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회사·재단 등에서 중책 맡은 핵심 측근 2명 참석 확인…천공은 참석하지 않은 듯
윤 대통령 부부와 천공이 처음 인연 맺은 시점은 2017년경으로 알려졌다. 천공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 부부 멘토로 알려지면서 건진법사, 무정스님 등과 함께 무속 논란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여러 무속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큰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윤 후보가 정략상 무속인들과 인연을 끊거나 거리두기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천공 측근들이 취임식장에 자리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천공의 끈끈한 관계가 여전함을 입증했다.
일요신문은 최근 대통령 취임식 명단에 등재된 윤 대통령 부부의 일부 사적인 지인들 이름과 그들에게 취임식 초청장이 발송된 주소지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취재한 결과 앞서 천공의 핵심 측근 두 명이 초청장을 받아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측근 두 명은 천공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문화재단 등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대외적으론 천공 제자들로 통한다.
취임식 명단에 올라 있는 천공의 핵심 측근 한 명은 천공이 운영하는 (주)케이에이글로벌 대표이사이자 (재)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인 신경애 씨(65)다. 또 다른 한 명은 케이에이글로벌 감사인 신 아무개 씨(45)다. 신 감사는 천공이 운영하는 기업과 재단의 회계 전반을 담당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정법시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정법 관련 기업과 재단은 천공과 신경애 대표, 신 감사 등 3인방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에이글로벌은 출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부동산업, 영화 및 광고 제작 등 여러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혜공’으로도 불리는 신경애 대표가 취임식 초청장을 받은 곳은 그의 주소지인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아파트였다.
천공에겐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수제자 지공스님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이후 불미스러운 일로 등졌다. 지공은 지난 5월 말 천공과 신경애 대표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지공은 자신이 창작한 장편 시(詩) ‘구도(求道)의 여정’을 천공과 신 대표가 개인 영리를 목적으로 유튜브 동영상 정법(正法)강의 등에서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내 저작물로 돈벌이” ‘윤석열 부부 조언자’ 천공 피소 내막).
지공은 지난 7월 일요신문과 만나 신경애 대표에 대해 “신 대표는 2003년 천공이 부산에서 도반들(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시절 ○○○ 씨의 소개로 천공을 찾아왔다”며 “이후 천공이 신 대표에게 개인적인 특별 공부를 시켰다. 천공이 당시 법문을 녹음하면 신 대표가 이를 편집해서 엠피스리(MP3)로 제작해 도반들에게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천공과 신 대표 인연이 2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천공은 신 대표를 “1등 제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천공은 7월 26일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올린 영상에서 신 대표 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스승의 제자인 신경애 원장이 만들었다. 스승님한테 공부를 한 1등 제자가 이런 걸 써보겠노라고 해서 허락을 해줬다. 나는 이 책을 칭찬했다. 제자를 나는 칭찬 한 번도 해준 적 없는데 이렇게 책을 쓴 걸 보고 다 읽고 나서 눈물이 글썽했다”고도 했다. 신 대표가 자신의 수제자임으로 공표한 모양새다.
일요신문은 취재 과정에서 신경애 대표가 6월 13일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기’를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신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막상 (취임식) 현장에 가서 느낀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선생님(천공)이 말씀하시는 홍익인간 씨앗이 발현된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밝다고 느꼈다”며 “윤 대통령은 굉장히 복이 많으신 분이다. 사모님(김건희 여사)이 정말 큰 역할을 많이 하셨구나 생각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신 대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우리나라가) 지금은 세계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영부인(김건희 여사)은 굉장히 젊다. 특히 국제 행사를 많이 주관하신 분이라 국제적인 감각과 센스가 있으신 분이다. 영부인 외모도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으로 미스코리아급 영부인이 나왔다. 선생님(천공)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그 사람의 외모도 실력이다. 여사님이 지금은 당분간 그림자 내조를 하지만 그 내조를 어느 정도 하고 나면 바깥에 나오셔서 우리 여성들과 정말 멋진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신 대표와 함께 취임식에 참석한 또 한 명의 천공 핵심 측근인 케이에이글로벌 감사 신 씨에게 초청장이 발송된 곳은 서울 용산이었다. 케이에이글로벌 사무실은 서울 용산동 5가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있다.
그런데 정작 천공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천공스승’이나 천공의 개명 전 이름인 ‘이병철’ 등으로 초청장을 발송한 기록은 없었다. 다만 개명한 ‘이천공’으로 초청장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설사 천공이 초청장을 받았다 해도 실제 참석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가 범상치 않은 긴 백발 외모로 취임식장에 자리하면 언론과 참석자들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을 터. 천공은 그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취임식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요신문은 신경애 대표에게 대통령 취임식 참석과 관련해 묻고자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서 문자 메시지 등을 보냈다. 하지만 신 대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가 누군지 말해줄래?” 천공과 신 대표 뉴욕 포착 앞과 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스승은 지난 6월 가수 김흥국이 진행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언급한 바 있다. 천공은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은 있는데 친분에 대해 조금 알아야 한다. (내가 올린) 유튜브 (정법강의) 영상을 김건희 여사가 3~4년간 보고 연락을 취했다”며 “(김 여사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연락을 해서 ‘만나 뵐 수 없느냐’고 (연락이) 왔다”며 첫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2017년 5월~2019년 7월)에 같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천공이 처음 사람들 관심을 끈 건, 윤 대통령이 2021년 초 검찰총장을 그만둬야 할지 말지 고민할 때 “정리”할 것을 “코칭”해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무속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에 등장했다. 최근에도 정치권에서 그가 호명됐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윤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취소 논란과 관련해 천공을 소환했다.
김 의장은 “‘조문을 가면 탁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으니 가면 안 된다’고 천공이 (9월 15일 했던) 정법강의가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튿날 (윤 대통령의 순방) 출발 시각이 변경 공지됐다. (예정대로) 7시에 출발했다면 넉넉하게 조문이 가능했다”며 무속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는 또 “대통령실이 속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면 여러 정황상 국민들은 ‘천공이 말한 탁한 기운 때문에 고의적으로 출발을 늦게 했고 (영국의) 교통 통제를 빌미 삼아 의도적으로 조문을 회피했다’고 믿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직전인 9월 초부터 중순까지 천공과 그의 수제자인 신경애 (주)케이에이글로벌 대표 등 일행은 미국 뉴욕에 머물렀다. 현지 한인매체에 따르면 9월 9일 천공의 뉴욕 강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현지 교민 반대 등으로 취소됐다. 천공과 신 대표 뉴욕 행적은 해외 소셜미디어(SNS)와 정법시대 교인 블로그 등을 통해 확인됐다. 틱톡 팔로어가 25만여 명인 미국인 댄서가 9월 16일 올린 영상엔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천공과 신 대표 모습이 담겼다. 도포 차림에 수염과 머리를 길게 기른 천공이 신기했는지 댄서는 “그가 누군지 말해줄래(Can somebody tell me who he is)”라고 영상 자막을 달았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9월 27일 기준 180만에 달했다. 해외 누리꾼들은 “무술 고수” “닌자” 등 댓글을 달았다.
정법시대 한 교인은 9월 19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천공스승 미국 만행(萬行) 동참기, 뉴욕 맨하튼’ 글에서 “스승님께서 국내외로 많이 시끄러워서 참으로 비통했다”며 “오는 내내 비행기 안에서 안타까움이 가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뉴욕에서의 천공과 신 대표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올렸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천공은 자신에 대한 최근 보도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천공은 7월 19일 정법시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다 보니깐 나하고 인연이 된 사람을 조금 도와줬더니 이걸 가지고 프레임을 씌워서 사이비, 무속인 이래가지고 덮어씌워서 그 사람(윤 대통령)을 죽이려고 나를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 보니깐 이 나라에 내가 소문이 났다. 노이즈 마케팅이 된 것 같다. 이상한 방법으로. 천공스승님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국감 이슈로 떠오른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명단
역대 대통령 취임식 가운데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처럼 참석자 면면을 놓고 논란이 된 적은 없다. 김건희 여사와 주가 조작 공모 의혹을 받고 있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아들과 배우자 등을 비롯해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통장잔고증명서 위조사건 공범, 대통령실 관저 리모델링 공사 특혜 수주 의혹 업체 대표, 극우 성향 유튜버 등이 언론 보도를 통해 취임식 참석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에 대통령 취임식 명단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일체 파기했다”고 답했다가 다시 논란이 일자 8월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실무자 착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기록관에 명단을 이관할 때 공개하겠다”며 넘어갔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민주당에 취임식 명단에 대한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인적사항 대부분이 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참석자 이름은 성(姓)만 나오고 추천 기관, 주소, 직업, 초청 사유 등은 전부 가려졌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선 “답변을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강한 불만이 나왔다. 대통령 취임식 명단은 민주당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단히 벼르고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