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공사비용, 금리상승에 부동산 침체까지…상가 재건축 갈등 법적 분쟁 이어질 가능성도
#천문학적인 비용 증액…일반분양으로 감당 가능할까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조합)’과 시공사업단이 합의하면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은 지난 10월 17일 재착공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에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사비용 감당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시공사업단 측은 공사 중단 기간 동안 재착공에 지장이 생기지 않게끔 현장관리인력을 남겨뒀다. 이로 인해 발생한 유지·보수비용을 조합원이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폭등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4월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이후 6개월 동안 발생한 손실 비용은 1조 13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조합원 6068명의 1인당 추가 분담액은 1억 90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사업비 리파이낸싱도 쉽지 않은 문제다. 리파이낸싱은 부채 상환을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조합 측은 지난 8월 18일 대주단(물건이나 돈을 빌려준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으로부터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후 시공사업단의 보증으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금리 평균 4.5%로 차입해 기존 사업비 대출을 변제했다.
해당 ABSTB의 만기일은 10월 28일이다. 현재 조합 측은 추가적인 리파이낸싱 대신 기존 ABSTB 연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업단 한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업장 공사가 재개된 만큼 연장에 대해서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아직까지도 재융자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금리 협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융자해야 하는 금액만 해도 7000억 원에 달하고, 최근 금리가 급상승해 8월과 금리 차이가 크게 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리파이낸싱에 성공한다고 해도 조합원들이 상당한 수준의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건축비, 인건비가 다 올라가는 상황이다 보니 조합 측이 감당해야 하는 금리도 10% 가까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약 1평)당 3700만 원까지 올려 자금을 충당할 방침이다.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3.3㎡당 2900만 원으로 제한했지만 최근 분양가상한제가 개편되면서 공사비 증액 등의 비용을 분양가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경색 국면이라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서울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76으로 24주 연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불황 영향을 고려하면 미분양이 날 확률도 있다”고 말했다. 앞의 증권사 관계자도 “조합원들이 이익을 볼 확률은 극히 드물다”며 “대출이나 사업비 조건은 점점 안 좋아질 테고 손해를 보고서라도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그 손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 재건축 관련 갈등도 해결되지 않아
상가 재건축 관련 갈등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조합은 2012년 리츠인홀딩스와 상가 재건축 계약을 맺었지만 조합 집행부가 변경되면서 통합상가위원회로 상가 재건축 추진 주체가 변경됐다. 통합상가위원회는 둔촌주공 상가 조합원 대표자 모임이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통합상가위원회의 요구를 반영해 리츠인홀딩스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지난 8월 11일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의결된 상가 관련 총회 안건을 취소하기로 했다. 안건이 취소됨에 따라 계약이 해지됐던 리츠인홀딩스의 지위가 원상복구됐고, 통합상가위원회의 대표성은 말소됐다.
해당 합의문에 반발한 통합상가위원회는 지난 9월 30일 서울동부지법에 ‘총회 일부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이 해당 가처분 신청서를 기각하면서 예정대로 조합의 총회가 의결됐다. 이에 따라 공사 중단으로 인해 발생되는 추가 공사부담금도 통합상가위원회 조합원에게 귀속됐다. 통합상가위원회 조합원 약 280명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은 6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당 약 2억 1429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합상가위원회 측은 법적 분쟁을 예고한 상태다. 서울동부지법이 가처분 신청서를 기각하기는 했지만 이는 사회적 공익을 고려한 것이고, 절차상의 위법성은 인정된다는 취지의 결정문을 송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헌 통합상가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PM(리츠인홀딩스)와 계약을 해지한 당사자인데 우리는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됐다”며 “6000명 아파트 조합원의 머릿수를 무기로 밀어붙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공사를 재개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상가 조합원들의 재산권 문제를 전혀 상관없는 아파트 조합원들이 결정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민사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공사가 마무리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적다”면서도 “통합상가위원회 측에서 소송 중 다시 공사 진행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PM에 대해 직접 소송을 하는 등으로 대응할 경우 다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