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문턱 낮추고 민간주도 정비사업 추진…서울은 ‘신속통합기획’ 방식 적용 임기 내 첫 삽
#재건축 활성화 계기 마련되나
재건축을 가로 막는 두 가지 장벽이 안전진단과 초과이익 환수였다. 이번 대책에서는 안전진단의 문턱을 낮추고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 원을 초과하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30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10~50% 이상을 내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환수 부담을 낮추는 방향성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인하 폭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률 개정 사항이어서 정부와 여당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재건축 부담금 완화 공약을 내걸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정부안은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와 고령자에 대한 배려나 임대주택 공급 등 공익 기여에 따른 감면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론을 고려해 이 부분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공약에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에서는 2018년 20%에서 50%로 높아진 구조안전성 비중을 30~40%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행령만으로 바꿀 수 있는 만큼 이르면 내년 중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민간 주도 재개발, 특혜 시비 가능성도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노후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 아니라 도심의 저층 또는 일반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을 짓는 정비사업, 즉 재개발이다. 서울 10만 호, 경기·인천 4만 호, 지방 8만 호 등 22만 호 규모다. 3기 신도시(약 21만호)와 맞먹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성을 강조해 민간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규제를 풀겠다는 접근을 보인다.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형식이다. 민간사업자가 뛰어들려면 사업성이 높아야 한다. 서민보다는 일반 주택 수요자를 겨냥한 정비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10월부터 시작된다. 서울에서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을 적용, 정비구역 지정 소요시간을 현재의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현 정부 내에 첫 삽을 뜬다.
도심복합사업 개편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쉽게 말해 역세권 개발이다. 기존에는 공공이 주도했는데, 신탁사나 리츠 등 민간전문기관이 토지주와 협의해 개발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철거작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발주체는 상당한 개발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용적률과 세제혜택은 물론 공원 및 녹지 기준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서인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를 강제할 방침이다. 이익상한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골목 곳곳까지 개발되나…후보지는?
소규모 사업 추진을 촉진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동안 소규모 재건축은 단일 공동주택단지에서만 추진이 가능했지만 연접 복수단지에도 허용해 개발 밀도를 높일 방침이다. 쉽게 말해 인접한 다른 주택단지들끼리 묶어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 도시형생활주택 총세대수를 현행 300세대에서 500세대로 늘리고 '투룸' 비중을 3분의 1에서 2분의 1까지 상향한다. 그만큼 원룸이나 투룸용 건물을 짓는 사업자의 수익성이 높아지게 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15만 호 내외의 신규 택지후보지를 발굴하겠다고 공언했다. 신도시 수준의 계획이다. 지난 정부에서 3기 신도시를 지정할 때도 마땅한 부지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수도권에서 15만 호를 단숨에 수용할 만한 땅은 없다. 정부는 산업단지, 도심·철도인접지역 등을 중심으로 적정 규모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외곽이 아니고 여러 곳으로 나눠 발굴할 것이란 뜻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은 2024년에야 수립된다. 내년 중 이른바 4기 신도시 후보지가 발표되면 기존 3기 신도시는 물론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