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성장 과정 모든 것 수사, 최종 목표는 정치인”…변호사비 대납 이어 대북 키워드 ‘아태협’ 수사 초점
#“쌍방울 관련된 거면 하나부터 열까지…”
검찰의 수사 기세가 무섭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은 9월 9일 공소시효가 끝나는 만큼 수사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지난주 쌍방울그룹과 KH필룩스그룹 계열사 10여 곳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KH그룹의 경우 호텔 등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이 인터폴에 적색수배 조치한 이들도 최소 5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쌍방울그룹의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을 포함해, 핵심 측근과 가족 등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 모두에 대해 조치를 했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 싱가포르를 거쳐 태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는데, 최대한 빠르게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KH그룹 배상윤 회장의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지 한 달여 전부터 해외에서 체류 중인데, 검찰 안팎에서는 참고인 신분이었던 배 회장도 수사 대상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건 흐름에 정통한 법조인은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은 자금 흐름부터 사업 결정까지 함께 가는 사업 파트너 성격이 강했다”며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기 때문에 확인해야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회장 역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고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기업 대표는 “쌍방울그룹과 관련해 돈 거래를 하거나, CB(채권)에 투자한 적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다 확인을 할 정도로 쌍방울그룹의 앞선 자금 흐름을 모두 캐고 있다”며 “한몸처럼 움직인 KH그룹이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풀이했다.
속도전에 나선 검찰.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고발 사건 공소시효 만료는 어느덧 9월 9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과 KH그룹 사이의 자금 흐름 확인해 대납 여부 판단으로 연결해야 하는 수사 구조에서 현재 ‘자금 흐름 확인’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수원지검에서 진행 중이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하다 보니 쌍방울그룹의 문제를 파헤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핵심 인물 배 아무개 씨 영장이 기각됐지만, 기소를 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새롭게 커지는 아태협과 쌍방울그룹 의혹
특히 법조계에서는 ‘북한’ 키워드가 쌍방울그룹과 얽히기 시작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주도한 북한 관련 행사들을 쌍방울그룹이 적극적으로 협찬한 흐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태협은 현재 쌍방울그룹 계열사 등이 모인 본사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2019년 서울 중구 신당동 사옥에 이어 2020년쯤부터 용산구 서빙고동 사옥까지, 쌍방울그룹이 이전을 할 때마다 무상으로 입주했다고 알려졌다.
안 아무개 아태협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곽조직인 ‘민주평화광장’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남북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아태협과 경기도의 사업은 중단됐지만 아태협의 쌍방울 더부살이는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실제 2018년 경기도가 주최한 대규모 대북교류행사 비용 가운데 수억 원을 쌍방울그룹이 부담했다. 행사 유치를 주도했던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직전까지 쌍방울의 사외이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쌍방울 계열사 가운데 일부가 대북 사업도 준비했던 시점이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쌍방울그룹과의 밀접했던 관계를 두고 ‘청탁 대가’가 아니었는지 확인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쌍방울그룹 정보에 정통한 기업인은 “지난주까지는 쌍방울그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계를 입증하는 수사가 이뤄졌다면 이번 주부터는 대북 관련 수사로 방향을 바꿨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사실 대북 관련 이슈들은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민주당 내 몇몇 핵심 정치인 L 씨 등이 주도했던 아이템”이라고 귀띔했다.
#벌리기만 하는 수사…마무리는 어떻게?
검찰 입장에서도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것은 부담스럽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수원지검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이재명 대표 처분을 조만간 내려야 한다. 해당 사안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데, 공소 시효가 9월 9일인 만큼 쌍방울그룹의 자금 흐름 파악은 뒤로 미루고, 이 대표 먼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는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과감하게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한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수원지검이 경찰 수사를 지휘 중인데, 핵심 관계자 배 씨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다소 흔들리게 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을 재조사에 준하는 강도로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부장검사 엄희준)·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는데, 반부패3부가 주도하고 반부패1부가 수사를 지원하는 형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진행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에서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얻도록 했다는 의혹이 골자인데, 이를 위해 8월 31일 구속 수감 중인 김만배, 남욱, 유동규 등 핵심 관계자들의 서울구치소 수용거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원석 후보자 ‘지적’이 동력 되나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도 검찰 수사를 독려하고 나섰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포함한 핵심 수사 대상들의 해외 출국을 왜 방치했냐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수사팀이 더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원석 후보자를 잘 아는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는 “이원석 후보자는 수사를 해야 할 때 빠른 대응과 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들을 놓고 ‘해야 할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본인 판단 기준으로 절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고 그런 만큼 수사 팀을 독려해 수사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