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전적 열세 불구 결승 2국 불계로 2연승 정상에…신진서 결승전 12연속 우승 행진 멈춰
신민준은 “신진서 9단에게는 앞서다가도 따라잡힌 적이 많아 1국을 이겼지만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운이 좋았고, 최선을 다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지난해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이후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드려 응원해주신 분들께 죄송했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명인이 된 소감을 말했다.
신민준 9단이 전기 챔피언이자 8관왕 신진서 9단을 꺾고 명인 타이틀을 쟁취했다. 6일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45기 SG배 명인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신민준 9단이 신진서 9단에게 204수 만에 불계승, 전날 1국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1968년 출범, 국내 기전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인전은 그동안 단 9명에게만 정상을 허락한 기전이다. 이창호 9단이 통산 13회로 최다 우승을 기록했고, 조훈현 9단이 12회, 서봉수 9단이 7회, 이세돌 9단이 4회, 박영훈 9단이 3회, 조남철 9단이 2회, 김인 9단과 최철한·신진서 9단이 1회씩 차지했다.
특히 서봉수의 경우 프로 입단 후 불과 1년 8개월 만에 조남철을 꺾고 명인에 올라 장안의 화제가 됐다. 서봉수는 타이틀 획득 후 5연패(連覇)에 성공, 지금까지도 ‘서 명인’으로 불린다.
이번 결승전 전까지 신진서에 8승 26패로 뒤지고 있던 신민준 9단은 상대 전적 열세를 딛고 10번째 명인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내용적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최근 신진서는 그야말로 언터처블 상태. 그를 상대하는 기사들은 승리는커녕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량을 다 꺼내보지도 못하고 패하기 일쑤였는데 신민준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버텨냈다.
송태곤 9단은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해도 확실히 신민준 9단은 신진서 9단을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절대 주눅 드는 법 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신민준 9단은 LG배(각자 3시간) 우승에서 보듯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바둑에 강점을 보인다. 이번 명인전(각자 100분, 60초 초읽기 3회)에서도 자신의 수읽기로 두텁게 판을 짜나가는 것이 상대에게 상당한 압박을 주는데, 이번엔 신진서 9단에게도 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진서는 평소의 그라면 공격적으로 강하게 나아가야 할 승부처에서 계속 움츠리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입단동기 라이벌과의 대국은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8관왕 신진서는 신민준에게 명인을 내주면서 7관왕으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타이틀은 LG배, 춘란배, 국수산맥, GS칼텍스배, 쏘팔코사놀, 용성전, KBS바둑왕전이다. 국제대회 3개, 국내대회 4개다. 또 신민준에게 패하면서 2019년 12월부터 이어 왔던 결승전 12연속 우승 행진도 멈추게 됐다.
한국기원 소속 262명의 기사가 예선에 이어 패자부활전을 병행하는 16강 본선, 결승3번기로 우승자를 확정지은 제45기 SG배 명인전의 상금은 6000만 원, 준우승 2000만 원이다.
[승부처 돋보기] 제45기 명인전 결승3번기 제2국 흑 신진서 9단 백 신민준 9단, 204수끝, 백 불계승
[장면도1] 신진서 답지 않았다
백1은 일종의 변칙수단. 깊숙이 상대의 진영에 들어와 응수를 묻고 있다. 이에 대해 일단 흑2로 차단한 신진서는 백3에 흑4로 물러서고 말았는데 이것이 신진서 답지 않았다. 흑4로는….
[장면도1-1] 강경한 차단
흑은 곧장 1로 차단했어야 했다. 그래도 백이 귀에서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백12까지 후수지만 삶은 확보된다. 그러나 흑은 13으로 파고들어 이 진행은 피차 둘만하다.
[장면도1-2] 단점이 2개
신진서는 백1로 먼저 나가는 것을 예상치 못했을까. 뒤늦게 흑2로 차단했지만 백9까지 이것도 삶. 하지만 이 그림은 A와 B의 단점이 남아 앞 그림에 미치지 못한다.
[장면도2] 흑2가 마지막 패착?
미세하지만 흑이 덤에 걸리는 국면. 여기서 백1에 흑은 2로 잇고 말았는데 인공지능은 흑2가 마지막 패착이었다고 지목한다. 백5로 흑 넉 점이 잡혀서는 백의 승리가 확정됐다는 것.
[장면도2-1] 인공지능의 주장
인공지능은 백1에 흑은 2로 치받아 버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장면도2-2] 신민준, 회심의 한 수
대국 후 신민준은 백1에 흑2면 백3으로 둘 요량이었다고 한다. 흑이 4로 중앙 단점을 보강하면 백5의 끊음. 흑6은 절대인데 여기서 백7의 붙임이 신민준, 회심의 한 수. 중앙이 엷은 흑은 2점을 움직일 수 없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