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부름 받기 전 달려가 논란 스스로 종지부…정부 ‘엑스포 유치’ 부담 떠안고 국회 결론 없이 논란만 키운 셈
이제 BTS 멤버들은 예정대로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됐고, 5년여를 끌어 온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논란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제는 이번 논란의 주축이었던 BTS와 하이브, 그리고 대통령실과 정부, 또한 국회 등의 성적표를 책정해야 할 시기가 됐다.
#‘스스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BTS
BTS 병역특례 관련 논란 초기인 2019년 BTS는 미국 CBS ‘선데이 모닝’ 인터뷰에서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언젠가 (국가의) 부름을 받으면 달려가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국가가 BTS를 부를지 말지 망설이며 논란만 키워가는 상황에서 BTS가 국가의 부름을 받기 전에 먼저 달려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문화훈장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천을 받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자격을 갖춘 BTS는 2020년 개정된 병역법을 통해 만 30세까지 입대 연기가 가능하다. 입대 연기가 가능한 시점인 올해 연말까지 대통령실과 정부는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할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가 먼저 10월 17일 공식입장을 통해 “방탄소년단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며 “멤버 진(본명 김석진)은 10월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후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르게 된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병역특례가 허용되면 BTS는 그룹 활동의 중단이 없는 ‘연속성’을 갖게 되지만 BTS는 더 이상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대신 ‘영속성’을 얻었다는 게 가요계의 주된 평가다. BTS는 꾸준히 “국가의 부름을 받으면 달려가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그 약속을 스스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지난 6월까지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BTS 멤버들의 군 입대가 확정되는 분위기였지만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홍보대사인 BTS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병역법 시행령 개정 논란이 시작됐다.
이 부분은 BTS가 군 입대 준비 착수를 선언한 시점과도 연결된다. 10월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를 성공리에 끝낸 직후인 17일에 공식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무료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 준비 비용은 대략 70억여 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하이브가 부담했다. 기업 협찬과 온라인 스트리밍 광고 등으로 일부를 충당했지만 상당 부분을 하이브가 부담했고 이 부분에 대해 “하이브와 BTS는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로 참여해 왔고, 비용의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자비 수십억 원을 들여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개최한 무료 콘서트가 BTS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활동이 됐다. ‘아미’(BTS 팬덤)를 비롯한 기존 팬 층은 물론이고 공정성과 형평성 등을 이유로 BTS의 병역특례를 반대했던 이들까지 모두가 BTS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속성’은 잃었지만 ‘영속성’을 얻은 신의 한 수라는 평이 이어지는 이유다.
#‘원칙 지켰지만 부담 떠안은’ 대통령실과 정부
하이브의 공식입장이 나온 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고맙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꼬일 대로 꼬인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 허용 논란이 월드스타 BTS를 기점으로 폭발해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됐던 상황에서 BTS의 결단으로 관련 논란이 일거에 해소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주무부처인 병무청과 국방부는 반대 의견을 유지해왔다. 형평성과 공정의 문제도 중요한 화두지만 인구 감소에 따라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병역특례 대상을 더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분명했다. 결국 BTS의 결단으로 정부는 이런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정치적으로는 BTS 병역특례에 반대 입장이 뚜렷한 2030 남성들의 여론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0월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BTS 맏이인 진의 군대 문제가 12월로 정리되니 빠른 시간 안에 문체부 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0월에 접어들었음에도 정부는 입장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BTS가 직접 상황을 정리해준 셈이다.
당장은 한시름 덜었지만 그만큼 정부 부담도 커졌다. 바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미칠 영향이다. 홍보대사 BTS의 병역특례 논란은 전세계 아미들을 통해 이미 글로벌 이슈가 됐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최종 결정되는 시점은 2023년 11월로 예정돼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유치전 초기인 현재 기준에서 2030 엑스포 표심은 한국 16 대 경쟁국 48로 밀리고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와 3파전 양상인데 아직까지는 국가 차원의 공격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문제를 제외한 최우선 아젠다로 부산엑스포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치에 성공한다면 출범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되는 윤석열 정부는 확실한 국정 동력을 얻게 된다. 엄청난 성과이기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급상승까지 기대할 수도 있다. 게다가 2023년 11월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5개월여 앞둔 시점이다. 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유치에 실패할 경우 국정동력이 절실한 대통령실과 총선을 앞둔 여당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엑스포 유치에 BTS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유치에 실패할 경우 BTS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해 더 적극적인 홍보대사 활동을 유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분명 나올 수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BTS가 군 복무 대신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병역특례를 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제안한 바 있다.
#‘떠들기만 한다는 이미지 재확인’ 국회
“Woo Woo,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X들 다 닥치길.”
국정감사에서 등장해 화제가 된 BTS 멤버 슈가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의 가사 일부다. 그런데 이 가사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국정감사에서 언급됐다는 부분은 아이러니다. 2018년 이후 최근까지 5년여 동안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허용 논란을 주도해온 곳이 바로 국회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윤상현, 이용호 의원을 비롯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설훈, 노웅래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허용을 주장했고, 관련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처럼 몇몇 국회의원들이 BTS 이슈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허용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았다. 논란이 가열되자 국민의힘 한기호, 신원식 의원 등 군인 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국회는 목소리는 계속 높였지만 공포기간 감안 병역법 개정 시한인 6월 30일까지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은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7월부터는 몇몇 국회의원들이 정부가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이번 국정감사로 논란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국회는 이처럼 목소리만 높였을 뿐, 아무 것도 상황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결국 하이브와 BTS가 직접 나서 BTS 멤버들의 군 입대 준비 돌입을 선언해 모든 상황을 종결시켰다. 목소리만 높일 뿐 행동하지 않는 국회를 향해 또 한 번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