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 “성인 문화 사업 알리기 위해 연출…과다노출죄? 바닷가 비키니 다 처벌받아야”
최근 ‘강남 비키니녀’라고 불리며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7월 31일 상의를 벗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비키니만 입은 여성을 뒤에 태우고 달려 입길에 올랐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인플루언서 ‘보스 제이’(BOSS J)였고 비키니를 입은 여성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25만 팔로어를 확보한 인플루언서 임그린 씨였다. 이들은 ‘플레이조커’라는 성인 대상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8월 23일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와 임그린 씨를 만나 이번 자극적인 기획의 목적을 들어봤다. 이 대표와 임 씨는 이번 기획을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불렀다. 이들은 이번 논란이 되는 퍼포먼스를 두고 플레이조커를 알릴 목적도 있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성인이 아직도 억압된 문화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임그린 씨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경찰에 출석하면서 이번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또 한 번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희태 대표는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일본에서 일본 AV 배우가 나오는 성인 비디오를 촬영해 한국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그는 약 10년 전 2년 동안 400여 편의 성인 비디오를 촬영해 꽤 큰돈을 벌었다. 이 대표는 “과거 성인 비디오 경력 때문에 플레이조커가 성인 사이트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오해다. 이번에는 성인들의 자유로운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희태 대표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강남 비키니 오토바이 사건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플레이조커를 론칭했는데 이걸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리면 좋을까 생각했다. 플레이조커가 성인들의 자유로운 놀이터를 표방하는 만큼 파격적인 자유분방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스 제이 씨, 임그린 씨와 어떻게 하면 우리 의도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논의했고 임그린 씨가 뒤에 타고 싶다고 했다. 의상은 임그린 씨가 다 준비한 것이다.”
―넘어졌다면 크게 다칠 뻔했다는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영상은 사실 편집을 통해 속도감을 낸 거지 실제 속도는 30km/h 정도였다. 그것도 오토바이 뒤쪽을 우리 차로 호위하면서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퍼포먼스 직전 내가 보스 제이 씨에게 ‘무조건 안전만 생각하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굉장히 긴장된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 실제로 이번에 경찰 조사를 받는 이유도 안전 규정 위반이 아닌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로 입건되면서다.”
―기획 의도를 알고 싶다.
“한국 성인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경직된 분위기를 깨트리는 건 한 번의 파격이면 된다. 파격이라고 해서 다 벗는다는 게 아니다. 중요 부위를 가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최대치가 비키니로 볼 수 있다. 외국에서 비키니 입고 오토바이 탄다고 해서 화제는 될 수 있겠지만 경찰 조사 받을 정도일까. 억압된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자유가 뭔지 느끼기 어렵다. 비키니는 해수욕장, 수영장에서만 입는다는 고정관념에서 장소만 바뀐 것뿐이다. 이런 퍼포먼스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놀랐지만 3일도 가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누드 비치도 흔하다. 거기 1시간만 있다 보면 별 느낌도 안 든다. 내가 성인 비디오를 찍었을 때 처음에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런데 3일 정도 찍다 보니 촬영하다 졸더라. 우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성인에게 이런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퍼포먼스가 엄청난 화제가 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으며 이 정도로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나.
“우리가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집계했을 때는 4000만 뷰 정도로 추산했다. TV에서 방영된 영상은 얼마나 봤는지 알 수 없다. 일본, 태국 등 외국에서도 이 장면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유교적’인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라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퍼포먼스 전 1000만 뷰 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크게 화제가 된 감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획을 좋아한다. 유튜브 ‘사업천재 노머니’라는 채널도 운영하는데 사업 아이템을 기획만 해주는 채널이다. 사업이나 퍼포먼스를 미리 기획하고 얼마나 잘될지 예상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즐긴다.”
―이번 퍼포먼스를 두고 ‘결국 어그로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순전히 광고 목적이었다면 스포츠 경기 중 난입해 광고하는 사람들처럼 임그린 씨 등에 플레이조커 글자라도 써놨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의도로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초기에 엄청난 화제가 됐을 때 메일함이 언론사, 방송국 취재 요청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사회에서 충분히 얘기가 되고 소화되는 과정을 기다리고자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사건이 가라앉은 지금에서야 인터뷰에 나섰고, 자세한 내용의 인터뷰도 이번 한 번 정도로 끝낼 것 같다.”
―플레이조커는 어떤 사이트인가.
“내가 과거 성인 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해서 성인물을 기대하는 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성인물이 아닌 성인의 문화를 미국 잡지인 ‘플레이보이’처럼 전달하고자 한다. 내가 플레이보이라는 콘셉트를 굉장히 좋아했다. 플레이보이는 성인물도 있지만 성인이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소설, 에세이,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문화를 전달했다. 우린 그걸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시대가 왔으니까 미디어에서 화끈하게 보여주자는 거다. 다양한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플랫폼으로, 인플루언서가 영상을 올리면 일부 영상은 유료 구독자만 볼 수 있게 했다. 앞으로 플레이조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인플루언서와 함께 웹드라마, 예능, 뮤직비디오 등을 촬영해 제공할 생각이다.”
―유료 구독자에게만 독점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보게 해주는 해외 서비스인 ‘온리팬즈’, ‘페이트리언’과 비슷하다. 인플루언서가 이미 자리 잡은 해외서비스 대신 플레이조커를 이용할 이유가 있나.
“그런 서비스들은 플랫폼만 제공해줄 뿐 소속된 인플루언서를 지원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우린 소속 인플루언서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그들을 자리 잡게 만들어줄 생각이다. 플레이조커는 8월 초 만든 사이트로 이제 약 3주 됐다. 이번 화제 덕분인지 3주 만에 회원 수 100만 명을 기록했다. 최근 웹 드라마 제작을 발표하고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1800명이 지원했다.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예능도 곧 만들 예정이다. 배트맨의 조커는 돈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악당이다. 조커는 돈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움직인다. 오토바이 비키니는 예고편이다. 정말 큰 마케팅은 돈 주고 하는 광고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남에서 시끄럽고 재밌는 퍼포먼스를 계속 보여줄 생각이다.”
―이번 퍼포먼스는 과다노출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비키니 입고 편의점도 간다. 거기서 조금 더 벗어나서 숙소도 간다. 강남이라고 다를 게 없다. 만약 우리가 과다노출죄로 처벌된다면 더욱 더 공개적인 장소인 바닷가에서 비키니 입은 사람은 다 처벌받아야 한다. 만약 벌금형이라도 나온다면 정식 재판을 청구할 생각이다. 이번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경찰서에 출석했듯, 재판까지 이어진다면 그것도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과도한 노출이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외설적인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에게 ‘보기 싫은 사람도 있는데 왜 그리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억압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크다. 방송도 아닌 유튜브에서조차 조금만 외설적인 걸 올려도 ‘노란딱지’(수익창출 제한조치)를 내린다. 만약 성인인데 두발자유화를 달라고 외치고 있으면 웃기지 않겠나. 머리가 긴 사람이 있는 것처럼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할 퍼포먼스를 얘기해줄 수 있나.
“어떤 퍼포먼스를 할지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지 않나. 다만 꼭 노출이 큰 의상이 아니라 각자 인플루언서의 매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려고 한다. 두 가지를 기대한다. 하나는 쇼킹한 퍼포먼스를 봤을 때 ‘저거 플레이조커겠네’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정도로 일반적인 건 안 한다는 이미지를 줬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아주 고급스럽고 근사한 콘텐츠를 보고 좋아요를 눌렀는데 우리가 만든 콘텐츠였으면 좋겠다. 다양한 시도로 강남 바닥을 시끄럽게 만들고 싶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