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구조 변동 탓 운송 물량 감소 예상…정의선 회장 지분 대거 포함도 눈길
최근 두 달 반 새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 5월 30일 21만 4000원을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390원대까지 오르고 있다. 통상 해운업은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 원화로 환산해 실적을 계산할 경우 실적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고환율 수혜주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이처럼 된 데 대해 현대차그룹의 본원 사업인 자동차 산업 구조 변경에 따른 변동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액의 70%를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현대글로비스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필요한 부품이 적다. 전기차의 부품 수는 내연기관의 65% 수준이다. 그만큼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부품 관련 운송 물량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가 미국에 연간 생산능력 30만 대의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에 매년 전기차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해당 공장은 2024년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78만 8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의 미국 공장 생산 능력은 37만 대 수준으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현대차의 미국 공장이 가동률 100%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물량 중 41만 대가량은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차량을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설립하기로 한 미국 전기차 공장이 미국 내 수요를 흡수한다면 현대글로비스의 현대차 탁송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계열사뿐 아니라 비계열사와의 영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산업 변화에 따라 운송해야 할 부품 물량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계 모두 부품 변화에 대응해야 할 부분이지 않나. 현대글로비스도 마찬가지다. 현 시점에서 의견을 내기 어렵지만 상황에 맞춰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또 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20%가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그동안 지배주주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2.62%)와 기아(1.74%), 현대모비스(0.32%) 지분이 미미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정의선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재원으로 활용해 지배구조를 정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부진해 정의선 회장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의선 회장이 가지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지난 14일 종가 17만 원 기준 1조 2749억 원 수준이다. 이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약 6.54% 수준이다. 현재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로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몽땅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한다 해도 도합 7%를 넘지 못한다. 현대차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