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 영향 무역수지 적자 행진…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결과 주목
우리나라와 유럽 경제는 닮은 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유로화와 유럽 증시는 원화, 한국 증시와 그 궤를 같이해왔다. 최근 1년간 환율 변동폭을 보면 원·달러는 16.4%로 금리를 오히려 인하한 일본의 엔·달러(24.53%),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 루블·달러(17.6%)에 이어 세 번째다. 유로화(15.9%), 영국 파운드(14.8%)보다 변동폭이 크다. 유럽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원화 가치도, 우리 증시도 나아지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 코스피 지수는 2400 박스권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원·달러 환율 급등…진앙은 유럽 경제
지난 8월 23일 1유로의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20년 만이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은 최근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영국은 월간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어서며 1700년대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비용 상승 부담에 따른 생산 차질로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원자력 발전과 농업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가뭄이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로화 약세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10여 년 만에 다시 재정위기에 봉착했다.
유럽 전반적으로 소비는 위축되고 생산은 부진하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2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쌓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유럽도 제조업체들에게 중국은 중요한 생산기지이자 핵심 소비시장이다. 유럽은 올해 겨울 난방용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배급제 시행 가능성이 크다. 실현된다면 경기에는 치명적이다.
#유럽보다는 낫지만…어려운 한국 경제
지난 8월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20일 무역수지는 102억 1700만 달러 적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선 탓이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입액 비중은 50.9%로 수입 중간재의 대중 의존도는 28.4%에 달한다. 이 탓에 우리는 중간재 가격 변화에 취약하다. 중국 경기 침체로 대중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수입은 중간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남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동절기를 앞두고 원유 등 에너지 비축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만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현재의 고유가를 틈타 재정수입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자국 가격 안정을 위해 원유 증산 움직임을 보이자 되레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역적자는 달러 공급 축소다. 원화가치 하락의 요인이다. 중국은 물론 3대 교역 지역인 유럽까지 경기 침체를 보이면서 우리 기업들이 만든 물건을 팔 곳이 마땅치 않게 됐다. 중국산 부품과 중간재 사용을 막는 미국 시장 공략도 여의치 않다. 기업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다가오는 겨울…운명의 11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무거운 족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이다. 각각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교란의 핵심이다. 주요국 가운데 경제 사정이 가장 나은 곳이 미국이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물가 상승과 금리 급등으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월 8일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에서 민주당 과반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선거 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11월 15일 인도네시아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1999년 서방 선진국 모임인 G7을 확장해 옛 공산권과 제3세계까지 아우른 G20은 글로벌 협력의 상징이다. 이번 개최국 정상인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 의사를 밝힌 사실을 공표했다. 성사된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전세계 주요국 정상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바이든·시진핑의 첫 대면도 이뤄질 수 있다. G20 미·중·러 정상 회합이 성사된다면 만남 전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