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회장 필두 김무성 이주영 이인제 등 라인업 화려 “아수라장 정리할 어른다운 어른 없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최근 일련의 당내 갈등 상황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면서 “당대표가 대통령을 저격하고, 윤핵관이 당대표를 공격하면 당대표가 다시 윤핵관을 힐난하는 과정이 반복됐다”고 했다. 이 인사는 “소위 원로라고 불리는 상임고문단의 중재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상황에서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었다”면서 “비대위가 출범한 뒤에야 상임고문단이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당에 어른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현재 상임고문단의 경우 머릿수는 많은데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교통정리를 유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며칠 전에야 상임고문단 회의가 개최되면서 쓴소리가 나왔다”면서 “상황이 다 끝난 뒤에 나오는 쓴소리는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국민의힘은 8월 23일 상임고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상임고문단을 만났다. 상임고문단 총원 34명 가운데 19명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상임고문단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비대위를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을 조기에 수습하고 더 많은 국민이 기대와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혁신과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내용이었다.
신영균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은 “집권 초반 비대위가 구성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당을 이끄는 사람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당대표를 지낸 사람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심문받으러 가는 모습이 TV에 나왔는데, 그걸 보는 국민은 우리 당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직격한 발언이었다.
상임고문단 회의에선 ‘당의 분란’이라는 표현과 함께 이준석 책임론이 대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더불어 당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건전한 당정관계를 주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1990년대 이회창계로 활동했던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정리된 뒤 나올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원로들의 쓴소리로 제기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시대’라 불리던 시대엔 원로들의 카리스마가 막강했다. 머리가 깨지도록 싸우다가도 원로들이 정지 신호를 보내면 싸움을 멈췄다. 아무리 격하게 싸우더라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이번 국민의힘 당내 갈등에선 대통령과 당대표, 그리고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세력이 갈등 주체였다. 어른의 역할을 하는 원로가 있었다면 이런 족보 없는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원로라고 불리는 어른들이 어른이라는 단어에 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필요한 것이 어른의 존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총 34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1945년 광복 이후 태어난 상임고문이 10명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상임고문이 24명이다. 최연장자는 신영균 상임고문단 회장으로 1928년생이다. 치과의사와 영화배우 커리어를 쌓은 뒤 정치권에 입문해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신 회장은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에서 상임고문 역할을 이어왔다.
상임고문단 막내는 1951년생인 김무성 이주영 상임고문이다. 6선 의원 출신 김무성 상임고문은 ‘무대’라는 별칭으로 대권주자급 인사로도 분류됐던 이다. 이주영 상임고문은 법관 출신으로 해수부 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5선 의원 출신이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영남 출신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34명 가운데 23명이 영남에서 출생했다. 호남 출신이 2명이고, 이북 출신도 2명 포진해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비율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상임고문단 34명 가운데 14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상임고문단 34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했다. 문희 상임고문과 이연숙 상임고문이다. 둘은 초선 의원 출신에 이화여대 졸업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상임고문단에서 최다선은 6선으로 총 5명이다. 김무성 김수한 김영구 박관용 이인제 상임고문이 6선 의원 출신이다. 이중 ‘피닉제’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인제 상임고문은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낸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금 상임고문단들 중 대부분은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자리 잡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전속 상임고문’처럼 활동했던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다 보니 당 지도부에 선제적인 조언을 하기보다 상황을 기다리는 데 익숙해진 것 아닌가 하는 시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8월 23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향한 조언을 했을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선 ‘뒷북 조언’이란 비판이 불거졌었다. 그러나 ‘뒷북’이란 지적을 받았던 조언마저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부상했다. 조언을 경청했던 주호영 비대위원장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8월 26일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부분이 받아들여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