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포인트’ 착한 체크카드 온다
▲ 일요신문DB |
그동안 카드회사들은 고객 확보에 열중했던 터라 비교적 느슨한 기준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해왔다. 이로 인해 2003년 ‘카드대란’이 발생했으며 이후에도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금융당국은 발급기준부터 강화했다.
기존 만 18세 이상이던 카드발급 연령기준이 만 20세로 상향됐으며 소득이 빚보다 많고 신용등급도 6급 이내여야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때 자신의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하며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국민연금 납부 실적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소년소녀가장처럼 복지카드 발급 대상자와 전업주부처럼 본인은 소득이 없으나 배우자가 수입이 있을 경우엔 카드 발급이 허용된다.
발급기준 강화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에 미달하는 저신용자의 부담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7~10등급에 속한 저신용자는 68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 됐으며 이중 약 400만 명은 신용카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이들이 신용카드 발급을 원한다면 재산이나 소득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신규발급을 받을 수 있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신용카드가 있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 280만 명도 전전긍긍하긴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여기저기서 “내 신용등급이 어디에 속해있는지도 모르는데 당장 카드가 끊기면 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게다가 카드 유효기간 만료 후 갱신 가능 여부도 정해지지 않아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발급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용등급에 속해있더라도 이미 발급받은 신용카드 사용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발급기준 변경안을 논의하고 있다. 각 카드사별로 다르겠지만 소득이 없어도 예금 평균 잔액 등을 통해 일정한 기준이 만족되면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도 유효기간 만료 후 갱신과 신규발급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발급 문턱은 높아진 대신 해지절차는 간편해졌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신용카드가 발급돼 사용하지 않는 카드만 해도 3295만 장으로, 전체 신용카드의 25%에 이른다고 한다. 필요 없는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해지하는 방법을 몰라서, 또는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차일피일 미룬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는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카드라도 이후 3개월 이내에 고객이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가입상태가 계속돼 연회비 지출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휴면 상태가 된 뒤 1개월 이내에 카드사가 고객에게 유지 의사를 서면 등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지되도록 했다.
연체가 없는 경우라면 해당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클릭만으로도 카드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카드 해지 의사가 있어도 고객이 직접 카드사를 방문하거나 콜센터 상담을 반드시 거쳐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 혜택 등을 약속하며 해지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축소·폐지를 두고 말이 많았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올해도 유지된다. 당초 2011년 연말까지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몇 가지 변동사항을 제외하곤 2014년까진 신용카드를 통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용카드사들이 의무적으로 발급해 주는 ‘신용카드 소득공제확인서’도 예년과 다름없이 발행된다. 지난 12월, 소득공제용 신용카드에 대한 사용금액 확인서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와 환경보호를 위해 카드회사들이 확인서를 신청하는 고객에게만 발급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결국 ‘없던 일’이 돼버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변동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 원하는 고객에게만 신용카드 소득공제확인서를 발급토록 하는 ‘소득공제 사용금액 확인 등에 대한 고시개정안’을 행정예고 했지만 여론 조사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득공제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연봉 등 조건이 달라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중 일괄적으로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변동되는 사항을 알아본 후 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기존 카드 소득공제 제도에서는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총 급여의 25%를 초과하는 카드 이용금액에 대해 신용카드는 20%까지, 체크카드와 같은 직불형 카드는 25%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올해부터는 직불형 카드 활성화를 위해 소득공제율이 연소득 25% 초과금액의 30%로 확대되고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은 변함이 없을 계획이다.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설정된 직불형 카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추가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직불형 카드 이용실적을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카드사들이 은행에 내는 체크카드 계좌이용 수수료도 낮춰주는 대신 직불형 카드를 써도 신용카드 못지않은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불형 카드의 개선점으로 지적됐던 이용시간 제한도 단말기 보급과 IC카드 확대 독려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계좌잔액이 바닥나면 일부 금액은 신용결제로 전환 할 수 있는 ‘직불+신용카드’나 소액만 신용 결제하는 카드 등 다양한 형태의 카드를 보급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힐 전망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