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중징계 내린 윤리위 개혁 방안 검토…친윤 비토 기류 속 비대위와 마찰 가능성
“이준석 전 대표가 저렇게 된 마당에 혁신위 입지는 당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주호영) 비대위도 혁신형 비대위로 가겠다고 하는데, 당연히 (혁신위랑) 부딪히지 않겠나. 최재형 위원장이 공천 혁신안을 내놓으면 또 시끄러워질 것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이 주호영 비대위 출범 후 국민의힘 혁신위를 두고 한 말이다. 주호영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비대위는 8월 9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주 위원장은 ‘혁신‧관리형 비대위’를 표방하며, 당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혁신위와 비대위가 ‘혁신’ 방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6월 23일 출범했다. 위원장으론 이 전 대표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최재형 의원이 발탁됐다. 혁신위는 최 위원장을 포함한 총 14명 위원들로 채워졌다. 이 전 대표는 6·1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로 다음 날부터 혁신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22대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게 이 전 대표 구상이었다.
이 전 대표의 혁신위 제안에 당 안팎에서는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내 지원 세력이 미미한 이 전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한 포석을 까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혁신위가 친윤계를 노릴 것이란 얘기가 고개를 들었다. 이준석 전 대표와 혁신위가 그리는 시스템 공천이 도입될 경우, 이른바 ‘윤심’이 개입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진석 배현진 김정재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거세게 반발했다. 배현진 의원은 “혁신위는 이 전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대로는 혁신위원을 추천하기 어렵다”며 비판했고, 이에 이 전 대표는 “‘친윤’이 개혁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린 혁신위는 인재·당원·민생 소위 등 3개 소위를 구성해 매주 한 차례 혁신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형 위원장은 공천룰을 다루는 인재 소위에 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노용호 의원과 친이계(친이준석계)로 꼽히는 천하람 변호사, 구혁모 혁신위원 등이 이 소위에 배치된 상태다.
7월 8일 이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으면서 혁신위는 위기를 맞았다. 최 위원장은 7월 11일 “국회 들어온 지 4개월 됐는데 4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며 “당이 어려울수록 혁신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당 혁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혁신위 활동에 굳은 의지를 보였다.
혁신위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당내 유력 인사들이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7월 12일 열린 혁신위 4차 전체 회의에서 “혁신위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공식 기구이기 때문에 당내 상황에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우리가 진짜 민생 정당, 수권 정당으로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혁신해야 하고, 국민과 당원이 공감하는 이념을 만들고, 현실에 기반한 혁신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 역시 8월 9일 기자회견에서 “혁신위 결과를 받고 비대위 기간 중에 이행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 이행하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혁신위 역할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비대위, 그리고 전당대회를 통해 꾸려질 차기 지도부 등이 과연 혁신위 공천 방안 등을 수용할 것이냐는 회의론이다. 특히 당 주류인 친윤계에 혁신위 비토 기류가 퍼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사석에서 “출범에 산파 역할을 했던 이준석 전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순간, 혁신위의 운명도 정해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혁신위는 8월 말 안에 1호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혁신안을 내놓겠다는 게 혁신위 계획이다. 혁신안이 비대위에서 채택되면 공식 당론으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혁신위가 안을 내놓지 않아서 크게 문제될 게 없었지만, 앞으로 발표할 때마다 비대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정가에서는 혁신위의 윤리위 혁신안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그 내용에 따라 당의 내홍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재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렸던 당 윤리위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윤리위 징계의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다. 이준석 전 대표 측은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과거 김성태 염동열 전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을 거론하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수사 중에 있는 이 전 대표의 징계 수위(당원권 정지 6개월)가 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인사들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징계의 실효성을 두고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염동열 전 의원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이미 당원 자격이 박탈됐다. 당이 당원권 정지 3개월을 의결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는 셈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사람은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당법에 따라 선거권이 없는 사람은 당원의 자격도 가질 수 없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