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파이크 구속, 한서희 재판중…이 와중에 박유천 컴백 시도 비판 받아
#돈스파이크, 1000명 투약 분량 필로폰 소지
작곡가, 가수, 방송인에 최근 식품 사업가로도 성공한 돈스파이크가 지난 9월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필로폰을 소지하고 투약한 혐의다. 체포 직후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한 돈스파이크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유명인이 필로폰 투약 적발도 놀랍지만, 체포 당시 돈스파이크가 소지한 필로폰의 양이 30g에 달한다는 사실은 충격을 던진다. 최대 1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돈스파이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9월까지 보도방 업주와 함께 약 8회에 걸쳐 필로폰을 공동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1회는 텔레그램을 통해 단독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구입한 필로폰을 호텔과 자신의 차량 등에서 10여 차례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소지한 필로폰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일각에서는 돈스파이크가 단순 투약자가 아닌 공급책일 수 있다는 의구심까지 제기한다. 거짓말 의혹도 있다. 체포 직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밝힌 돈스파이크는 마약 투약에 대해 “최근에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10년여 전 대마초 흡연 적발을 포함해 3차례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의 양, 반복된 동종 범죄 등으로 인해 돈스파이크를 매개로 연예계에 또 다른 연루자는 없는지 긴장감이 높아진다.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남태현도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방송인 서민재의 폭로가 마약 의혹에 불을 지폈다. 서민재는 지난 8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남태현이 필로폰을 한다”며 “내 회사 캐비닛에 주사기가 있다. 나를 때렸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양측은 연인 사이에 벌어진 다툼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당한 이들에 대해 경찰은 모발 등을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래퍼 윤병호 역시 7월 대마초 흡연과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이미 2020년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해 처벌받은 전과가 있지만,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경우다. SNS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도 연예계 마약 스캔들이 확산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윤병호는 경찰 조사에서 “SNS를 통해 마약을 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투약, 연예인 등 특정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아
해외 직구와 SNS, 다크웹 등을 통해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늘면서 마약 투약은 이제 연예인 등 특정 계층에만 국한된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한때 한국은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지만, 그 지위를 잃은 지도 오래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으로 인정하지만 한국은 2016년 기준 25.2명으로 집계돼 이젠 마약 오염국이 더 익숙한 상황이다. 인터넷의 확산은 마약 거래가 늘어난 결정적인 원인이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된 사람은 지난 5년 동안 1만 3825명으로 전체 마약범 가운데 24.6%에 달한다. 이에 더해 최근 10대 마약 투약자의 급증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범 가운데 학생은 494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2017년 105명(0.7%)과 비교해 2.4%포인트(p) 늘어났다. 이미 올 상반기에만 10대 마약범은 179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회사원이 1010명(6.3%), 가정주부가 195명(1.2%) 등 4년 전보다 각각 2.6%p, 0.1%p 증가했다.
이런 현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국의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가 검출되고 있다는 뉴스 역시 익숙하다. 전국 각지에서 배출하는 하수에 대해 식약처가 매년 역학 조사를 진행하는데, 전체 27곳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일부 하수처리장에서는 코카인, 엑스터시, 암페타민이 검출되기도 했다. 당국은 “해당 지역 인구의 소변에서 나온 마약류가 검출되거나 마약류를 폐기하면서 발생하는 성분이 하수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마약 확산 속 연예계 마약 사건도 ‘계속’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 투약에 관련한 뉴스를 접하는 일도 부쩍 늘었다. 특히 연예인은 인지도가 높아 마약 스캔들에 휘말리면 일반인보다 더욱 주목받는다. 사례도 빈번하다.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는 세 번째 마약 투약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이던 지난해 7월 서울 중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다. 재판부는 9월 23일 1심 선고에서 징역 6개월, 마약 재활프로그램 이수 40시간에 추징금 명령했지만 한서희는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마약 스캔들의 장본인이 복귀를 시도하면서 마약 이슈를 다시 일으킨 경우도 있다. 2019년 필로폰 투약으로 구속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유천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1년 만에 이를 번복하고 활동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연을 맡아 촬영을 마친 영화 ‘악에 바쳐’의 10월 개봉에 맞춰 활동을 재개하려고 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움직임을 멈춘 상태다.
마약 스캔들이 끊이지 않다 보니 해프닝도 벌어진다. 배우 이상보는 추석 연휴 기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족을 잃고 명절을 혼자 보내던 그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맥주 한 캔 반을 마신 뒤 편의점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마약 투약이 의심된다는 신고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누명을 벗었지만 긴급 체포 과정에서 CC(폐쇄회로)TV 장면은 물론 실명까지 공개돼 피해를 입었다. 사회 전반에 퍼진 마약에 대한 우려가 엉뚱한 피해까지 낳은 셈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