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평균 대표발의 국민의힘 44건·민주당 55건, 가결률도 민주당이 앞서…6월 입성 이재명·안철수 각각 3건·0건 발의
9월 6일 국회 홈페이지를 보면 21대 국회 임기가 개시된 2020년 5월 30일부터 이날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의안은 1만 5198건이다. 하루 평균 18건이 발의된 것이고, 의원 한 명당 50.83건의 법안을 낸 셈이다.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5006건, 더불어민주당 9364건, 정의당 243건을 대표발의했다. 평균을 내면 국민의힘 의원은 한 명당 43.53건, 민주당은 55.40건, 정의당 40.50건씩 제출했다.
선수별로 살펴보면 초·재선 의원들이 가장 활발하게 법안을 발의했다. 초선 의원들은 총 8118건을 제출, 의원당 평균 52.03건이다. 재선 의원은 3960건의 의안을 내, 평균 57.39건을 기록했다. 3선은 2097건으로 의원당 51.15건, 4선은 665건(평균 33.25건), 5선 358건(평균 29.83건)을 보였다.
의원 개인별로 보면 21대 국회에서 100건 이상 대표발의한 의원은 22명이었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위장탈당’ 논란이 불거졌던 민형배 의원이 214건으로 가장 많은 대표발의를 한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정청래 최고위원이 대표발의 170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윤준병(165건) 이종성(159건) 송옥주(147건) 김예지(133건) 정춘숙(129건) 최혜영(123건) 이종배(122건) 이용우(116건) 서영교(115건) 임오경(115건) 이병훈(113건) 양정숙(112건) 전용기(111건) 강선우(110건) 이수진(비례, 108건) 강기윤(106건) 박주민(105건) 김정호(103건) 김도읍(102건) 의원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101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민주당 의원이 14명으로, 6명인 국민의힘에 2배가 넘는다. 무소속 의원 2명 역시 민주당 계열이다. 또한 초선 의원이 12명, 재선 6명, 3선 4명 순으로, 선수가 낮을수록 법안 발의에 활발한 것을 볼 수 있다.
법안 발의가 한 자릿수에 그친 의원들도 있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입성한 의원 중에는 전해철 황희 의원이 각각 9건, 홍영표 김웅 의원이 8건씩 대표발의 했을 뿐이다. 전해철 황희 의원의 경우 21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입각해 의정활동에 제한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홍영표 김웅 의원은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홍영표 의원실 관계자는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방위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등이다. 홍 의원은 법안 문구를 조정하거나, 법의 폭을 넓히고 좁히는 개정안이 아닌 현재 한국 사회에 절실하고 뜨거운 쟁점이 되는 법안만을 발의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에 집중했고, 그러다보니 통과가 안 되고 계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웅 의원 측도 “김 의원은 국회 입성할 때부터 법안 발의를 많이 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과잉 입법을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1년에 하나씩만 발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정보경찰 폐지를 위해 8개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올해도 하나 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법안을 많이 낸다고 능사는 아니다. 상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가결돼야 법률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의원들이 발의한 의안은 1만 5198건이지만, 본회의 가결된 법안은 697건에 불과하다. 가결률은 4.59%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총 5006건 대표발의 중 156건만 가결돼, 가결률 3.11%에 그쳤다. 민주당의 경우 9364건 중 534건을 본회의에서 가결시켜, 가결률 5.70%를 나타냈다. 의원당 평균도 국민의힘은 1.35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반면, 민주당은 3.16건으로 앞선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은 243건 대표발의 중 단 하나의 법안도 본회의에서 가결시키지 못했다.
선수별로 보면 재선·3선 의원들이 그나마 입법 성과를 가장 효율적으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 의원들은 대표발의 총 3960건 중 249건을 본회의 가결시켜 가결률 6.29%를 기록했다. 의원당 평균도 3.61건이었다. 3선 의원들은 총 2097개 대표발의 법안 중 103건을 본회의 통과시켜, 가결률 4.91%에 의원당 평균 2.51건을 나타냈다.
초선 의원의 경우 법안 총 8118건 중 310건 통과로 가결률 3.82%에 의원 평균 1.99건, 4선 의원은 총 665건을 대표발의해 24건을 본회의 가결해 가결률 3.61%에 의원 평균 1.2건이었다. 반면 5선 의원은 대표발의한 총 358개 법안 중 11건을 통과(가결률 3.07%)시켜, 의원 한 명당 채 1건을 가결시키지 못한 것(0.92건)으로 나왔다.
개별 의원별로 살펴보면 대표발의 법안 10건 중 2개 이상을 가결시킨 의원은 박범계 박찬대 도종환 김병주 정필모 등 5명이다.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박범계 의원은 23개 법안을 대표발의해 그중 5개를 본회의 가결을 이끌어내 가결률 21.74%를 기록했다.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지난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찬대 의원은 대표발의 법안 28개 중 6개를 본회의 의결시켜 가결률 21.43%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도종환 의원(대표발의 58건)과 정필모 의원(60건)의 경우 각각 12건으로 두 자릿수의 법안을 본회의 의결시키면서도 가결률 20%를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100개가 넘는 법안을 대표발의해 두 자릿수 법안 가결 성적을 낸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초선 이용우 임오경 의원이다.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금융인 출신이고, 임 의원은 핸드볼 국가대표로 뛴 체육인 출신이다. 이용우 의원은 116개 법안을 대표발의해 20건을 가결시켜 가결률 17.24%를 보였다. 임오경 의원의 경우 대표발의 법안 115건 중 17개 가결로 14.78%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송갑석(12건) 조승래(12건) 이병훈(11건) 조응천(11건) 의원 등이 두 자릿수의 대표발의 법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법안 본회의 의결 성적 상위권은 상당수가 민주당 의원인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의 입법을 대행해 처리해주는 발의도 많다. 21대 국회는 2020년부터 지난 5월초까지 상당기간 문재인 정부와 함께 일해왔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의원들의 대표발의도 많고 법안 가결처리도 많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이어 “법안발의 많이 하고, 많이 가결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의원 개개인이 자기 관심분야를 가지고 사회적 쟁점 법안을 처리했는가다”라고 했다.
반면 앞서 총 214건으로 가장 많은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형배 의원은 본회의 의결된 법안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대해 민형배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사무처는 2015년부터 대안반영폐기 법률안을 가결 법률안과 함께 ‘법률반영’ 항목에 포함하여 집계하고 있다. 의원입법 중 원안가결률이 낮은 건 법안이 대체로 위원회 대안으로 처리되는 까닭”이라며 “발의한 214건 가운데 ‘대안반영’된 게 20건이다. 대안반영 역시 입법취지가 반영되는 만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역시 대표발의 101건 중 가결 시킨 법안이 0건이었다. 그 외에도 100건 이상 대표발의한 의원 22명 중 가결률이 1%에 미치지 않는 이들은 양정숙(0.89%) 전용기(0.90%) 이수진(비례, 0.93%) 의원 등이었다.
임기 중간 의원의 사퇴·퇴직으로 비게 된 자리에 재보궐 선거나 비례대표직 승계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도 있다. 이들은 활동 기간이 짧기 때문에 대표발의 건수도 개원과 함께 활동한 의원들에 비해 적다. 또한 대부분의 법안들이 계류 중에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재명 대표는 의정활동 90여 일 동안 3개의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른바 ‘민영화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비롯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반면 이 대표와 함께 6월 함께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의원은 90여 일 동안 하나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과학과 IT, 의료 등에 본인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현재 국민의힘 당권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법안 발의에서는 본인의 전문성을 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지난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최재형 의원 역시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180여 일이 됐지만, 법안을 하나도 발의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판사와 감사원장 출신으로, 감사원장 재직 당시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치권에 들어섰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