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논란 오너 일가 소유 ‘두라푸드’도 조사…원가 상승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 문제 직면
#오너 일가 회사 타깃 될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해태제과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다. 기업 비리, 탈세, 횡령 등을 조사한다. 다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관계자는 “조사 내용에 관해서는 설명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크라운해태그룹 오너 일가의 내부 거래와 탈세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경우 국세청은 ‘부당행위계산부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기업이 기업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법인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특수관계자로부터 영업권을 적정대가를 초과해 취득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세무조사에서 그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두라푸드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두라푸드 관계자는 “특수관계자라 같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크라운해태그룹은 ‘두라푸드→크라운해태홀딩스→해태제과·크라운제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다. 두라푸드는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 38.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크라운제과 지분 39.5%, 해태제과 지분 60%를 갖고 있다. 1987년 ‘우전’이라는 상호로 설립된 두라푸드는 2009년부터는 해태제과로부터 연양갱 생산 부문을 넘겨받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두라푸드는 크라운해태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다. 구체적으로 두라푸드는 지난해 기준 오너 3세인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가 59.6%의 주식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친인척인 윤병우 씨가 17.78%, 윤 회장의 부인 육명희 씨가 7.17%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육명희 씨와 윤영달 회장의 차남 윤성민 씨는 사내이사로 있다. 윤석빈 대표를 정점으로 3세 승계의 자리가 잡힌 상황이다.
문제는 두라푸드의 매출 대부분이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해 두라푸드는 해태제과로부터 100억 2784만 원, 크라운제과로부터 80억 5714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매출(183억 5308만 원)의 대부분 금액에 해당한다. 2012년 매출이 96억 원이었던 것이 9년 만에 외형이 2배 이상 커졌다.
두라푸드는 공정거래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내부거래 공시 의무와 각종 규제를 받는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를 지배하는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약 1조 1443억 원이다.
두라푸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020년 178억 원에서 지난해 184억 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2020년 20억 원 대비 2억 원가량 증가한 22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454억 원으로 2020년 83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두라푸드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장부가액 대비 45% 정도 떨어졌다. 처분은 하지 않고 평가손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운제과, 아트밸리, 코디서비스코리아 등과 해태제과의 관계도 이번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크라운제과로부터 39억 원, 아트밸리로부터 3297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해태제과는 크라운제과에 34억 원의 위탁판매수수료와 4억 원의 지급수수료를 줬고, 아트밸리와 코디서비스코리아에는 각각 9186만 원과 55억 원가량의 지급수수료를 줬다. 지난해 코디서비스코리아는 약 53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537억 원이 크라운제과·해태제과·두라푸드 등 특수관계자에게서 나왔다.
아트밸리는 부동산 임대업과 예술관련 전시‧판매업, 유료주차장업 등을 영위하며 크라운해태홀딩스가 지분 96.26%를 보유한 회사다. 윤성민 씨가 대표로 있으며, 윤영달 회장 및 육명희 씨 등이 사내이사로 있다. 코디서비스코리아는 인력 도급업 및 기타 용역 서비스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역시 윤성민 씨가 대표로 있다. 크라운해태홀딩스가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 영그린이 코디서비스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수익성‧주가 하락 과제 직면
크라운해태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2020년(5639억 원)보다 소폭 오른 5677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9억 원에서 260억 원으로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1442억 원)보다 증가한 1468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55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93억 원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
크라운제과도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3812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0년과 비슷하지만 소폭 낮아진 실적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5억 원에서 159억 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023억 원으로, 991억 원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보다는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4억 원에서 41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면서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해태제과의 주가는 종가 기준 지난해 7월 31일 1만 200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7월 19일에는 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1만 2500원에서 859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해태제과 대표는 윤영달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씨와 해태제과 광주공장 공장장이었던 이상진 씨가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윤 회장의 장남 윤석빈 씨가 대표다. 두 기업 모두 최근 흥행을 이끄는 신제품이 없다. 특히 신정훈 대표 주도로 인수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빨라쪼’ 상황이 좋지 못하다. 1분기 매출 8억 2322만 원에 분기순손실만 5억 3076만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 부담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와 관련, 해태제과 관계자는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예정으로 최근 크라운제과가 해바라기유를 채종유로 바꾼 게 대표적인 사례”라며 “최근 해태제과 아산공장이 완공됐고 8월에는 크라운제과 아산 신공장이 착공한다. 생산성 향상도 수익성 개선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