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대구시 상생협정 파기 통보…깊은 유감 입장 내놔
[일요신문] 대구 취수원 다변화 문제를 놓고 대구시와 구미시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 만 가고 있다.
앞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주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과 합의 등 공론화의 과정을 차근차근 거치는 것이 시행착오를 막는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 지사는 "향후 대구경북협의체도 구성해 공감대 형성될 때까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와도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으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취수원 다변화 문제를 놓고 대구시장과 구미시장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한 중재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구시의 상생협정 파기와 함께 이에 대한 구미시가 반박하는 입장 통보로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미시가 대구시의 상생협정 파기에 대해 일방적인 통보로 간주하고, 이와 관련 입장 통보와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올해 4월 4일 체결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에 대해 구미시에 파기 통보를 공문으로 보내왔다.
18일 구미시에 따르면 이날 보도자료을 통해 이번 협정서 파기로 인해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사업이 중단되거나 장기화돼 그 피해가 대구시민에게 전가될 것이 심히 우려된다고 입장을 냈다.
240만 대구시민 여러분에게 대구시로부터 협약서가 파기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전한 다고도 했다.
- '대구시, '상생협정' 파기…구미시 입장 통보 공문 발송
이날 구미시는 대구시에 보낸 공문에서 대구시와 맑은 물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으며, 특히, 이달 1일 구미시장 한달 기자회견에서 '취수원 이전은 대구시 현안'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홍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안동 물을 먹겠다'고 공약했으니, 대구시에서 기존 협약에 대해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하게 할 것인지 대구시가 주도적으로 해야 된다는 의미였고, 구미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라는 취지라고 언론을 통해 수차례 공개적으로 설명했으며, 구미시가 '물을 못 준다', '협정서를 무효화 또는 파기를 선언' 한 일은 없음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미시는 협정서 체결 이전과 이후, 정권교체와 자치단체장 교체 등 여건과 환경이 변화된 만큼 협정서 체결에 대해 당사자 간에 신중히 검토, 추진돼야 하며, 기존 협정은 구미 시민의 동의가 결여된 상태로 체결됐음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고 대구시에 전했다.
그러면서, 시는 감천 유입수에 의한 해평취수장 수질 오염사고의 영구적 해소 방안으로 '해평취수장 상류 이전'을 제안하며, 이에 대한 대구시와 진지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시장은 안동의 물을 대구시민에게 공급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구상에 대해 협정서 당사자인 국무조정실, 환경부, 경북도, 구미시와 단 한 차례의 논의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개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구미시와는 더 이상 협상을 하지 않겠다', '안동시와 동맹을 맺겠다', '구미산단 폐수 배출 기업은 퇴출시키고 시설개선 없는 기업의 제품은 불매 운동을 하겠다'는 등 감정적 언어로 일관되게 구미시를 맹공해 왔다고 피력했다.
그럼에도 구미시는 홍준표 시장과의 소통의 여지를 남겨두고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 왔다. 이번 협정서 파기의 귀책 사유는 대구시에 있다라며, 책임을 따져 물었다.
특히,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권리와 역할이 분명함에도 대구시는 관할 권역이 아닌 구미시의 행정사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자제해 줄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
- "홍준표 시장…권영진 전 시장 합의 내용 이행할 의도 없어 보인다(?)"
구미시는 홍 시장이 구미를 압박하는 일련의 태도에 대해 구미시장이 취수원은 대구시의 현안이라는 표현을 구실 삼아 마치 자신의 구상을 표면화하고 명분을 쌓아가려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했다.
특히 홍 시장이 해평취수장을 진정으로 이용하고 합의서를 준수할 의도라면 파기에 앞서 적어도 한번은 구미시장에게 진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며 캐물었다.
구미시는 홍 시장이 취수원을 이용해 구미를 압박하는 것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꼬집으며, 이는 구미에서 정상적으로 환경관련 법령을 준수하면서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인들을 위축시키고 건전한 지방투자를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또한,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안동 물을 이용할 줄 몰라서 해평취수장을 이용하겠다고 협정에 나선 것은 아니다. 홍 시장의 '맑은 물 하이웨이' 구상은 이미 환경부의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용역의 3가지 안에 포함된 유사한 안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척된 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구미시는 홍준표 시장의 '맑은 물 하이웨이' 구상과 구미시장이 제안한 '해평취수원 상류이전안'을 동등한 입장에서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사업 주체인 환경부가 검토·수용해 주기를 건의했다.
김장호 시장은 "구미시는 대구시와 맑은 물을 함께 공유해 대구·경북의 경제공동체를 굳건히 하고 비수도권 소외와 지방소멸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