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선정 ‘세계 50대 발명품’에 이름 올려…“경쟁력 충분, 전폭적인 지원은 필수”
#타임도 인정한 신기술, 규제가 발목
와이파워원의 무선 충전 방식은 도로 밑이나 도로 위에 설치된 급전 패드에서 생성한 전력을 차량 하부에 부착하거나 내장한 집전 패드에서 무선으로 받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도로에 매설하기 때문에 유선 충전과 달리 따로 별도의 충전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플러그가 서로 달라 생기는 호환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수시로 충전되기 때문에 배터리를 소형화할 수 있고 수명도 2~3배 이상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그야말로 전기차 유선 충전 인프라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조동호 와이파워원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 150kw짜리 고속 충전기를 꽂는 건 불안한 일이다. 실제 전기차 공유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차 반납할 때 충전기를 꽂고 가야 하는데 비오는 날에는 대부분 그냥 간다”며 “평생 안 망할 것 같던 유선전화 시장이 사라지고 모두가 이동통신 시장으로 옮겨갔다. 똑같은 일이 충전 시장에서도 발생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동호 대표가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을 개발한 건 2009년이다. 일반인들에겐 전기차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조 대표가 신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서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의 영향이 컸다. 서 전 총장은 21세기 인류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 문제를 풀려면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중이던 조 대표가 이에 공감하면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조 대표는 배터리를 최소화해 자동차에 탑재하는 대신 전기도로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충전하면서 동력을 얻어 달리는 방식을 구상했다.
해외에서 먼저 기술의 혁신성을 알아봤다. 2010년에는 시사주간 타임이 ‘세계 50대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당시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카이스트를 방문해 무선 충전 기술을 적용한 교내 셔틀버스를 견학하고 서남표 전 총장과 면담을 하고 가기도 했다. 조동호 대표는 “이스라엘 대통령이 귀국 후 서 전 총장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만든 회사가 일렉로드라는 전기차 무선 충전 회사다. 지금은 일렉트론이라 부르는데 우리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그 회사가 지금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 스웨덴, 미국에서 전기도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기술의 원조 격인 조동호 대표의 무선 충전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발목을 잡은 건 규제였다. 2009년 말부터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을 돌아다니는 코끼리 열차에 무선 충전 기술을 적용했다. 2010년 상반기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나 일반인이 탈 수 있게 하려면 따로 인증서가 필요했다. 필요한 인증을 받아 갖추는 데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미시 시범사업을 하는데도 따로 인증이 필요했다. 앞서 서울대공원에서 받은 인증이 폐쇄도로 인증이라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개방 도로 인증을 새로 받는 데 2년이 더 걸렸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없던 시절이었다. 조동호 대표는 “당시 카이스트 사업이었기 때문에 학교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겨우 시범사업 딱 하나 한 거다. 당시에는 소통 창구도 없었고 담당 부서도 없어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교섭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세계표준이 존재할 수 없는 신기술인데 공무원들이 자꾸 인증을 받아 오라고 요구해서 난감하기도 했다. 지금은 다행히 규제 샌드박스가 생기면서 신청하면 담당자가 배정되고 승인 받으면 바로 시범사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0년 9월 23일 와이파워원의 전기버스 무선 충전 서비스의 실증특례를 의결하며 와이파워원은 규제 샌드박스 특례승인기업으로 지정됐다.
#규제 풀어주는 것을 넘어 전폭적 지원까지 필수
조동호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만으로 감지덕지해서는 안 된다. 신기술·신산업일수록 초반에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테슬라 같은 경우 연방정부에서 충전 인프라 구축비용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주면서 전기차 활성화에 기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선 충전 인프라만 보조금을 주고 있고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무선 충전 인프라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차 무선 충전 서비스를 운용의 가장 큰 벽은 비용 문제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대량생산에 나서면서 유선 충전기 비용이 크게 떨어졌다. 조동호 대표는 “유선 충전과 무선 충전을 지금 당장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이동통신요금이 유선전화요금보다 훨씬 비싼데 다들 편리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을 쓰지 않느냐. 해외 무선 충전기 업체들과 비교할 때 우리 제품의 가격은 절반쯤밖에 안 되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차에만 집전 패드를 달 수 있는 건 아니다. 조동호 대표는 “이미 만들어진 모든 차종에 집전장치를 새로 달 수 있게끔 애프터마켓 솔루션을 개발했다. 유·무선 충전이 다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인프라 구축 속도가 더뎌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금융권과 건설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선 충전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와이파워원은 현재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 순환 전기버스 노선에서 전기버스를 3대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코끼리 열차 3대와 경북 구미에 있는 무선 충전 버스 4대도 운행 중이다. 올해는 쿠팡 물류센터 3곳에 집전 패드를 단 트럭을 5대씩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조동호 대표는 “급전패드를 깔아놓은 충전 슬롯 위에 차를 대고 상하차하고 나면 이미 충전이 끝나 있기 때문에 따로 충전하러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미 2019년 두바이 도심에 60m짜리 전기도로를 깔기도 했다. 조동호 대표는 “원래 1km를 깔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잠정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영국과 미국 쪽도 알아보고 있고 중동의 사우디도 교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5~10년 안에 전기차 무선 충전 시대가 올 거라고 확신한다. 다만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를 위해 앞으로 시범사업과 연관된 더욱 다양한 지원이 생기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