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USA 공격적 투자 두고 우려 목소리…“현지 생산라인 증설로 운임비 줄여 수익 개선 방침”
한국 최초 유기농산물 판매점에서 시작한 풀무원은 1984년 풀무원식품이라는 법인명으로 본격적으로 식품 사업을 진행했다. 풀무원은 당시 국내 최초로 포장두부를 선보이며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고, 설립 40여 년 만에 연 매출 2조 5000억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힘입은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현지 법인인 풀무원USA(Pulmuone U.S.A)를 설립, 1995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두부 공장을 짓고 미국 사업을 실시했다.
풀무원은 미국 현지에서 두부뿐 아니라 2015년부터 아시안누들 부문 사업도 실시했다. 풀무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안누들 매출은 4700만 달러(약 659억 원)로 2016년 820만 달러(약 115억 원)를 기록한 후 5년간 연평균 42%가량 증가했다.
이후 풀무원은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미국 사업에 대한 풀무원의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역·건강에 신경쓰는 미국인이 증가해 ‘비건(채식) 열풍’이 확산됐고, 이는 북미 지역 내 두부, 누들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2020년 말 발간한 ‘해외시장 맞춤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39세인 미국 남녀 청년 64명을 대상으로 두부 인지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9%가 두부를 섭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미문화권에서 두부를 음식 재료로 흔하게 사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부의 인지도가 비교적 높아진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서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는 전 세계 두부 시장이 2016년 139억 8200만 달러(약 19조 7216억 원)에서 지난해 179억 2610만 달러(약 25조 2847억 원)로 증가했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일까. 풀무원은 현지 두부공장을 증설하는 등 미국 시장을 향해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11월 약 400억 원을 들여 캘리포니아 풀러튼 공장의 생산라인을 약 9300㎡ 규모로 확대했다. 지난달에는 500억 원을 들여 캘리포니아 길로이 아시안 누들 공장에 아시안 푸드 전용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풀무원은 지난해 상반기 풀무원USA에 157억 원을 출자했으며 하반기에는 467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6월에는 풀무원푸드USA의 미국의 냉장창고 리스 계약과 관련해 총 359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과감한 베팅에도 풀무원 미국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풀무원에 따르면 풀무원USA의 지난해 매출은 2386억 원으로 전년(2561억 원) 대비 6.8%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2억 원으로 겨우 흑자전환을 했지만, 지난해 307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익은 꾸준히 적자다. 풀무원USA 당기순손실은 △2018년 377억 원 △2019년 256억 원 △2020년 59억 원이다.
올해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풀무원USA 올 상반기 반기순손실은 129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반기순손실 91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는 약 42% 증가했다.
일각에선 풀무원의 미국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며 국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수익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풀무원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차입금은 533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777억 원보다 늘었다. 풀무원이 지난해 상반기 풀무원USA에 157억 원을 출자하고 하반기 470억 원 유상증자를 단행해 차입금이 증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송비 증가와 미국 내 현지 생산능력이 부족해 당분간 영업적자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측은 추가 공정 관리 등을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두부, 아시안누들 등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 추세"라며 "현지 생산 라인을 증설해 해상 운임비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