있다. 서서히 코로나19가 ‘더 쉽게 걸리지만 덜 아픈 병’으로 변해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다만 아직 켄타우로스의 전염력과 면역회피력이 어느 정도 확인이 됐지만 위중증률과 치사율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세계의 전문가들이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국내 방역당국은 BA.5와 켄타우로스의 중증도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고, 외신 역시 켄타우로스 확진자의 대부분이 무증상 또는 경증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BA.5로 여름 대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켄타우로스까지 가세하면 감염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위중증률과 치사율이 낮게 유지된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방역당국 역시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여름 대유행에 대응하고 있다. 7월 13일 공개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대응 방안’에 따르면 전국민 대상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시하지 않고 모임과 행사 자제 등 자발적인 거리두기만 권고했다.
유행 규모가 더 악화될 경우에도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감염취약계층 대상 선별적·부분적 거리두기만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는 유지하고 해외 유입 사례 증가에 따라 해외 입국자의 PCR(유전자증폭) 검사도 입국 후 3일 이내에서 입국 1일 차에 받는 것으로 강화했다.
또한 4차 접종 대상을 50대 이상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했다. BA.5와 켄타우로스의 면역회피력이 워낙 강해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위중증률과 치사율을 낮추는 데에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4차 접종 대상이었던 60세 이상도 접종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50대 이상으로 접종 대상만 넓히는 조치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4차 백신 접종률은 30%대 초반인데 60대로 한정하면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에 새롭게 접종 대상으로 추가된 50대는 접종률이 10%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