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 대상자 975명 사업 참여…“단순 시혜 아닌 사회적 투자”
경기도가 중증 장애 청년의 자산 형성을 위한 누림통장을 시행했다. 만 19세 중증 장애인이 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지자체가 10만 원을 추가 지원하는 통장이다. 2년간 총 240만 원을 저축하면 지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약 500만 원을 모을 수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저축 지원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2003년생)의 장애인복지법상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다. 대상을 만 19세로 정한 건 만기 시 학자금과 창업 등에 저축액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기도 거주 ‘정도가 심한 장애인’ 가운데 만 19세는 1464명이다. 지난 7월 18일부터 8월 12일까지 신청을 받은 결과 975명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9월 30일 경기도 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누림통장, 꿈꾸는 내일 토크’ 행사에 누림통장에 가입한 중증 장애청년 4명을 초청했다.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도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고른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김 지사는 말했다. “기회가 많은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씀 드렸다. 누림통장은 975명에게 드리는 작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누림통장이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장애인 누림통장은 단순히 시혜적인 관점으로 설계된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투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고용률의 절반 수준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률은 34.9%에 불과했다. 전체 고용률이 6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낮은 고용률은 낮은 소득으로 연결됐고 동시에 사회 참여도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게다가 중증 장애인의 상황은 더 안 좋다. 취업은커녕 시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이들의 사회 참여를 위해선 공공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누림통장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경기도는 보고 있다. 단순 예산 지원이 아닌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첫발을 내딛도록 가볍게 손을 잡아 끌어준다는 취지다.
김동연 지사는 행사 중 발달장애인 작가가 그린 작품을 구입했다. 황진호 작가의 ‘아빠와 가을공원 걷기’라는 작품이다. 그림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낙엽이 떨어진 공원 계단을 걷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김 지사는 “제 아들과의 추억이 떠올라 작품을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작품이 저를 위로하고 있다는 감정도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2013년 큰아들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장애인 누림통장 홍보 포스터에 삽화를 그리기도 한 발달장애인 미술가 황진호 작가는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 세금을 내는 떳떳한 국민으로 대접받고 싶다”고 했다. 황진호 작가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들의 작품이 판매됐다”며 기뻐했다.
김동연 지사는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가 넘치는 ‘기회의 경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경기도가 봄날의 햇살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