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총수 2세와 파업노동자에 상반 대응…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첫 번째 사건이다. 2022년 5월 26일 대법원은 하이트진로가 박태영 사장 형제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100% 지분)를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하이트진로의 청구를 패소 확정했다. 위 소송은 2015년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의 사익편취 금지조항을 적용해서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사건이다.
행정소송과 별도로 박태영 사장은 2020년 5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1심 형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판결문에서 이러한 지원 행위가 박태영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할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하이트진로가 입게 된 손해는 지금까지만 최대 141억 7000만 원이고, 형사사건이 확정되면 더 늘어난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회사가 박태영 사장을 상대로 회사 손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하이트진로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사건. 비슷한 시기인 2022년 6월 2일 하이트진로의 하청 화물 노동자들은 유가 폭등 속에 15년째 그대로인 운임료 인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했다. 화물 노동자들의 형식적인 지위는 하이트진로 물류 위탁 운송사와 계약한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지만, 위탁 운송사는 하이트 진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기 때문에 사실상 하이트진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도중에 25일 동안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고공농성까지 벌였지만, 회사는 월 150만 원 내외를 버는 화물 노동자들을 상대로 2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화물차·집에 대한 가압류로 즉각 응대했다. 결국 9월 9일 노조는 소송과 가압류 철회 조건으로 사측과 합의했지만, 손해배상 소송이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목적이 아닌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데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발의로 이어졌다.
위 두 사건을 꺼내 든 이유는 최근의 어려운 주식시장과 관련이 있어서다. 최근의 주식시장이 암울한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주가 하락 외부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표트르 대제를 꿈꾸면서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기어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잔인함을 우리는 막을 수 없다. 안정된 고용시장을 믿고 인플레이션 잡힐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미국 파월 연준(Fed) 의장의 확고함도, 물가가 두 자릿수로 폭등했고 돈 쓸 곳이 많음에도 유동성을 늘리는 대규모 감세 기조를 버리지 않는 영국 트러스 총리의 무모함도 우리는 막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올해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세계 주요 주식시장 지수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고, 지난 9월 한 달간 외국인이 2조 5157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상황에서 해묵은 과제를 미룰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다. 하이트진로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그룹의 부당지원행위가 있었고, 그러한 위법행위가 적발돼 회사는 140여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렇지만 회사는 140억 원의 손해를 입힌 총수 2세에게는 눈을 감으면서 얼마 안 되는 돈을 받는 화물 노동자들에게는 수십억 원 소송과 가압류로 즉각 응대했는데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은 셈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평등하게 법이 지켜지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우리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과제다. 지배주주의 입맛에만 맞게 회사를 쪼개고 붙이고, 지배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자산과 유망한 사업 기회를 편취한 후 발각되더라도 슬그머니 넘어간다면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라고 입장을 바꾸어 보면 안전한 달러와 고이율의 미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뒤통수 맞을지 모르는데 뭘 믿고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겠는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이상훈 변호사(금융경제연구소장)는 기업 지배구조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 경제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과 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사법연수원(27기) 수료 후 변호사로 활동(1998년)하고 있다. 현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상장기업법(2021)’ 공동 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상훈 변호사(금융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