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규모 늘려 지분 가치 끌어올렸단 지적…CJ(주) “외부 평가기관 평가 거쳐 적법한 절차”
CJ(주)는 지난 5일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부터 타임와이즈 지분 100%를 221억 원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1주당 매입가는 1만 1066원이다. CJ(주)는 “미래 성장 위한 투자재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혁신산업 발굴을 통한 그룹 사업모델을 발전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VC)인 타임와이즈는 CJ그룹으로 넘어가면서 CJ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바꾸고 기업형벤처캐피탈(CVC)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의 출자 주체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비금융권 기업이다. 모회사나 모회사가 속한 그룹 계열사의 출자금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목적뿐 아니라 그룹의 사업 확장이나 기술 확보 등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가 많기 때문이다.
CJ(주)는 타임와이즈를 통해 향후 5년간 4000억 원을 신규 출자한다.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통해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 4대 미래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결합을 금지하는 금산분리법이 완화됨에 따라 재계에 CVC 설립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CJ(주)가 타임와이즈를 매입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동원그룹의 CVC 설립을 시작으로 GS그룹, 현대코퍼레이션, 효성그룹 등이 CVC를 설립한 바 있다.
다만 CJ(주)는 CVC를 직접 설립한 다른 그룹과 달리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CVC를 설립하고 그 과정에서 오너 일가에 이익을 안겨 뒷말이 나오고 있다. 상장사인 CJ(주)가 자사의 자금으로 오너 일가에 차익을 안긴 모양새라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임와이즈는 2000년 CJ그룹 계열사에 편입됐다. CJ(주)가 타임와이즈 지분 90%를 소유해 최대주주였고, 나머지 10%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소유였다. 2011년 CJ(주)는 금산분리법에 따라 소유 지분을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넘겼다. 당시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 구조를 보면 이재현 회장 42.11%,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이 회장 장남) 37.89%,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이 회장 장녀) 20% 등으로 구성됐다. 타임와이즈는 오너 일가 소유가 된 셈이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 90%로 타임와이즈 최대주주 신분을 유지하다 2016년 이재현 회장의 친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전 대표가 이재현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10%와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 41%를 합쳐 51%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때 씨앤아이레저산업의 타임와이즈 지분율은 49%로 내려갔다.
이재환 전 대표가 타임와이즈 최대주주에 올랐던 해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구조에도 변화가 있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 42.11%를 자녀를 비롯해 오너 일가에 증여했다. 이 결과로 이선호 경영리더가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을 51%까지 끌어올리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경후 경영리더도 지분이 24%까지 올랐고, 이경후 경영리더의 남편 정종환 씨도 이 회장으로부터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 15%를 증여받았다. 또 이재환 전 대표의 두 자녀 소혜 씨(5%)와 호준(5%) 씨에게도 지분이 배분됐다.
타임와이즈가 씨앤아이레저산업의 100% 자회사가 된 것은 2019년 12월 30일이다. 당시 이재환 전 대표가 가지고 있던 타임와이즈 지분을 모두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넘기면서 타임와이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재환 전 대표가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넘긴 타임와이즈 지분 가치는 주당 7430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씨앤아이레저산업이 타임와이즈 지분을 100% 확보한 이후부터다. 타임와이즈의 영업수익(매출액)은 2019년 63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 73억 원, 2021년 1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불과 2년 만에 58.7% 증가한 것.
씨앤아이레저산업이 타임와이즈 지분을 CJ(주)에 고가에 넘길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실적이 바탕이 됐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이재환 전 대표로부터 주당 7430원에 타임와이즈 지분을 매입한 점을 되새겨보면, CJ(주)는 타임와이즈 지분을 주당 1만 1066원에 매입하면서 씨앤아이레저산업에 48.9%의 이익을 안겼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타임와이즈를 자회사로 편입한 지 2년여 만에 50%에 가까운 이익을 남긴 것. 앞서 언급했듯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가 최대주주로 있는 오너 일가 가족회사다.
더욱이 타임와이즈가 내부 거래 없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회사라는 점이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 타임와이즈 영업수익 가운데 내부거래(조합관리보수·조합성과보수 기준) 비중은 2019년 90%, 2020년 79%, 2021년 80% 수준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J(주)와 오너 일가 회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 간 거래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면서 “CJ(주)가 타임와이즈 지분을 오너 일가로부터 매입하기 전 내부거래 규모를 급격하게 늘려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상당한 차익을 안긴 것은 CJ(주) 일반주주에게는 부당하게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주) 관계자는 “타임와이즈 지분은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매입한 것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타임와이즈를 CJ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며 “타임와이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하는 내부거래 규제 대상회사가 아니다”라면서 내부거래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승자의 저주? 이재현 회장 작품 슈완스 흔들리는 내막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6년 그룹 경영에 복귀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기업인수합병(M&A)으로 평가받는 슈완스의 매출 성장이 정체되고 영업력은 약화돼 눈길이 쏠린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해외 자회사 슈완스의 지난 2분기 매출은 7516억 원을 기록해 전분기 7609억 원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기준이 되는 평균 환율이 지난 1분기 1206.2원에서 지난 2분기 1259.6원으로 4.4%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실적 감소분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슈완스는 지난해 4분기 8092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분기 연속 매출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슈완스는 만족스러운 성장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슈완스의 매출액은 2조 8612억 원으로 전년 2조 8200억 원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CJ제일제당이 기대하는 매출 성장률 3.9%를 밑돈 수준이다. 영업력도 축소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178억 원으로 전년 3653억 원 대비 40.3% 줄었다.
이러한 이유로 ‘승자의 저주’ 논란이 제기될지 주목된다. 슈완스는 2019년 CJ제일제당이 미국 식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약 1조 5000억 원 가까이 투입해 인수한 미국 식품 회사다. 이재현 회장이 2017년 경영에 복귀한 이후 성사시킨 가장 큰 규모의 인수였다. CJ그룹 역사상 CJ대한통운 인수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수였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인수 이후 CJ제일제당은 소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 영향으로 재무구조는 다시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의 지난 2분기 기준 순차입금 비율은 76%로 2020년 56%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21년 매출은 1.5% 상승했으나, 환율 효과를 제거하면 4.6% 성장했다”며 “2021년 하반기에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가파른 실적 회복으로 3분기 9.5%, 4분기 15.2%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축소한 것과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불안정성에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운전자본 증가가 미친 영향이다”라고 분석했다. 올해 1, 2분기 실적과 관련해서 “주요 제품인 피자와 만두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시장 지위가 강화돼 1분기 10.6%, 2분기 16%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순차입금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슈완스 인수 이후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친 바 있다”며 “현재 순차임금 비율과 슈완스 인수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