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설명회 무산시키자 보복” vs “인부들에게 갑질해 울분 못참고”…사천시민, 고성군민 동의만 받았다며 거센 반발도
한국남동발전은 삼천포발전본부 3, 4호기를 대체할 LNG발전소를 경남 고성군에 짓기로 했다. 이에 김회천 한국남동발전 사장과 백두현 고성군수는 8월 9일 진주 남동발전 본사에서 ‘천연가스발전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남동발전은 지난 5월 말 6개 지자체(민간기업 포함)로부터 유치 의향서를 접수받아 해당 지자체, 주민, 의회 등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어 6월 말 주민과 의회 동의율 과반 이상의 지자체로부터 유치 제안서를 받았다. 하지만 건설 계획이 알려지자 일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천·남해·하동석탄화력피해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 공동대표 A 씨(56)가 지난 9월 6일 남동발전 협력업체인 사천시 동금동 소재 도장업체 대표 B 씨(54)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A 씨는 코뼈가 골절되고 치아가 흔들리며, 양쪽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이 드는 등의 중상을 입고 삼천포서울병원에서 11일째 치료를 받고 있다.
9월 16일 A 씨에 따르면 8월 31일 한국남동발전이 삼천포화력 3, 4호기 대체 LNG발전소를 삼천포화력석탄재처리장에 건설키로 한 데 대한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남동발전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대책위 및 고성군 하이면 반대주민 간에 논쟁이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A 씨는 고성군 하이면 소재 식당에서 일행들과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인근 농경지 주변에서 불법 도장작업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고성군 하이면사무소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불법 도장작업을 한 업체가 바로 B 씨의 회사였다.
이후 9월 1일 오후 2시 사천시 향촌동사무소에서 LNG발전소건설 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A 씨와 향촌동 주민대표들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설명회는 무산됐다.
며칠이 지난 9월 6일 오후 2시께 A 씨는 지인들과 커피숍에서 얘기를 나눈 뒤에 남해군 창선면 발전소대책위 위원장과 함께 공동 대책위 구성문제 논의를 하기 위해 차에 탑승하려는 순간, 도장업체 대표 B 씨가 나타나 A 씨를 폭행했다. A 씨는 이로 인해 심하게 다쳤다.
A 씨는 “남동발전 삼천포화력 3, 4호기 대체 LNG발전소 건설 추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를 두 차례 무산시킨 것에 대해 협력업체 대표의 입장에서 보복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남동발전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뒤 “지난 8월 31일 인부들이 도장작업을 하고 있는데 A 씨가 나타나 이런 농경지에서 도장작업을 하면 국민들이 먹는 쌀까지 오염이 된다며 인부들을 질책했다. 환경담당공무원이 현장에 나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A 씨가 인부들을 향해 인건비를 세 배 이상 받아야 한다고 공갈과 갑질을 해 울분을 참지 못하고 폭행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편, 사천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탓 실제 피해는 고성군민보다 사천시민이 큰 데도, 남동발전이 삼천포화력발전소 소재지가 고성군이라는 이유로 고성군민만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천시민 C 씨는 “30년 넘게 삼천포화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직접 영향권 내에 사는 주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엄청난 희생을 강요해 왔다”며 “주민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데 LNG발전소 전환으로 더욱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말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