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셀프 초청” vs 민주 “공식 초청” 공방…김건희 여사 나토 순방도 논란 ‘결국 소모적 정쟁’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인도를 방문해 유명 관광지인 타지마할 등을 찾았다. 당시에도 정치권에선 김 여사의 방문 목적·소요 예산 등을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감에서 다시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의원은 10월 5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인도 측 요청이 아닌 ‘셀프 초청’이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외교부를 통해 입장을 확인해보니 청와대가 당시 발표했던 내용과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원래는 문체부 장관의 방문 일정이었는데 영부인이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해 그에 맞춰 인도가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김 여사가 인도 타지마할을 찾았을 때 예비비가 잘못 쓰인 정황이 의심된다고도 주장했다. 배 의원은 “기획재정부에 신청된 예비비를 보면 일정상 타지마할이 없다.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된 일정 최종 보고서에도 타지마할 방문이 없다”며 “일정을 허위 보고해 예산을 배정 받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10월 4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문제가 언급됐는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영부인의 세계일주 꿈을 이뤄준 ‘버킷리스트 외교’”라고 지적하며 “전용기 비용 2억 5000만 원을 포함해 김 여사 순방 관련 예산 4억 원이 사흘 만에 배정됐다. 최근 5년간 사흘 만에 예비비가 배정된 것은 30건밖에 안 되고 모두 코로나19와 긴급재해 예산”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김 여사의 인도행 명단에 한식 조리명장 1호 A 씨와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인 프랑스 국적자 B 씨 등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감사원은 감사 착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10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에 4억 원 경비가 예비비로 단 사흘 만에 편성됐다. 예비비 편성부터 이례적이다. 감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한번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기재부 예비비 신청표에는 타지마할 방문이 없었다. 타지마할 등 김정숙 여사의 단독 인도 방문 예산 신청서가 가짜였다”는 질의에 최 원장은 “같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대통령 없이 탄 대통령 전용기에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과 한식 조리명장이 탑승해 예산이 늘어났다’는 지적 등에는 “거론한 문제는 전체적으로 사실관계를 모니터링해 감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 같은 문제제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문체부 장관을 지낸 황희 의원은 5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순방에서 모디 총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와 인도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행사를 양국이 함께 개최하자는 제안에서 출발해, 그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해 왔다”며 “당시 문 대통령이 다른 일정으로 인도 방문이 어려워지자, 인도 측에서는 김정숙 여사 초청을 제안해왔고, 초청장도 보내왔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도 측으로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초청장이 먼저 오고 김 여사의 초청장이 나중에 오고 하는 문제는 우리 측 의사결정에 따른 실무적 과정일 뿐”이라며 “인도 측이 최초 제안한 대통령 초청이 무산되자, 여사님 초청을 제안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여당과 감사원은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윤 의원은 12일 자신의 SNS에 “정부 외교정책을 위한 대통령 배우자의 공무수행을 ‘여행’이니 ‘버킷리스트’니 폄하하는 여당의 자신 없음이 안타깝다”며 “서해 공무원 사건을 비롯한 북풍몰이,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시도와 감사원법 위반 수사. 이 정부의 국정운영은 고작 전 정부에 대한 탓하기와 흠집내기뿐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정숙 여사 옷값 의혹도 소환됐다. 앞서 2월 청와대는 김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1심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 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여사를 강요죄와 업무상 횡령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 교사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사진 등을 대조해 김 여사가 공개석상에서 입은 의상이 최소 170여 벌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10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 국감에서 조은희 의원은 김 여사 옷값 의혹 수사에 “청와대 특활비가 영부인 의류나 구두, 향신료 등 구매에 활용됐다면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4월 고발인 조사 후 반년이 지났는데도 별 소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집권여당이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해 “인도 허황후는 가야 김수로왕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김수로왕은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김 여사가 김해 김씨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 허황후를 기리는 기념공원 착공식에 김정숙 여사가 꼭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숙 여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문제제기해왔다. 하지만 무엇 하나 드러난 게 없다. 그런데 또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 나아가 감사원까지 동조하고 있다. 정치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집권여당이 김정숙 여사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것이 결국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힘이 지적하는 내용을 보면 인도 방문과 의상비 문제다. 김건희 여사의 나토 순방 논란과 귀금속 문제와 일치한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자 정치적 물타기를 위해 김정숙 여사 논란을 다시 불붙인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정반대 입장을 보인다. 김정숙 여사 문제에 대응하려고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의혹을 화두로 꺼냈다는 것.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김건희 여사 문제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반면 김정숙 여사 의혹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제기됐다. 선후관계가 안 맞지 않느냐”며 “어느 당에서 물타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전·현직 영부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민생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빨리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영부인의 문제는 어차피 명명백백히 밝혀지기 힘든 소모적인 문제”라며 “글로벌 경제위기로 한국도 민생이 위태롭다. 여야는 서로 협치를 통해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