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169명 당론 뒤에 숨어…난 일어날 땐 진보 잘 땐 보수, 문제 푸는 데 이념 중요치 않아”
세계은행에서 15년간 근무한 경제전문가인 조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비례대표에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 9월 15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조 의원을 만나 특검 반대 이유와 민생 위기에 대해 물었다.
―김건희 특검법 반대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이 나를 포함해 법사위 재적 위원 5분의 3(11명)이 된다며 김건희 특검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나한테 전화도 설명도 하나 없었다. 출연자도 모른 채 연극에 출연한다고 홍보한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대작품도 아니다.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은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서 추석 전에 입장을 밝힌 것뿐이다. 깨끗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선 때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 대응 방식으로 물귀신 작전처럼 특검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 여론에선 거부감이 있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전화하고 설명했다면 동의할 수 있었나.
“아니다. 특검법 발의하지 말자고 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민주당을 설득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무리수라고 생각하고 이런 자충수를 안 뒀을 것 같다. 이런 과정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 동의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회의원 1명이 독립적인 입법기관이라고 하더니 당론 뒤에 숨고 있다. 경제위기가 코앞에 닥친 엄중한 시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우물 안에서 싸우느라 큰 태풍이 오는 상황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묻겠다.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에 대해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
“새롭고 확실한 의혹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검찰 수사가 오래 걸려도 기다려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 사법처리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처럼 급하게 넘기면 반드시 탈이 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여야가 동의해서 넘어갔다. 지금은 그 정도 상황이 아니다.”
―박범계 의원이 “어떻게 국회 들어왔는지 되돌아보라”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여러 인연으로 만난 선배다. 존경한다. 후배한테 따끔한 말 한마디 했다고 생각한다. 할많하않(할 말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지만, 후배로서 발끈해서 대드는 것도 좋지 않다. 박 의원뿐만 아니라 여러 의원이 압박하고 있지만, 언어들이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가 궁하면 목소리가 커진다. ‘너랑 나랑 친하잖아’ 그게 끝이다. 하지만 특검은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나 싶다.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습관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역사적 책임을 꺼내 든다. 1000만 명이 이뤄낸 촛불 혁명을 실망으로 끝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역사적 책임을 지지도 않았고, 새로운 정치도 하고 있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첫 공식 당론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 발의를 택했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엔 민주주의가 없다.”
―김건희 특검법에 동의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선택적 정의다. 특검은 자극적인 주제이기에 충분히 이해하고서 추진해야 한다. 민주당은 유리할 때만 여론조사를 언급하는 강한 경향이 있다. 검수완박 법안 밀어붙일 때 반대 여론이 65%였다. 민주당에서 여론이 반대하니 숙고해보겠다는 목소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특검법은 여론 하나로 밀어붙이고 있다. 여론이 줄어들면 그 순간 멈출 것인지 묻고 싶다. 여론을 존중하고 무서워해야 하지만, 한 번의 여론조사 결과 뒤에 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 임명을 제안했다. 현행 특별감찰관법 제6조2항에 따르면,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률적 신분을 가진 이후 발생한 사안만 감찰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다룰 수 없단 뜻이다.
“특검은 과거를, 특별감찰관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공적 권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나온다. 이걸 막는 것이 특별감찰관이다. 2015년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해서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 김건희 여사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 중이다. 그걸 못 믿겠으면 공수처에 맡기면 된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10년 뒤에 불러서까지 처벌했다. 검찰의 수사가 끝나고서 불공정하고 형평성을 잃었다고 하면, 국민 여론이 들고 일어설 것이다. 그때 여야가 합의해서 특검을 임명하면 된다. 지금은 민주당만 특검을 임명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논쟁거리다. 민주당은 사법기관을 존중하고 믿어야지 식물기관으로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
―검찰이 2년간 김건희 여사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로 조사를 못 했다면 누구 책임인가. 문재인 정부 내에서 검찰이 하지 못한 게 뭘까.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 더 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역사적 책임을 지라고만 하지, 검찰 수사 뭐가 부족했는지 전혀 말하지 못하고 있다.”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가 ‘퉁칠 건 퉁치자’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퉁치자’는 표현은 자극적이라 미안하다. 정치인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의도였다. 정치는 어려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대타협이다. 기계적으로 이만큼 잘못했으니까 벌 받고, 이만큼 잘했으니까 상 주자는 건 ‘검찰 정치’ 하자는 거와 똑같다. 이제는 타협이 죄악시되고 있다. 사업하면 100 대 0 없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주고받는다. 정치 온도를 낮춰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타버린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배우자를 논쟁으로 삼는 건 주먹 휘두르고 싸울 때도 하지 않던 일’이라고 언급했다. 무슨 뜻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찰이 ‘성남 FC 후원금 의혹’ 수사 관련해 기존의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이재명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억울한 일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다. 사법부도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면 대한민국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거다. 사례를 남기면 다 따라한다. 이재명 대표 수사는 민주당도 다 예상했던 문제다. 벌어진 팩트에 대한 수사다. 야당 대표가 된다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면 오만이다. 민주당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없다. 만약 이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과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면 전쟁에서 진 장수를 가혹하게 대한다는 동정심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시대전환이 범여권으로 합류할 가능성은 있는지 궁금하다.
“전혀 없다. 난 일어나면 진보고, 잘 땐 보수다. 문제를 볼 때 답을 찾고 싶어서 진보와 보수 양쪽을 거침없이 쓰고 싶고, 쓰고 있다. 문제 푸는 데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이런 실용적,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정당도 필요하다. 거대 여야는 이념만 중시하며 극한의 대립만 유발하고 있다. 특검법 혼자 반대하는 데 주목받고 있지 않나. 국민 생각을 두고 판단하는 제3지대가 교섭단체로 진출해야 한다.”
―경제전문가로서 현재 위기 상황을 짚어 달라.
“이자, 환율, 물가다. 큰일이다. 물가 앞에 장사인 정치 없다. 윤석열 정부 낮은 지지율 핵심은 물가다. 민생이 퍽퍽하다. 미국이 금리 인상하는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여력 상실하고 있다. 고물가에서 죽는 건 다 서민이다. 정밀 타격한다는 심정으로 가장 위험한 문제를 골라내 2023년 예산에 다 반영해야 한다. 노동자, 기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로 와서 논의하고 위기 대응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건 국회뿐이다. 국회의원이 수해현장으로 달려나가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의원은 이 같은 수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책무다.”
―경제와 민생 위기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냉정하게 올해까지는 문재인 정부다. 하지만 내년에도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에서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을 꾀하는 건 잘하는 거라고 본다. 세금은 벌금이 아니다. 종부세는 벌금적 개념이 강하다. 부동산을 잡기 위한 부자연스러운 세제 정책 정리하는 게 맞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거대 여야가 정쟁만 하면서 아직 나온 게 없다. 민생 논의해도 기사가 하나도 안 나온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동력도 상실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