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 얼어붙자 ‘유턴’, 세력이 노리는 상장사 이름 나돌아…수사당국, 주가조작 ‘한탕’ 끝나기 전 발빠른 대응
#2. 기업투자를 주로 하는 사채업자 A 씨는 최근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업 인수 투자 제안을 잇달아 받고 있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엔터테인먼트나 바이오산업 관련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목적이 시세를 띄워 ‘한몫’ 챙겨보려는 것이라는 점이다.
A 씨는 “최근 코인시장이 주춤하면서 돈을 벌어보려는 세력들이 다시 주식 판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기업 인수 이후 급등락을 보이는 종목이 있다면 세력들이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3분의 1 토막 난 비트코인
줄어든 코인시장 거래량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78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상반기 매출액 2조 291억 원과 비교하면 61.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1년 전보다 69.7% 줄어든 5661억 원으로 집계됐다.
빗썸도 마찬가지다.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가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6.3% 감소한 2047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76.9% 급감한 12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2021년 불장이었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래도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은 2021년 11월 전고점을 경신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1년 11월 8200만 원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이 2022년 9월 6일 시점에는 273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3분의 1 토막 난 셈인데, 비슷한 시점 590만 원대에 도달한 적이 있는 이더리움 역시 현재 60% 가까이 하락한 220만 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심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식시장 ‘복귀’ 신고?
코인으로 갔던 시세 조종 세력들이 크게 돈을 벌고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앞선 사채업자 A 씨는 “지난 2년 동안 코인시장 거래량이 터지면서 상장과 시세 조종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 벌었던 세력들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코인을 통해서 번 돈을 활용해 매물로 나온 회사들을 인수한 뒤 다시 시세를 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거래중지가 풀린 B 사 등 현재 시세를 조종해 한탕을 해보려는 세력들도 상당하다”며 “코인으로 자금을 불리는 데 성공한 세력들이 매물로 나온 상장사 인수에 혈안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에는 엔터테인먼트업체 S 사 등이 매물로 나와 있는데 ‘인수, 신사업 추진 계획, 시세 조종’으로 이어지는 ‘한탕’을 노리는 세력들이 이를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개미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관련 변호를 맡고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코인시장은 법이 아예 없어서 시세를 띄우는 조종 행위를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주가 조작을 했던 세력들이 최근 2년 동안 대거 코인시장으로 넘어갔었는데 최근 상장 절차도 복잡해지고 잡코인은 상장이 불가능해지면서 다들 다시 주식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코인이나 주식시장 모두 이들이 버는 만큼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의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 발 빠른 대응
정부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수사가 시작된 것은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를 둘러싼 주가조작 사건이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 아무개 씨는 에디슨EV뿐 아니라 현대사료 등 여러 시세 조종 행위의 핵심 인물이다. 현재 검찰은 참고인들을 소환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쌍용차 인수를 미끼 삼아, 주가를 띄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전 참여로 시장의 주목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에디슨EV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 27일 8400원에 거래되던 에디슨EV는 보름여 뒤인 11월 12일 장중 8만 24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10배 가까이 상승한 셈인데, 이 과정에서 에디슨EV 주식을 들고 있던 투자조합들은 35%대 지분 비율을 10% 수준까지 낮췄다. 가격이 상승하자 빠져나간 셈이다. 이후 쌍용차 인수는 무산됐고, 에디슨EV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2022년 3월부터 거래가 정지돼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의 몫으로 전가됐다.
검찰 수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은 9월부터 에디슨EV 시세 조종 행위 관련자들을 상대로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여럿을 소환해 자금 흐름 및 시세 조종 행위 참여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도 거쳤다.
업계는 ‘빠른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인 검찰 수사는 시세 조종을 통해 ‘한탕’이 끝난 뒤에나 이뤄지곤 하는데 이번 수사는 비교적 발 빠르게 이뤄졌다는 평이다. 관련 사건으로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는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 지난 뒤 투자자들 간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이뤄지곤 하는데 최근 금감원에서 검찰로 넘어간 사건들 중 일부는 아직 (주가조작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쌍방울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세력들을 주춤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앞선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이 부활한 뒤 금감원과 검찰의 소통이 더 원활해졌고 자연스레 세력들도 분위기를 살피는 상황”이라며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은 물론, 수원지검까지 관련 세력들을 수사하다 보니 한탕을 노리는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