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쌍 주둥이’ 코믹의 본때 보여줘…“속편 계속 되면 누나 바짓가랑이 잡고 가야죠”
“이번엔 저도 드러내 놓고 코미디를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전엔 주상숙이 소동을 일으키면 제가 수습하고 놀라는 정상인의 행동을 하는데, 속편에선 같이 소동을 일으키는 식이죠. 심지어 옆에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분을 두고 연기해야 한다는 게 또 부담으로(웃음). 그래도 그런 부담감을 터놓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현장이었기에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고민은 계속 있었죠. 우리끼리는 즐거웠는데 관객 분들이 즐거워하실까 하는(웃음). 미란 누나가 전편에서 정말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그때 그랬어요. '누나, 내가 옆에서 봤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너무 재미있어'라고. 그런데 이번엔 제가 직접 코미디 연기를 하게 되니까 누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9월 28일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2'에서 김무열이 맡은 전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의 보좌관 박희철은 주상숙과 함께 쌍으로 '진실의 주둥이' 저주를 받게 된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기적적으로 강원도지사 당선에 성공한 주상숙이 연임을 앞두고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와중에 그를 보필해야 할 보좌관마저 똑같이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이 더 커진 셈이다. 특히 박희철의 진실의 주둥이는 그동안 자신을 푸대접했던 상사 주상숙을 향해 열려 있다 보니, 그런 그의 대사가 관객들 중에서도 '을'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전편과 달리 이번엔 김무열도 라미란과 함께 쌍끌이 작전으로 극의 코미디 파트를 더욱 풍성하게 이끌고 나가지만 여전히 그는 “이번에도 라미란 누나의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갔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미란 누나가 3편, 4편, 5편까지도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걸 인터뷰 기사에서 봤어요. 그러면 저는 또 바짓가랑이 잡고 갑니다(웃음). 누나가 1편에서 거짓말을 하지 못 하는 캐릭터를 너무 잘 연기하셔서 그걸 보신 관객분들의 호감과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게 우리에게 큰 힘이 됐어요. 배우가 편안함을 잃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작업할 때 굉장히 유리한 부분인데 그런 부분에서 정말 감사했죠. 감독님도 그렇고 미란 누나, (윤)경호 형(봉만식 역) 다 함께 즐겁게 놀듯이,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전편인 '정직한 후보'(2020)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극장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부분의 장소들이 빗장을 걸어잠글 때 개봉한 영화였다. 그럼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데엔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건강하고 건전한 웃음이 큰 몫을 해냈다. 배우들 역시 '정직한 후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안겨준다는 점을 꼽았다. 김무열도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처음 '정직한 후보2' 완성본을 본 뒤 가슴 아픈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저희 강아지가 지금 좀 아프거든요. 1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아 왔는데 시사회 날 이제 치료를 더 받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루 종일 걱정이 됐는데 하필 또 그날 간담회도 있고 여러 인터뷰들이 있어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거기다 코미디 영화니까 분위기가 좋아야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 안 좋았는데 그날 저도 영화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다가 미란 누나가 청와대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면서 포복절도했어요. 웃어서 죄책감이 좀 들긴 했지만요(웃음). 마음 아픈 와중에 그나마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는 게 우리 영화의 미덕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무열을 웃게 만든 것은 결국 라미란의 연기였지만, 그 역시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혼신의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1편에서도 예상 못한 신에서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던 그가 정말로 작정하고 코믹해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정직한 후보2'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런 호평에 대해 김무열은 살짝 뿌듯해 하면서도 그 영광을 여전히 라미란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번에 코미디가 정말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코미디란 장르가 워낙 취향을 타기도 하고 그래서 결과물에 대한 반응도 극단적으로 나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정극이 쉽다고도 감히 못 하겠어요. 정극도 그때그때 살아가는 사람들의 리얼리티를 배우가 살려내야 하는 거라 그만큼 공부하고, 인간 내면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 찾아내야 하는 것도 있거든요. 나름대로의 고충과 고민들이 다 있는 장르들인 거죠. 이번에 코미디 영화를 찍으면서 코믹 연기를 하시는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이 정말 커졌어요. 특히 라미란 누나에 대한 존경심이(웃음). 미란 누나는 전편에 함께하면서도 제가 많이 놀랐기 때문에 '내가 저 배우를 보며 또 놀랄 게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한 번 제 생각의 벽, 그 천장을 한 번 더 깨주신 것 같아요.”
'정직한 후보2'가 개봉 시기와 맞물려 대중들의 눈길을 끄는 데엔 작품 자체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의 이유도 있었다. 하필 개봉 전에 국내 정치와 관련한 핫이슈가 터진 탓인데, 영화보다 더 코믹하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에 질린 대중들이 스크린 앞으로 몰릴 수 있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아닌 기대도 모인다. 다만 정치 풍자 영화의 정치적 영향력을 놓고 김무열은 “저에게도, 관객들에게도 그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원래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도 거의 정치 뉴스고 요샌 TV로 '스맨파'(스트릿 맨 파이터)랑 와이프 추천으로 보고 있는 '뿅뿅 지구오락실' 빼곤 다 뉴스만 보거든요. 문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런 시사에 밝아야 되니까요. 연기 자체도 트렌드에 굉장히 빨리 부합하는 장르라서 그런 시선을 가져야 작품을 선택할 때 식견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다만 저희 영화를 보며 정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웃음). 워낙 정치인들이 코미디 소재로 많이 쓰이니까요. 관객 분들도 그저 도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런 걸 알게 되는 식으로 가볍게 다가와서 보고 가실 수 있는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