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대책 금리 인상으로 효과 반감…대통령실 이전했지만 논란 이어져…여가부 폐지 ‘속도 내라’ 주문
#주거안정 실현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주택공급 확대, 시장기능 회복을 통한 주거안정 실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이내에 ‘250만호+α 주택공급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8월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향후 5년간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며 “그중에는 서울 50만 가구, 도심 정비사업 52만 가구, 공공택지 88만 가구가 공급된다”고 밝혔다.
시장기능 회복 방안으로는 부동산 보유세 감면에 초점을 맞췄다. 취임 당일인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를 시행했다. 지난해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중과세율을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았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세율이 최고 82.5%였다. 하지만 이 조치로 기본세율만 부담하게 됐다. 또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한 경우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양도차익의 최대 30%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에 절세 효과를 노리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7월 21일 정부가 종합부동산(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다. 이 같은 개편안이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세를 크게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8월 12일 6만 1785건으로 7월 21일(6만 4046건) 대비 3.53% 감소했다.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금리가 인상되면서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실효성이 떨어졌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표면적으론 안정화된 모양새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 윤 정부의 정책으로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금리와 물가 인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부동산 시장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경제 침체까지 겹치면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으로 갈 수 있다. 당분간 시장이 정부가 바라는 대로 시장이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27일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으로 옮기고,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부지 활용에 대한 질문엔 “역사관을 만들거나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러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듣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대통령 당선 10일째인 3월 20일에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광화문에서 방향을 틀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당일 청와대는 일반에 개방됐고,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측이 용산 이전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9일 문 전 대통령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키기 바란다”며 문 정부를 “5년간 이어진 권위적인 독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두고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다. 8월 17일 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과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사적 친분이 있는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계약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합참 등 군 관련 시설 이전 계획의 타당성 여부 및 예산 낭비 의혹 등도 국정조사 범위에 포함됐다.
#병사 월급 200만 원
5월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병사 봉급 200만 원’ 공약을 2025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대남(20대 남성)’들은 ‘취임 즉시 병사 봉급 200만 원 지급’ 공약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결국 5월 11일 이준석 대표가 “정권을 인수하고 보니 재정 상황상 공약을 완전히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7월 초 국방부는 2025년까지 월급(병장 기준)을 150만 원까지 올리고 자산형성프로그램인 정부지원금을 55만 원으로 인상해 총 205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7월 22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병사 봉급 200만 원 인상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군무원, 초급 장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7~9급 군무원과 초급 장교들이 받는 실수령 월급보다 병장 월급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군무원 7급 1호봉의 봉급은 192만 9500원이며 8급 1호봉은 172만 300원, 9급 1호봉은 168만 6500원이다. 2022년 부사관인 하사 1호봉의 봉급은 170만 5400원, 중사 1호봉은 179만 1100원이다.
한 초급장교는 “병사들 봉급 인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초급장교 박탈감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빠르게 정책을 도입한 것 아닌가 싶다”며 “초급 장교 지원자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처우나 대우를 고려하면 앞으로 더욱 줄어들 일만 남은 것 같다. 특히 장교들은 의무 복무 후 제대하는 인원이 많지만, 군무원들은 평생 업으로 선택하신 분들이 많다. 병사뿐만 아니라 이런 분들의 처우도 함께 고민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1월 7일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SNS(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사회적 파장은 거셌다. 여성계와 민주당 등이 비판했지만 이대남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KBS·MBC·SBS 방송 3사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종료와 함께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의 58.7%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의 58.0%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3월 영국 로이터는 윤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한국의 젠더 전쟁을 선거 공약으로 이용하겠다는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5월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개한 국정과제 110개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가 제외됐다. 여소야대로 정부조직법 처리가 어려운 국회 상황과 6·1 지방선거에서의 역풍을 의식해 한발 뒤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됐다. 6월 16일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환경이 변화했고 여가부가 가진 한계를 고려할 때 여가부 폐지는 명확하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7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업무를 총체적으로 검토해서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20대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기 위해 여가부 폐지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7월 27일 김현숙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업무보고에서 국정과제 중심으로 보고를 해 여가부 폐지는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대통령님께서 공약으로 말씀하신 약속을 조속히 지키는 게 좋겠다고 지시하셔서 조금 더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 낼 예정”이라고 했다.
8월 13일 이준석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60년째 북풍의 나발을 불면서 선거에 이겼다고 착각하는 집단은 아마 지난 3번의 선거 승리를 복기하면서 여가부 폐지 정도의 나발만 불면 젊은 세대가 그들을 향해 다시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착각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며 “여당과 정부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대치가 급전직하한 것은 여가부를 폐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과학 방역’은 어디로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4월 27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은 8월까지다.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가을철 대유행을 예상하고 있다”며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대유행 가능성이 있어 그전에 모든 준비들을 마쳐야 된다”고 100일 로드맵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8월 17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약 18만 명을 넘어섰다. 112일 만에 최고치를 찍은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의무 격리일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활지원금·유급휴가비 지원은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개인과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만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8월 2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과학적 위기관리라며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타성에 젖어 기존에 해 온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게 많다”며 “무엇이 과학적 위기관리인지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잘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7월 18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환자에게 병원비 부담을 전가하고, 코로나19 생활지원비 대상을 줄이는 정책을 펴며 사실상 의료취약계층을 사지로 내몬 채 방치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검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감염병은 지금보다 빠르게 확산하게 될 것이다.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과학적인 방역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