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재보선·전북 지방선거에서 삼성전자 공장 유치 공약…과거 삼성 관련 공약 대부분 이뤄지지 않아
#삼성전자 공장 유치 공약 실현 가능성은?
국민의힘은 오는 3월 치러질 경기도 안성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김학용 전 의원을 공천했다. 김학용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안성시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 2월 17일 안성시를 찾아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성시를 세계적인 반도체 거점 도시로 키우겠다”고 힘을 보탰다.
안성시의 삼성전자 공장 유치는 과거에도 논의된 사안이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은 안성시에 있는 변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안성시는 변전소 시설 덕에 평택사업장이 운영되는 만큼 이에 대한 혜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학용 후보도 지난 1월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장 신설에 가장 중요한 조건인 전력 공급이 용이하다는 것이 (안성시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김학용 후보 측은 삼성전자가 1983년 용인시, 1999년 화성시, 2015년 평택시에 공장을 기공했으므로 이 주기대로라면 오는 2031년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1년 6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4대 그룹 오찬 간담회에서 “제2평택공장 건설로 국내에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학용 후보 측은 “과거 국회에서 고덕단지 공업용수시설 예산 지원과 송전선로 관련 갈등 중재 등 삼성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으므로 인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겠다”며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안성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평택 부지를 놔두고 안성시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삼성전자 평택 부지는 최대 여섯 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 부지에서 두 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한 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세 번째 평택 공장이 완공된 후에도 평택 부지에 세 개 공장을 더 건설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 부지를 모두 활용한 후에는 안성시 진출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개 공장 건설에 5년 이상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10년 후에야 여섯 개 공장까지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네 번째 공장 건설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삼성전자 관련 공약이 또 등장한다.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재선 노무현대통령정신계승연대 전북대표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표로 근무한 이력을 활용해 전라북도에 삼성전자 공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선 예비후보는 “전라북도에서 발생하는 삼성그룹 매출이 12조 원가량 되지만 삼성전자 공장 하나 없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전북도지사에 당선되면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고, 그렇지 못하면 삼성 불매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용 후보와 김재선 예비후보가 삼성전자와 협의를 거치고 공약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공약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평택 부지에도 관련 시설이 절반밖에 들어서지 않았으므로 삼성전자가 당장은 안성 공장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으로서는 우수 인력 유치가 중요한데 전라북도는 수도권에 비해 인력 유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로 전라북도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 역시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학용 후보 측은 “삼성도 후보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결코 공수표 공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사례 살펴보니
삼성 관련 공약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어왔다. 2012년 총선 당시 평택갑에 출마한 원유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평택시민 우선 고용 추진’ 공약을 발표했고, 익산을에 출마한 김주성 새누리당 후보는 “삼성 경영진을 설득해 익산시에 삼성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구미을에 출마했던 김연호 무소속 후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삼성전자가)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중 원유철 후보는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삼성전자 평택시민 우선 고용 공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 총선에서는 당 차원의 삼성전자 관련 공약이 등장했다.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6년 4월 ‘광주경제살리기’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광역시에 유치해 5년 간 2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던 전장 사업을 광주광역시에 유치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당시 “구체적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 관련 공약은 아니지만 대형 시설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광주광역시 서구 부지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는 복합쇼핑몰 확장에 회의적인 주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신세계 모두 선거 공약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섣부르게 입장을 발표했다가 자칫 정치적 논란에 연루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재계 다른 관계자는 “비단 삼성이 아니더라도 선거 때 본인 지역구에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거의 매번 나온다”며 “굳이 대응해서 이슈를 만드느니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편이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낫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