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U ‘근현대사 다크투어 시리즈’ 1편…중정 일부 건물 여전히 남아 한예종 건물로 사용중
지난 6월 말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원훈이 61년 전 중앙정보부의 초대 원훈으로 회귀했다. 전임 정부의 원훈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 제정된 지 1년 만의 교체다.
일요신문 유튜브 채널 ‘일요신문U’는 일요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근현대사 공간 다크투어 시리즈 ‘다크룸’을 최초 공개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최초의 음지’ 이문동 청사를 다뤘다.
고문 수사, 사법 살인으로 얼룩진 중앙정보부의 과오를 말할 때 으레 ‘남산’이라는 장소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시작은 중앙정보부 남산 청사가 악명을 떨치던 1970년대가 도래하기 전 설치된 이문동 청사에 닿아있다.
1961년 6월 창립된 중앙정보부는 이듬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조선 20대 임금 경종의 묘 ‘의릉’ 근처에 본관(현 주소 서울 성북구 석관동 산 1-7)을 지었다. 반인륜적인 공안 수사뿐 아니라 정보기관의 위용을 높이기 위한 문화재 파괴 행위가 남산에 앞서 이곳에서 소리 없이 이루어졌다.
중앙정보부는 청사 건축 당시 의릉 시설물을 허물거나 이전하며 사실상 왕릉을 기관 전용 정원으로 변형했다. 왕릉 앞마당에 큰 연못을 파고 ‘양지못’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기숙사는 양지관, 축구단은 양지축구단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음지에서 일하는’ 중앙정보부에 음양의 조화를 가져오기 위한 일종의 미신적 조치가 아니었을까.
중앙정보부 이문동 청사터를 직접 찾아가봤다. 본관은 10여 년 전 철거됐고, 중앙정보부가 훼손한 왕릉 일대가 복원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중앙정보부가 사용했던 일부 건물은 아직도 남아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국립예술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귀신을 목격했다는 괴담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여전히 유신 정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일요신문U 근현대사 다크투어 시리즈 ‘다크룸’은 계속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간직한 공간을 계속해서 탐사할 예정이다. 첫 에피소드 ‘중앙정보부 이문동 청사’ 편은 아래 영상 그리고 일요신문U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