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이커머스 협업 첫 사례…새벽배송 수요 축소 상황 우려도
이보다 앞서 지난 8월 말 ‘킴스오아시스’ 오프라인 매장은 뉴코아 강남점 킴스클럽 내에 첫 선을 보였다. 이로써 기존 이랜드리테일의 킴스클럽 온라인몰은 킴스오아시스로 전면 전환됐다. 킴스클럽과 오아시스마켓의 대표 상품을 모두 새벽배송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오아시스마켓 측이 온라인몰 운영과 물류서비스를 단독으로 맡아 진행한다.
이번 ‘킴스오아시스’ 출범은 지난 6월 이랜드리테일이 오아시스마켓 지분 3%를 330억 원에 인수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이랜드리테일과 오아시스마켓은 사업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사업우선투자권을 통한 파트너십 강화 △신선상품 공유와 플랫폼 연동을 통한 고객 접점 확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 확대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풀필먼트 상호 공유 등에 합의했다.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대표는 “이랜드리테일과 연합 브랜드 및 통합 서비스 출시를 통해 신선식품 온라인 새벽배송 서비스에 있어 더욱 차별화된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라며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에 있어 비대면 배송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결국 물류 효율화는 이커머스업 성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킴스클럽 산지 직거래 역량과 오아시스마켓 유기농 신선상품 역량이 만나 신선식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양사는 강점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고객 가치를 창조하고 고물가 시대에 고객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킴스오아시스가 출범하면서 이랜드리테일은 비대면 새벽배송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다년간 산지개발로 확보한 고품질의 합리적인 신선상품과 유명 맛집 협업 전문 브랜드 ‘오프라이스’ 상품 및 직수입 공산품을 오아시스마켓 새벽배송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에 더해 오아시스 플랫폼의 강점인 유기농 신선상품군도 함께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상품군을 넓혀 고객층을 폭넓게 확보할 계획이다.
새벽배송업체가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오아시스마켓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이란 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오아시스마켓은 2018년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2019년 9억 원, 2020년 96억 원, 2021년 56억 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은 2024억 원, 영업이익 72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21%, 171%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의 전체 매출에서 온‧오프라인 매출이 각각 50%씩 나오고, 재고를 온‧오프라인이 서로 스왑해 폐기율이 0%인 점에 주목한다. 오아시스마켓이 계속 흑자를 내는 비결로 꼽힌다. 새벽배송 업계에서 신선식품 폐기율이 높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하는데, 오아이스마켓은 이를 온‧오프라인 재고 공유를 통해 해결했다는 것이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오아시스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온라인에서 미판매 재고가 발생했을 때 오프라인 매장으로 재고를 이동해 소진한다”며 “또 반대로 온라인 재고가 부족할 때 매장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제2의 물류센터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오아시스루트’라는 자체 물류IT시스템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고 밝혔다. 오아시스루트는 오아이스마켓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지원해 개발한 시스템으로 집품(픽킹), 포장(패킹), 배송, 발주, 입고, 보관, 상품 진열, 결품 확인, 포장재 요청 등 물류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물류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고 오작업을 최소화해 업무 속도를 개선하는 등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개발됐다”며 “물류센터 설립 비용 역시 동종업계 다른 기업은 100억 원에서 300억 원까지 든다는데 오아시스마켓은 20억~30억 원의 비용으로 마련했다. 오아시스루트 덕분”이라고 전했다.
새벽배송과 퀵커머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 킴스오아시스마켓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을지 미지수란 반응도 있다. 엔데믹을 맞아 온라인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업태별 소매판매액에 따르면 오프라인 판매액은 작년 1분기 5.4%에서 올해 7.3%로 상승했지만, 온라인 판매액은 21.1%에서 11.8%로 줄었다.
만성 적자인 새벽배송 시장에 온라인 수요까지 줄면서 올해 유통 대기업들도 줄줄이 새벽배송을 축소하거나 사업을 아예 철수했다. 4월 롯데쇼핑이 '롯데온'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데 이어 5월에는 BGF리테일, 7월에는 프레시지와 GS리테일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몰 물량 감소에 따라 퀵커머스를 운영하는 점포 및 배차, 인력을 축소했다. 과거 69개점 718대까지 운영했던 퀵커머스 점포 및 차량 수는 현재 66개점 547대 차량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마트도 바로배송 서비스를 축소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킴스오아시스 마켓 온라인 웹페이지가 9월 말 공개됐고 10월 들어와서 앱을 오픈했는데, 앱 오픈 후 유입자 수가 40% 증가했다”며 “9월(12~18일) 대비 10월(12~18일) 온라인 매출은 1508%, 오프라인 매출은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아시스마켓과 이랜드리테일의 협업이 향후 오아시스마켓의 기업공개(IPO)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수가 37개로 적은데다 인지도 등을 고려했을 때 시너지가 날 만큼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커머스 업계 대부분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가 이에 더해 지분 투자까지 받았다는 것은 긍정적 시그널”이라고도 평가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손잡고 더 다양한 유통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앞으로 오아시스마컷의 사업 확장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오아시스마켓과 함께라면 그 기업 역시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로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