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6일 방송되는 KBS '시사 직격' 133회에서 성범죄자의 반성문과 감형에 대해 알아본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왔던 성범죄 형량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7월 4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감형 남용을 막고자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앞선 6월에는 꼼수감형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대검찰청의 방침이 발표된 바 있다.
국회도 '반성문 감형 꼼수 근절법'을 발의했다. 성범죄 가해자의 감경 그리고 성범죄 양형의 현주소를 논의해본다.
성범죄 재판이 시작되면 가해자는 양형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재범의 우려가 없고,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를 재판부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제출하는 양형자료는 다양하다.반성문, 기부영수증, 헌혈증, 가족사진, 초중고 생활 기록부, 부채 증명서, 처방전, 급기야 군 사격 포상까지 동원된다.
이 중 대표적인 양형자료는 반성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제시한 성범죄 양형기준 감경요소에는 '진지한 반성'이 명시되어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선고된 성범죄 중 '진지한 반성'이 적용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된 케이스는 무려 63.8%에 달한다. 성범죄 가해자들은 재판부에게 '진지한 반성'을 인정받기 위해 반성문을 제출한다. 그 수가 많게는 100장을 넘긴다.
최근 '성범죄 감형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1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성범죄 가해자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꼼수감형' 정보와 이를 통해 감경받은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한 로펌에서 운영하는 이 카페는 연계된 심리상담소와 반성문 서식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반성문 대필에 드는 비용은 3만 원에서 5만 원정도이다. 감형 컨설팅 업체도 등장했다. 각종 감형 팁을 매뉴얼화하여 50만 원 가량의 감형 패키지를 따로 마련하고 있다. 반성문, 탄원서, 실제로 받지 않은 심리상담 확인증, 심리상담사 소견서, 재발 방지 교육 수료증을 준비해준다. 가해자는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오지원 변호사는 "양형 심리가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걸 악용하는 거죠. 피고인이 말하는 게 사실인지를 아무도 확인하지 않죠"라고 말했다.
지난 4월 80대 노인이 등굣길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다. 노인은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추행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각각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번의 재판 모두 '고령'과 '경찰공무원으로 성실하게 생활한 점'이 감경사유가 돼 실형을 피했다.
집행유예를 결정하는 양형요소인 '사회적 유대관계 분명'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 학력, 환경일수록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재판부의 시각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다. 절차상 검사와 피고인의 다툼이기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자가 재판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피해자 진술권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재판기록 열람 등에서 소외되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기회가 부족하다. 다수의 전문가는 성범죄 재판 양형과정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 피해자 당사자로서의 위치를 찾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류영재 판사는 "재판에 피해자의 서사도 나타나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상 법정 진술할 건지 묻지도 않고,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으니까. 피해자는 내가 진술 할 수 있는지도 모르다가 재판이 끝난단 말이에요. 이건 법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꼼수감형이 가능하도록 하는 가해자 중심의 성범죄 양형기준을 살펴보고 피해자의 절차참여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은 성범죄 재판의 현실을 짚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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