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핸드백 내 건 줄 알았어요…’
이상득 의원
이상득 의원 부인 최 아무개 씨가 지난해 12월 초 절도사건에 휘말렸던 사실을 <일요신문>이 단독으로 확인했다. 최 씨는 서울 시내 한 호텔 사우나에서 타인 소유의 명품 핸드백을 들고 나오려다가 물의를 빚었다고 한다. 최 씨는 피해자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호텔 측에 “내 핸드백과 동일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 측은 “오해를 푼 후 최 씨와 피해자가 서로 식사도 했다”면서 ‘해프닝’임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이명박 대통령 ‘형수님’이자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이상득 의원의 부인이 절도 구설에 오른 내막을 따라가 봤다.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A 호텔 헬스클럽은 재벌 2·3세,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많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호텔 헬스클럽 중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그 이유는 시설이 최고급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한적해 사람들 눈에 띄기를 꺼리는 ‘VIP’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상득 의원 부인 최 아무개 씨 역시 이곳 회원이다.
이 의원이 공개한 2011년 재산목록을 살펴보면 최 씨가 A 호텔 헬스클럽 회원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격은 2850만 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재 4000만~5000만 원 사이에서 실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해 12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동을 하기 위해 A 호텔을 찾은 50대 중년 여성 B 씨는 잠시 의자 위에 올려놨던 자신의 핸드백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B 씨가 잃어버렸던 핸드백은 L 사에서 판매하는 1500만 원 상당의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B 씨는 최 씨가 자신의 핸드백을 집어 캐비닛에 넣었다는 주변의 ‘목격담’을 듣고 호텔 측에 이를 알렸다. 또한 A 호텔 관내에 있는 중부경찰서 지구대에 신고를 했다. 경찰과 호텔지배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최 씨 캐비닛을 열자 B 씨가 분실한 핸드백이 들어있었다. 운동을 하고 있던 최 씨는 “내 것과 똑같아 착각을 했다”면서 B 씨에게 사과의 뜻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이 의원은 이 사건이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 측은 지난 1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그 내용을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이 의원이 최 씨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고 한다. 최 씨가 자신의 핸드백과 헷갈려서 캐비닛에 넣은 것은 맞는데 호텔 지배인이 보는 앞에서 B 씨와 원만히 잘 해결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안다. 나중에 최 씨와 B 씨가 같이 식사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최 씨가 B 씨 핸드백을 들고 왔다는 것 자체는 맞다. 하지만 가방의 모양이 비슷했다고 들었다. 살면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최 씨가 이 의원 부인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 호텔 측은 “그런 일이 없었다”며 사건 자체를 부인했다.
최 씨가 절도범으로 오인을 받았다는 내용은 호텔업계를 중심으로 조금씩 퍼져나갔다. 일부 사정기관에서도 지난 1월 초부터 이를 인지하고 확인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이 취재에 착수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그 실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며 전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덧붙여져 돌아다니기도 했다.
호텔업계 및 청와대 관계자, 이 의원 측근들로부터 ‘팩트’임을 확인한 기자에게 대부분 인사들은 “정권 실세인 이 의원의 부인이 뭐가 아쉬워서 핸드백을 훔치겠느냐”며 반신반의했다. 심지어 사정기관의 한 고위 인사조차도 ‘100% 루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권력 최고실세 부인이 연루된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보면 다소 ‘황당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권 최고위층 부인이 이런 사건에 연루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의원 측 해명대로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만 일각에선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A 호텔 이용자들 사이에선 ‘최 씨가 사건 당일 소지했던 핸드백이 B 씨가 분실했던 핸드백과 완전히 모양이 달랐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물론 최 씨가 B 씨 핸드백과 똑같은 것을 소유하고 있을 수는 있지만 사건이 일어났던 날 다른 핸드백을 가지고 왔다면 “착각을 했다”는 최 씨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호텔 측이 CCTV를 통해 최 씨가 가방을 들고 나가는 장면을 확인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설령 최 씨가 ‘진짜’ 오해를 했더라도 경찰과 호텔, 피해자가 모두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 씨가 ‘로열패밀리’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처럼 ‘일사천리’로 사건이 해결이 됐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절도범들이 적지 않다.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통상 훔쳤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면서 “이 경우에도 만약 목격자가 없었다면 B 씨는 최 씨가 자진납세를 하지 않는 한 핸드백을 찾을 수 없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업계에서는 이 사건을 A 호텔 헬스클럽의 ‘특수성’과 연관 지어 바라보기도 한다. 기자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은 H 호텔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A 호텔 헬스클럽은 최상위층이 운동하는 곳이다. 따라서 웬만하면 구설에 오르는 것을 꺼린다.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이 언론을 통해 나온 적이 있느냐”면서 “또 누가 어떤 신분인지 대부분 서로 알고 있다. 최 씨 정도면 그중에서도 가장 ‘톱클래스’다. B 씨가 최 씨에게 함부로 할 수 있었겠느냐.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면 우리도 당연히 덮는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 의원은 이 사건 발생 후 며칠 뒤인 12월 11일 ‘전격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