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회장 장남 박세창 사장의 회장 취임 ‘시기상조’ 분석…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 받아야 부채 상환도 가능
지분 승계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박삼구 전 회장이 가진 금호고속 지분 상당수가 담보로 잡혀있고, 막대한 증여세도 내야 한다. 담보권 해제를 위해서는 금호그룹이 지닌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을 받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상환이 쉽지 않다. 세계 각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완료 시점도 가늠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17일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검찰에 구속기소됐고,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보석이 취소돼 법정 구속됐다(관련기사 금호그룹 재건 ‘무리수’ 탓에…박삼구 구속,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재판부는 박삼구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계열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봤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IDT 등 4개 계열사로부터 총 3300억 원을 인출해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지분 인수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 4월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에 매각할 때도 매각가를 실제 가치보다 낮은 2700억 원으로 책정해 아시아나항공에 손해를 입혔다.
재판부는 “대규모 기업집단은 큰 경영 주체로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법질서를 준수하고 역할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선고 공판에 출석하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 사장에게 집중한다. 1945년생인 박 전 회장은 우리 나이로 78세다. 그가 10년 형을 채우고 만기 출소하면 88세의 고령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회장이 상급심 선고나 사면 등의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최소 수년간의 수감 생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세창 사장의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세창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한 후 금호타이어,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IDT, 금호그룹 전략본부 등에서 주로 근무했다. 하지만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들을 제외하면 금호그룹 계열사는 금호건설과 금호고속 정도뿐이다.
박 사장은 금호건설과 금호고속에서 근무한 기간이 길지 않다. 그가 정식으로 금호건설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관리부문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따라서 박 사장의 금호건설 근무 기간은 약 1년 7개월이고, 금호고속 근무 경력은 없다. 박 사장이 당장 건설업과 고속버스업을 이끄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인지 박 사장은 금호건설 사장이지만 등기임원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더구나 금호건설의 최근 실적도 좋지 않아 박세창 사장 입장에서 당장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금호건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57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52억 원으로 줄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건설의) 영업이익은 2분기까지 이어진 건자재 가격 상승 및 레미콘 파업 등의 여파로 기대치를 하회하는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며 “연간 분양 목표도 일부 세대의 인허가 지연에 따른 이연으로 인해 8000세대에서 6700세대로 눈높이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분 승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고속 지분(보통주 기준) 45.43%를 갖고 있고, 금호고속은 금호건설 지분 44.18%를 보유 중이다. 박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과 장녀 박세진 금호익스프레스 상무의 금호고속 지분율은 각각 28.57%, 2.35%다. 박 전 회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만 자녀들에게 넘겨주면 지분 승계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지분 증여를 위해서는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만 한다. 금호고속은 비상장 기업이므로 정확한 가치 파악이 되지 않아 증여세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박삼구 전 회장은 2020년 10월 금호고속 주식을 주당 10만 1079원에 매입한 바 있다. 금호고속의 발행주식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총 241만 700주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금호고속의 기업 가치는 약 2436억 원이다. 현재 기업 가치는 이보다 높게 측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금호고속의 자본총액은 2020년 말 3978억 원에서 2021년 말 6063억 원으로 늘었다. 금호고속의 기업 가치는 4000억~6000억 원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며 이에 따른 박삼구 전 회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가치는 1550억~233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상 30억 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는 50%의 세율이 적용되고, 대기업 최대주주의 경우에는 해당 세율에 20% 할증까지 붙는다. 따라서 박세창 사장이 박삼구 전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기 위해서는 1000억 원 이상의 증여세를 마련해야만 한다. 박삼구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주식 일부를 매각해 증여세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이미 28.57%의 지분을 갖고 있어 박세창 사장의 금호고속 지배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다른 문제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상당수가 KDB산업은행(산은)에 담보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과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산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현재 담보권이 설정된 박 전 회장의 금호고속 지분은 4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권 해제를 위해서는 빚을 상환해야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상환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완료 시기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하루도 빠짐없이 각 경쟁당국과 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때문인지 금호그룹 내부에서도 지분 승계와 관련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오너 개인의 일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