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폭탄(총 2조 원 비축)’ 어디에 투하?
▲ 정상영 KCC 명예회장 |
지난 13일 오전 KCC는 현대중공업 주식 249만 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6972억 원이며 목적은 ‘투자자금 회수’다. 이로써 KCC의 현대중공업 보유 지분은 3.12%(236만 9393주)로 줄어들었다.
KCC는 지난해 12월 2일에도 현대차 주식 111만 5000주를 처분해 2397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또 2010년과 지난해 만도 주식 485만 주를 매각, 7814억 원을 마련했다. 이밖에 현대상선 지분도 꾸준히 매도하며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 일련의 주식 매도에 대해 KCC는 “투자자금 회수”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CC가 매도하는 주식이 범현대가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현대가와 인연을 정리하는 수순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어 KCC의 매출 중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들어 자칫 매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KCC의 잇따른 주식 매각이 오히려 KCC가 갖고 있던 단점을 없애는 작용을 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즉 가치로는 뛰어나나 현금화하기 힘든 지분들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 개인적으로도 2010년 경기도 일대 토지를 매각해 205억 원가량을 마련한 바 있다.
KCC가 지금까지 정리한 지분을 현금으로 환산해보면 2조 원가량 된다. 기업에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호재다. 이를 반영하듯 KCC의 주가도 최근 많이 올랐다. 관건은 과연 KCC가 막대한 현금으로 무엇을 할지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KCC가 과연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KCC 측 역시 “매각대금을 어디에 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명확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먼저 삼성카드에서 인수한 에버랜드 주식 대금을 치르는 데 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KCC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에버랜드 주식 대금을 아직 치르지 않은 상태. 1월 말까지 내야 하는 인수 대금에 쓸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이미 만도 주식과 현대차 주식을 처분해 마련한 돈으로도 충분하기에 새삼 현대중공업 지분까지 팔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음은 신사업 진출. 재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을 한꺼번에 마련하는 이유는 M&A(인수·합병)나 투자를 하는 등 신사업과 관련된 것 아니겠느냐”고 관측했다. KCC는 지난해 초 경기도 안성에 2조 원을 투자해 태양광·LED 부품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최근 업황이 침체해 있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철수하거나 투자를 보류하는 사업에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는 KCC가 위험을 감수해가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동안 KCC가 현대상선 지분을 오히려 지속적으로 매각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은 떨어진다. 그런가 하면 단순히 ‘꼭지에서 판 것’이라며 정 명예회장의 주식투자 비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차도 그렇고 현대중공업도 그렇고 결과적으로 큰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KCC, 정상영 명예회장의 파격 행보가 새해 초부터 큰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나이 여든을 바라보는 정 명예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계속 화제가 될 전망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