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개발사업 파트너 두 번 갈아타
▲ 김상희 전 학장과 아들 유 아무개 씨 공동명의로 돼 있는 강남 역삼동 빌딩. 이 건물 재건축 사업을 두고 김 전 학장 모자는 두 업체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작은 사진은 D 사가 김 전 학장의 아들 유 아무개 씨를 상대로 낸 고소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김상희 전 학장. |
T 사의 법정대리인인 김 아무개 변호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3월 11일 정식으로 약정을 체결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약정 당시 토지 및 건물의 실거래가를 100억 원으로 책정했다. 근저당이 70억 원이 설정돼 있었다. 서로 협의 하에 최초 공동개발 약정 당시 T 사 측이 개발이익금의 3분의 2를 가져가고 김 전 학장 측이 3분의 1을 가져가는 것으로 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T 사 측이 신탁회사인 C 사에 신탁을 신청해놓고 H 투자저축은행으로부터 PF를 받을 수 있도록 협의했다. 또 시공사도 M 사라는 튼튼한 업체를 직접 선정했다. 공동개발사업의 기획은 이렇게 T사 측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T 사는 약정한 3월 당시 김 전 학장의 건물에 묶여있는 대출금의 이자를 부담했다. 약 7300만 원 규모였다. 이외에도 부동산 감정과 같은 진행비용을 T 사가 모두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양측의 사업관계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PF가 성사되고 시공도 성사된 상황이었다. 김 변호사는 “갑자기 김 전 학장 측에서 개발이익금 분담문제를 꺼내들었다. 약정체결 사안이었다. 그쪽에서 이익분담률을 5 : 5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바로 얼마 후 공동개발사업을 아예 안하겠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T 사와의 약정관계가 완전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전 학장 측은 지난해 4월 25일경 또 다른 시행사 D 사와 공동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D 사가 60%, 김 전 학장 측이 40% 규모였다. D 사 역시 김 전 학장의 한 달치 이자를 물어줬다. 문제는 김 전 학장 측과 D 사와의 약정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와 만난 D 사 대표는 “김 전 학장 측과는 3월부터 접촉했다. 김 전 학장 측과 D 사, 우리가 끌어들인 콘크리트 골격업체 A 사가 3자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김 전 학장의 건물에 상주하며 공동개발사업을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 12월 20일 경 김 전 학장 측은 일방적으로 사무실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우리가 끌어들인 A사와는 개별적으로 합의해서 내보낸 상황이었다. 황당한 노릇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래도 앞서 T 사도 그렇고 우리 D 사도 그렇고 막대한 이자대금을 갚기 위해 의도적으로 끌어들인 것 같다. 우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개별적으로 신탁회사인 C 사에 신탁을 넣고 시공업체로 M 사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더라. 우리는 무시하고 말이다. 도의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초 약정을 맺은 T 사와 정식계약을 맺은 D 사 모두에게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으며 양측 모두 정상적인 약정 및 계약해지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계약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최초 약정한 T 사 측은 지난해 7월경 김 전 학장과 아들 유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기자가 확보한 T 사 측의 일부 고소장 내용에 따르면 이중계약 및 금융기관 대출 이후 고소인을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배제시키는 행위 등 김 전 학장 측의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양측은 검사의 중재 하에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T 사 측에 따르면 김 전 학장 측은 지금까지 약속한 합의금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T 사의 주장에 따르면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김 전 학장 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지금 우리가 항고를 한 상태다. 고등검찰이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D 사 측 역시 지난해 12월 23일 김 전 학장과 아들 유 씨를 상대로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기자가 확보한 고소장에 따르면 역시 고소 이유는 이중계약에 따른 사기 혐의였다. 이 고소장은 현재 서초경찰서에 접수돼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D 사는 또한 김 전 학장과 유 씨를 상대로 1건의 고소장을 더 제출한 상태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주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D 사의 물품을 빼갔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D 사 대표는 “김 전 학장 측은 우리가 본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황에서 지난 1월 5일 새벽 2시경 용역을 동원해 무단으로 우리 사무실에 진입했다. 그리고 사무집기는 물론 상품권 등 우리의 재산을 털어갔다. 서류들도 모두 가져갔다. 업무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상을 토대로 볼 때 과정이야 어찌됐든 김 전 학장 측은 부동산 공동개발사업권을 두고 계약관계에 있었던 복수의 파트너 업체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전 학장 측은 T 사와 D 사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적극 해명하고 있다.
기자와 통화한 김 전 학장의 아들 유 씨는 “최초 약정한 T 사는 문제가 많았다. 약정한 내용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원래 처음 약속은 대출금 이자는 물론 원금도 갚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T사는 자금을 준비하지 않았다. 약정자체가 성립이 안 된 거다. 또한 T 사가 우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검찰에서 합의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T 사는 우리가 합의금을 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T 사에 추심을 넣은 채권자에게 합의금을 줬다. 대리 변제한 것이다. 합의는 성립됐다”고 반박했다.
유 씨의 주장에 따르면 T 사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탕감한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이며 검찰에서 합의한 내용도 T 사의 채권자에 대리변제를 해줌으로써 이행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는 대목이다. 계약서에도 이 부분은 애매하게 돼있어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두 번째 파트너인 D 사에 대해서는 유 씨는 아예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D 사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유 씨는 “D 사와의 계약은 아예 성립되지 않았다. 나는 도장을 찍었지만 어머니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D 사가 계약에 필요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계약 자체가 어그러진 것이다. 또 당시는 3자 계약이었다. 사실상 주요 협상 당사자는 A 사였다. A 사와는 원만하게 해결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양측의 계약서에는 김 전 학장의 도장은 빠진 채 유 씨의 도장만이 찍혀 있었다.
유 씨는 D 사의 사무실 무단침입 건에 대해서는 “계약이 성립될 것으로 생각하고 편의상 D 사에 사무실을 내어 준 거였다. 그런데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지 않느냐. 사무실에 침입해 물건을 빼간 것은 사실이다. 물건은 정상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건물철거 과정에서 인부가 죽는 바람에 잠시 멈춘 상황이지만 곧바로 사업을 재개할 것이다.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T 사와 D 사 측이 우리를 상대로 고소했지만 검찰 조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계약관계에 있었던 시행업체들과 김 전 학장 측의 입장은 그야말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이자탕감을 위한 의도된 계약파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 쪽에서는 약정사항 불이행 및 계약불성립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 공동개발사업권을 둘러싼 양측의 진실공방은 결국 법정에 가서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do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