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사, 시설 확장공사 중 발생한 종물 관련 기부 심사 여부 ‘묵묵부답’
한국석유공사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정부가 출자한 정부출자기업체다.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기업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기업이 아니므로 모든 출자·사업·자산 매각 등은 국유재산법 제42조(관리·처분 사무의 위임·위탁)의 적용을 받는다.
해당 법조문에는 “위임이나 위탁을 받은 자가 해당 사무를 부적절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인정되거나 일반재산의 집중적 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위임이나 위탁을 철회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법조항에 따라 석유공사는 함부로 자산을 처리할 수가 없다.
게다가 한국석유공사법 제10조의2(주요사업 및 자산변동 등의 관리) 1항에는 “공사는 사업을 추진 또는 변경하거나, 자산의 매매 등을 할 때 공사의 재무건전성, 국가 경제 및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충분한 심사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석유공사 거제지사 비축기지 확장공사에서 발생한 암석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종물에 속한다. 다시 말해 석유공사의 자산에 속하는 것으로 매각을 통해 이익금으로 귀속할 수도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자산매각으로 발생한 손실은 국민의 손실이다.
한국석유공사 거제지사는 1994년경부터 석유비축기지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석유공사 측은 거제시와 버력(암석)반출협약서를 작성했고, 해당 버력은 민원 해결용으로 일운면번영회로 넘어갔다. 일운면번영회는 일운면 지세포리 산39 지선에 물량장을 무단으로 설치했고, 수천㎥의 버력을 불법 반출했다.
불법반출이라 말한 근거는 공유수면점·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물량장을 설치해 반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는 “거제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라 불법성이 없기에 두고 보았다”라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30여 년이 지나도록 불법 설치한 물량장은 바다의 흉물로 남아있다. 최근 이뤄진 확장공사에서 발생한 버력도 일운면번영회에 무상기부 됐다. 이 과정에서 법에 명시한 심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되고 있다.
일운면번영회는 기존 물량장 관련 일부 논란이 일자 거제시에 공유수면허가를 받아 버력을 반출할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기존 물량장에 대한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유수면허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운면번영회는 이번 확장공사에서 버력을 1㎥당 2800원, 총 1억 4000만 원의 금액으로 제3자에게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은 이뤄졌으나 버력은 현재 공유수면 허가 문제로 반출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석유공사가 30여 년간 진행한 확장공사 때마다 발생한 버력은 수천 톤에 이른다. 이 버력을 전량으로 무상기부 받은 번영회는 수십억 원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이처럼 막대한 이권을 두고 일운면번영회 내부에서 갈등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기업으로서 소유한 재산은 국유재산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사를 거쳤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끝내 답변을 하지 못했다. 심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한국석유공사법·국유재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 된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