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옥포동 행정타운 이전 요구…경찰서 장평동 전제 예산 받아 난감…시민들 “인구 많은 고현동으로” 목소리
거제경찰서는 1986년 장승포동에서 옥포동으로 이전한 후 37년간 같은 자리에서 거제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그동안 거제경찰서는 2급지에서 1급지 경찰서로 바뀌며 과거보다 근무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사건·사고 등도 증가했다.
문제는 낙후된 시설이다. 경찰서에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미로와도 같은 부서들을 찾아다녀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본 건물은 비가 새고, 시설 부족으로 확장한 컨테이너는 냉·난방에 취약해 근무자는 물론 민원인까지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이 같은 근무환경은 경남 관내 경찰서 가운데에서도 가장 열악하다. 거제경찰서의 시설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밀양시, 합천군, 거창군 등의 경찰서를 직접 찾아보니, 산뜻한 새 건물에서 치안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24만 시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거제경찰서 이전이 시급한 이유다.
거제경찰서는 거제시에서 강력범죄 등 사건이 최고로 높은 고현동, 장평동, 중곡동 등을 최적지로 보고 검토한 결과, 이전 대상지를 장평동으로 지정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이전 계획은 거제시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다.
거제시는 옥포동에 들어설 예정인 복합행정타운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합행정타운 부지조성사업이 아직까지 준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타운이 최적지이기에 타 지역은 안 된다는 게 거제시의 방침이다.
장평동으로 이전할 목적으로 받은 예산은 타 지역으로 이전 시 예산을 불용처리한 후 다시 배정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경찰서 이전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다시 예산을 배정받기 위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예산은 달라면 주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예산을 배정받기는 그만큼 어려움이 많다.
시민들은 사이에서는 이참에 인구가 가장 많은 고현동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제 시민 A 씨는 “고현동 일대가 강력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에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서는 사건이 많은 곳에 위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고현동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범죄 용의자를 인계할 경우 2시간 이상 근무자가 위치를 이탈하는 문제가 있다.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거제시와 거제경찰서는 이전 대상지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관련 질문에도 대답을 최대한 하지 않고 있다. 자칫 이전 문제가 기관 간의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어 이를 피하고자 하는 모습인 것으로 여겨진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