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서비스 노하우 접목해 진출한 4PL 호실적 견인…물류 사업 확대 따른 내부거래 비중 감소 가능성
더욱 놀라운 것은 2분기 삼성SDS 물류사업이 국내 1위 물류 업체 CJ대한통운 매출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매출을 2조 9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접 배송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과 물류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사업을 하는 삼성SDS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삼성SDS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물류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류사업, 시작 2년 만에 조 단위 매출
삼성SDS의 물류사업은 4PL(제4자물류)로 분류된다. 사내 물류조직을 통해 자체적으로 배송하는 것이 1PL, 자회사 등 관계회사가 배송하는 것이 2PL, 이해관계가 엮이지 않은 제3자가 물류를 맡는 것이 3PL이다. 4PL은 IT기술을 활용해 물류 수준 진단, 컨설팅 전략 등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이다. 삼성SDS는 4PL 사업에 대해 “전체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재고부족 및 품절현상을 방지하고, 운영 효율 증대 및 프로세스 개선, 구매비용 절감을 통한 원가 절감, 자산 이전 및 자산이용률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SDS는 IT서비스 노하우를 물류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2010년 물류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삼성SDS는 수천억 원의 자금을 들여 자체 물류시스템 ‘첼로’를 개발했고, 계열사 덕분에 시작과 동시에 대박을 터뜨렸다. 삼성SDS의 물류 매출은 2011년 5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6276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3년 매출은 1조 8358억 원으로 상승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2조 원, 3조 원을 돌파했다.
당시 삼성SDS는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삼성SDS를 비롯한 IT서비스 업체는 계열사에 간단한 전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실제 오너 일가가 IT서비스 업체 대주주인 경우도 많았다. 삼성SDS도 상장 전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IT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강화하자 삼성SDS가 물류 사업에 진출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대기업 집단 내 물류 서비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강화됐고, 이에 따라 삼성SDS의 물류 사업도 제자리걸음을 시작했다.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때마침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고속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 도움이 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최악의 물류난으로 인해 4PL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SDS의 물류 사업은 미래 먹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물류 사업은 운임단가 하락과 물동량 감소로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중장기 성장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룹 의존도 탈피, 물류에 거는 기대
삼성SDS는 계열사 매출 비중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삼성SDS의 지난해 매출 13조 6300억 원 중에서 삼성전자 및 종속기업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이 9조 6252억 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70.6%가 관계사 매출이라는 점은 아쉬운 요인이다. 삼성SDS의 2020년 계열사 매출 비중이 69.9%였으니 비중만 놓고 보면 계열사 의존도가 심해진 셈이다. 삼성SDS의 올해 1분기 계열사 매출 비중도 70.6%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9.20%)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9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1.95%) 등 오너 일가가 지분율을 많이 낮춰 당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외부의 부정적 시각과 달리 삼성SDS 내부적으로는 내부 일감 해소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삼성SDS는 일감 몰아주기 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오랜 기간 주가가 부진에 빠져 있다. 삼성SDS의 주가는 2014년 상장 직후 42만 9500원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는 13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삼성SDS가 추진 중인 물류 부문의 외부 고객 유치는 삼성SDS의 해묵은 과제를 풀 수 있는 돌파구다.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이 디지털 포워딩 사업인 ‘첼로 스퀘어’다. 삼성SDS는 첼로 스퀘어를 이용하면 견적·계약·운송·트래킹·정산 등 물류 전 과정을 마치 인터넷으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듯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SDS는 전체 정규직 직원 1만 1982명 중 물류사업부 직원이 389명으로 비중이 3.2%에 불과하다. 물류사업은 이익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건비가 적게 들어 외부 고객만 유치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SDS는 최근 중국에서 디지털 포워딩 사업을 개시했고,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에 진출한 만큼 삼성SDS가 강조해온 대로 첼로 스퀘어가 경쟁력이 있다면 내년쯤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SDS는 일감 몰아주기를 의식해 물류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물류사업 강화는 사업의 성장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디지털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