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기 도입 시드니 취항에 비수기 손실, 환율 부담 가중 우려…티웨이 “신규 수요 창출, 수익성 확보할 것”
올해 상반기 티웨이항공은 347석 규모의 대형기 A330-300 3대를 도입했다. 기존 운행한 중형기인 보잉 B737-800보다 1.8배 더 많은 인원을 탑승시킬 수 있는 기종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기준 티웨이항공은 B737-800 27대와 A330-300 3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회사는 내년에 보잉 B737-800 2대를 반납하고 A330-300 2대를 추가로 들일 계획을 밝혔다. 티웨이항공 측은 2027년까지는 대형기 20대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는 12월부터는 본격 장거리 운항에 나선다. 티웨이항공은 12월 23일 호주 시드니에 처음으로 취항한다. 장거리 노선은 티웨이항공 창사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노선 다변화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이어 오는 12월 인천~시드니 노선까지 개척해 중·장거리 노선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0년 티웨이항공은 인천~시드니 노선의 운수권을 받았다.
티웨이항공의 대형기 도입에 따른 노선 다변화 전략은 향후 화물 운송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A330-300의 경우 여객기 화물칸에 15~20톤(t)의 화물도 실을 수 있다. 기존 B737-800 기종의 화물 적재량은 10t 이하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 티웨이항공의 화물 사업 부문 매출은 약 15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티웨이항공의 이 같은 전략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운수권 배분 기대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수권은 항공사가 특정 국가에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운항 권리를 말한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승인하며 조건으로 향후 10년간 독과점 우려가 있는 미국과 유럽 등 26개 국제노선을 반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난 2월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A330-300 1호기 도입 행사에서, 운수권이 재배분될 경우 파리·로마·런던·이스탄불·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 노선은 양사 통합에 따른 재배분이 없었다면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었던 운수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단 증권업계에선 티웨이항공의 3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자료를 통해 티웨이항공이 3분기 매출 1200억 원, 영업이익 5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1분기 390억 원, 2분기 29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동남아 등 국제선 여객사업이 다소 회복되면서 적자폭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3분기 탑승객도 전기 대비 늘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시스템에 따르면, 7~9월 티웨이항공 여객 실적(국내선·국제선 포함)은 약 152만 명이었다. 1분기 129만 명, 2분기 143만 명 수준이었다. 여기에 시드니 노선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하이브리드 항공사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티웨이항공의 선택이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기 도입 전략은 장사가 잘되는 성수기에는 한 비행기로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어 중형기 대비 비용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비수기에는 오히려 비행기를 띄우는 것이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성수기 실적과 화물 등으로 비수기 실적을 메울 수 있지만, 아직 규모가 작고 화물 사업도 자리잡지 않은 LCC는 대형기 전략을 이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첫 장거리 노선인 시드니를 오가는 탑승객도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관광 수요가 많은 나라가 아니라는 이유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티웨이항공의 외화환산손실은 약 50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65억 원에서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은 환율이 10% 오를 시 외화순손실이 335억 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환율이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거시경제가 불안정하다.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대형기를 들여와서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종을 단순화하고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등 노선을 단일화하는 것이 원가 절감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티웨이항공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티웨이항공 부채비율은 963.1%에 달한다. 비슷한 규모인 제주항공(863.5%)과 진에어(441.3%)보다 높다. 이마저도 지난 4월 총 121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행해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며, 지난해 말(1452.7%) 대비 부채비율을 낮춘 수치다. 또 상반기 자본금은 960억 원, 자본총계는 887억 원으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낮은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상장사인 티웨이항공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거나 2년 이상 50% 이상의 부분자본잠식이 지속될 시 상장폐지 대상에 놓인다. 지난해 말 티웨이항공의 자본금은 711억 원, 자본총계는 473억 원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시드니 시장 안착을 위해 항공권 가격을 낮출 텐데, 시장 상황상 초기 투자비용 대비 수익을 창출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코로나19로 이미 손해를 본 상황에서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풀리면서 LCC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또 앞으로 투자를 받기도 더욱 어려워지리라 본다”며 “그 경우 규모가 작은 신생 항공사들보다도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사의 재무구조가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LCC가 주로 취항하는 중·단거리 노선은 경쟁이 심하고 주요 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도착편수)도 포화 상태로 확장이 어렵다. 중·장거리 노선을 개척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려 한다”며 “일본과 동남아, 대양주 등 국제선의 재운항과 증편을 지속하고, 중·대형기 투입 및 국제선 화물운송사업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