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저가 매수해 준다고 현혹 뒤 먹튀…A 사·태경에너지 “상장 계획 없고 사기와도 무관” 하소연
“태경에너지 주식이 10월 초 상장된다며 상장 전에 저렴한 금액으로 우선 매수해준다는 사기를 당했습니다. 현재 연락했던 담당자 핸드폰은 꺼진 상태고 SNS메신저는 탈퇴한 상태입니다.”
9월 22일 온수패널 및 전기보일러 업체인 태경에너지 주식 관련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온라인상에 연달아 올라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태경에너지는 곧 상장 예정이고, 상장 전에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으로 투자 권유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9월 20일 해당 회사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올라온 공지글을 보고 나서 피해 사실을 직감했다. 태경에너지는 “현재 수소에너지 개발 등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회사 상장에 대한 거짓된 정보로 본사와는 상관없이 주식매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재 회사 상장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다. 더 이상은 허위정보로 피해를 입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태경에너지 관계자는 “약 한 달 전부터 상장에 대한 문의와 주식 매수를 했다는 사람들 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왔다”며 “우리는 상장 계획이 없고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들이다. 작은 회사일 뿐”이라고 전했다. 태경에너지 A 대표는 “상장한다고 해서 투자했다고 하는 사람들 얘기가 ‘이번만은 믿으라’는 말에 당했다고 한다”며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주부 등 피해입었다고 연락오는 사람들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태경에너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거래소 공문서 위조본을 만들어 상장의 증거로 내세웠다. 해당 문서를 보면 상장 주식수는 380만 주, 주당 가격은 4만 5000원, 상장일은 오는 10월 25일이라고 나와 있다. 심지어 한국거래소 직인과 코드번호까지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기업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일이 없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있고, 상장공시시스템에서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3D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A 사는 최근 유사 투자자문사로 추정되는 드림홀딩스라는 업체가 장외에서 A 사의 구주를 고가에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기주의’ 공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A 사에 따르면 드림홀딩스 역시 한국거래소 공문서 위조본을 상장 증거로 내세웠다. A 사는 “상장 계획도 없고 주식 사기와도 무관한 입장”이라며 “당 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공모예정이다’는 말과 함께 공문서를 위조해 증거로 활용하는 등 비장상 주식을 둘러싼 사기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한 투자전문가는 “증권사에 전화만 해봐도 거짓말인 걸 바로 알 수 있는데, 이들의 말만 믿고 투자금을 입금해 큰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실제로 IPO(기업공개)를 진행 중인 종목으로 현혹하는 수법도 있다. 기관에서 해당 종목을 매수했다가 반환하는 일이 발생해 개인에게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매수할 기회를 준다며 주식을 먼저 입고해준다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권사 계좌번호를 받아놓고 거짓말로 상황을 꾸며내 다른 장외주식을 같은 값이라며 입고시키고 나중에 해당 주식을 주겠다고 하는 식으로 둘러댄다. 절대 이 같은 수법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IPO 공모주 투자 열풍에 편승해 메신저‧유선통화 등을 통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보유 또는 보유 예정인 비상장주식을 매수하도록 권유하는 불법 투자매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과거 상장한 회사가 마치 본인들의 컨설팅을 통해 상장에 성공한 것처럼 속여서 투자자를 유인하고, 비상장주식 투자 권유 과정에서 ‘수개월 내 상장예정’, ‘OO배 수익보장’, ‘상장 실패시 재매입’ 등의 문구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11월 중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제보 코너를 통해 접수된 불법 금융투자업자 관련 신고‧제보는 635건으로 전년 동기(391건) 대비 약 62% 증가했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상장이 확정됐다고 말하거나 상장일자를 안내하는 등 구체적 허위사실을 고지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 ‘기망’이 인정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업체 대부분이 대포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도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비상장주식 투자권유를 받는 경우 ‘상장 예정’, ‘주간사 선정’ 등 확인되지 않은 홍보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투자시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사기가 의심되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신속히 경찰에 신고하거나 금융감독원에 제보해달라”고 밝혔다. 또 “피해 사실을 알리기 두려워 신고‧제보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불법업자가 범죄수익을 은닉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며 신속한 신고‧제보를 통해서만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변호사는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일단 수사기관에 신고해 범인의 계좌와 신원이 특정되도록 해야 한다”며 “형사고소와 함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또는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기죄 유죄판결 및 민사소송 승소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사기업체가 돈이 없으면 받을 수 없으므로 민형사상 고소와 함께 계좌압류를 해서 실질적 피해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