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폭탄 엎친데 리콜 사태 덮친격
지난 16일 소비자시민모임은 코오롱의 아웃도어 의류인 ‘액티브 재킷’ 내피에서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아릴아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아릴아민은 피부염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값싼 염료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
문제가 터지자 해당 제품을 담당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즉시 사과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백화점이나 대리점에서 판매되지 않는 홈쇼핑 전용 제품”이라며 “전 제품을 리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전량 회수를 원칙으로 한다”며 “고객 요청에 따른 환불 교환 등이 모두 리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코오롱 측이 즉각 해명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의식주에 관한 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급화를 거듭하는 아웃도어 의류에서 피부염과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검출된 것은 치명적이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 듀폰사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해 1조 원가량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조 원은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매출 5조 1100억 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물론 현재 1심 판결만 난 데다 코오롱 측이 항소할 뜻을 밝혀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듀폰사에 패소한 데 이어 발암물질 검출 건까지 터지자 코오롱인더스트리 투자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0만 원이 넘던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가는 5만 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올 초 이웅열 회장이 다짐한 매출 10조 클럽 가입도 아직까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마무리됐다”며 “매출 10조 원 달성 여부는 공식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아 뭐라 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또 신성장동력과 관련해 물 사업과 태양광 사업에 주력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신성장동력에 필요하면 “M&A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재계에서 코오롱은 ‘이원만 창업주→이동찬 명예회장→이웅열 회장’으로 이어오면서 ‘장자승계 전통’을 이어가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의 아들 규호 씨(27)도 얼마 전 군복무를 마치고 경영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오롱이 4세경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만 형제가 있을 뿐 이웅열 회장과 규호 씨는 모두 외아들이다. 그럼에도 굳이 ‘장자승계’라고 한 까닭은 이동찬 명예회장과 이원만 창업주의 동생인 고 이원천 한국나일론(현 코오롱) 사장의 경영권 다툼에서 비롯했다. 그룹 내 숙부의 세력을 퇴치한 이동찬 회장이 차남 딸 사위 등 장자를 제외한 가족들의 경영 참여를 제한하면서 장자 승계가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이웅열 회장의 외아들 규호 씨가 코오롱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이웅열 회장이 40세에 회장에 올랐을 때도 ‘나이가 어리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을 비춰보면 규호 씨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공교롭게도 4세가 경영수업을 시작하려는 찰나 코오롱에 악재가 잇따르며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이웅열 회장이 새해에 분위기를 어떻게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