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환혼’ 등 5편, 넷플릭스 ‘지우학’ 등 4편, JTBC ‘기상청 사람들’ 등 3편…신생 ENA ‘우영우’ 10위 기염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이 5위에 올라 있고 10위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이 두 편이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로 △12위 ‘사내맞선’ △20위 ‘환혼’ △30위 ‘스물다섯 스물하나’ △38위 ‘신사와 아가씨’ △57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58위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 △64위 ‘수리남’ △68위 ‘내일’ △71위 ‘해피니스’ △72위 ‘우리들의 블루스’ △78위 ‘그 해 우리는’ △79위 ‘고스트 닥터’ △83위 ‘서른, 아홉’ △85위 ‘소년심판’ △89위 ‘나의 해방일지’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21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데 반해 2022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그리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5위에 오른 ‘지금 우리 학교는’과 57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64위 ‘수리남’, 85위 ‘소년심판’ 등 4편만 톱10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도 ‘지금 우리 학교는’을 제외하면 모두 50위권 밖이다. 공개된 지 얼마 안 된 ‘수리남’이 몇 위까지 치고 올라가느냐가 관건인데 이미 일일 순위에서 톱10 밖으로 밀려나 큰 폭의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
가장 화려한 실적을 올린 곳은 케이블 채널 tvN이다. 20위 ‘환혼’, 30위 ‘스물다섯 스물하나’, 71위 ‘해피니스’, 72위 ‘우리들의 블루스’, 79위 ‘고스트 닥터’ 등 5편이나 톱100에 이름을 올리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JTBC도 3편의 드라마를 순위에 올렸다. 58위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83위 ‘서른, 아홉’, 89위 ‘나의 해방일지’ 등이 그 주인공으로 2021년 톱스타급 여배우를 대거 출연시켰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던 JTBC 드라마가 2022년에는 반등에 성공했음이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톱100에 이름을 올렸다.
SBS는 12위 ‘사내맞선’, 78위 ‘그 해 우리는’ 등 두 편을 배출해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KBS는 38위에 오른 ‘신사와 아가씨’, MBC는 68위에 오른 ‘내일’로 체면치레는 했다. 아무래도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상파 방송 3사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국내 OTT 업체 웨이브를 통해 서비스하고 일부 드라마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해 표본 자체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 이 외에 가장 눈길을 끄는 채널은 신생 케이블 채널 ENA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10위에 올려놓으며 기염을 토했다.
2021년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연이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고 2022년 초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 그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경우 단 번에 월드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스타급 배우와 제작진의 쏠림 현상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사실 제작사 입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은 밑질 것 없는 장사다. 드라마 별 세부 계약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넷플릭스는 드라마 제작비와 수익에 해당하는 금액(대체적으로 제작금의 10~20%가량)을 함께 제작사에 제공한다. 드라마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지라도 제작사 입장에선 손해 없이 일정한 수익이 보장된다. 다만 흥행에 성공할 경우 수익은 올곧이 넷플릭스 몫이다. 넷플릭스 역대 최대 흥행작이 된 ‘오징어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모든 수익은 100% 넷플릭스 몫이지만 너무 큰 흥행 성적을 기록한 데다 후속 시즌도 준비해야 해 일정 부분의 수익 배분이 이뤄졌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국내뿐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제작사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는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해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에이스토리는 한국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킹덤’ 시리즈를 제작한 곳이다.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컨퍼런스 특별세션에서 이 대표는 “IP는 결국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돼 제작사의 생존 기반이 된다”며 “IP가 없으면 외주를 맡아 생존하고, 또다시 외주를 맡는 데 주력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생 채널인 ENA에서 방영된 계기 역시 “국내에서도 방영권 구매만 가능한 채널을 고려하다 신생 채널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분명 안전한 길이지만 외주 제작만 반복하는 악순환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비롯해 디즈니 플러스(+), 애플티비 등 글로벌 OTT와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 업체들까지 분명 과거에 비해 드라마 유통 경로는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제작사가 IP까지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크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신생 채널과 손을 잡는 방법이 있지만 신생 채널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ENA는 비록 신생 채널이지만 KT그룹 계열사라는 막강한 힘이 뒤에 숨어 있었다.
tvN과 JTBC의 약진 뒤에는 안정적으로 좋은 드라마를 제작·공급해주는 자회사의 역할이 존재한다. tvN에는 CJ E&M의 드라마 사업부문이 2016년 5월에 물적분할된 스튜디오드래곤이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주로 tvN과 OCN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글로벌 공개되고 있다. JTBC는 중앙그룹 산하의 콘텐츠 제작사 SLL이 있다. 2022년 4월 JTBC 스튜디오에서 SLL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이제 단순히 JTBC 드라마만 제작하는 회사가 아닌 글로벌 톱티어 스튜디오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이 담긴 사명 변경이다.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2022년 넷플릭스 TV 쇼 부문 톱100에 2편의 드라마를 올린 SBS 역시 자회사 스튜디오S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1년에 5~6편 정도의 드라마만 스튜디오S에서 제작할 뿐 아직까지는 외주 제작 드라마가 많다.
스튜디오드래곤과 SLL이 제작하는 드라마는 tvN과 JTBC 등을 통해 방영되며 국내 OTT 티빙과 글로벌 OTT 넷플릭스 등을 통해서도 공급된다. IP의 경우 제작사와 방송사가 같은 계열사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기 않는다. 그리고 넷플릭스에는 방영권만 판매한다.
이런 까닭에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은 막강한 드라마 제작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과 SLL를 보유한 tvN과 JTBC가 주도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자본력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2년 넷플릭스 TV 쇼 부문 톱100에 오른 드라마 17편 가운데 무려 12편이 tvN과 JTBC,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편중돼 있음이 이런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