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건축물 늘리는 행위 아님에도 ‘증축’으로…김윤철 군수 “문제 있는지 면밀히 재검토할 것”
합천군이 전임 군수 시절 승인한 합천읍 영창리 산28-1 일대 골프연습장에 대한 허가가 인근 근린생활시설(사무실) 증축허가인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인·허가 과정에서 증축으로 허가해 준 것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본지는 지난 6월 10일 단독으로 ‘합천군, 골프연습장 허가 절차하자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가 내놓은 이와 관련한 답변은 해당 기사의 논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국토부는 “국토계획법 제64조 제1항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의 설치 장소로 결정된 장소는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건축물의 건축이나 공작물의 설치를 허가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시행령 제61조 제1호에 따라 일정한 공간적 범위를 정해 도시계획시설이 결정돼 있고, 그 시설의 설치·이용 및 장래의 확장 가능성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공간적 범위로 결정된 외의 공간(부지)에 한해 일반건축물의 건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골프연습장)이 비도시계획시설인 경우, 위 규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도로)의 ‘공간적 범위’ 결정을 이행해야 하며, 이때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합천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로구역이 저촉되는 필지에 한해 국토부가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라는 의미”라며 “도로구역으로부터 이격거리 등은 고려하지 않았고 도로과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건축허가 시 관련부서 협의는 기본실무인데도 도로과와 협의를 하지 않은 점에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여 추가 취재에 나선 결과 해당 시설에 대한 허가가 신축이 아닌 건축물 증축인 것으로 확인됐다. 증축은 건물이 있는 대지에 건축면적, 연면적, 층수 및 높이를 늘리는 건축행위를 말한다.
합천군은 “인접한 근린생활시설(사무실)과 연계해 골프연습장이 증축허가로 신청됐기에 허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건축법에서 말하는 증축의 의미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게 통념이다. 별개의 필지로 근린생활시설과 인과관계가 없으며, 기존 건축물을 늘리는 행위가 전혀 아님에도 건축법 시행령 제3조 ‘대지의 범위’를 확대해석한 것으로 여겨진다.
합천군이 적용한 법령을 살펴봐도 적합한 법령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를 감사원이 하남시를 상대로 감사를 펼친 결과와 대비하면 참고가 가능하다. 감사원은 하남시가 한 건설업자가 낸 허가와 관련해 2010년 ‘새로운 대지 조성’에 해당한다며 증축허가를 불허한 뒤에 2013년 해당 업자가 재신청하자 이를 허가해 준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지적한 사례가 있다.
건축 설계전문가 A 씨는 “신축이나 증축이나 똑같은 허가인데 굳이 증축으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도로과와 미리 협의를 보지 않았다면 건축물 출입로 가·감속차로에 문제가 있을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진주국토관리사무소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보니 “다중이용시설물이 들어서면 당연히 가·감속차로가 길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선 8기 들어 새롭게 부임한 김윤철 합천군수는 “건축허가에 문제가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고압선로에 대한 안전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건축물 사용승인을 주지 않겠다”며 “한 점 의혹 없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