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영탁 등 개별 콘서트도 “애도 동참 취소”…애도기간 후에도 각종 공연 ‘팬데믹 이상’의 엄격 지침 가능성
핼러윈 시즌마다 다양한 의상과 분장을 한 스타들의 레드카펫과 파티를 공개해 국내외 K-팝 팬덤을 기대하게 했던 SM엔터테인먼트는 가장 먼저 행사 취소 소식을 알렸다. 그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돼 오다가 4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아 취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0월 30일 SM엔터테인먼트는 팬덤 플랫폼 ‘광야 클럽(KWANGYA CLUB)’ 회원들에게 “글로벌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통해 무료 생중계될 예정이었던 ‘SM타운 원더랜드(SMTOWN WONDERLAND) 2022’ 생중계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행사 자체가 취소됨에 따라 레드카펫 생중계 역시 무산됐다.
이날 오후 7시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2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K-POP 콘서트’도 취소됐다. 위아이, 강다니엘, (여자)아이들, 펜타곤 등 출연진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가수의 소속사도 공식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 이와 함께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부대행사 BOF랜드도 취소 결정됐다.
같은 날 오후 2시 박재정, 5시 먼데이키즈가 각각 무대에 오르는 ‘피크박스 22-03’ 공연도 취소됐다. 공연 주최사인 경성아트컴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해짐에 따라 금일 예정됐던 ‘피크박스 22-03’ 공연이 부득이하게 취소됐다. 관객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장르 아티스트들이 모여 개최하는 ‘2022 스트라이크 뮤직 페스티벌’ 역시 30일 공연을 취소했다. 당초 ‘2022 스트라이크 뮤직 페스티벌’은 지난 10월 28일부터 사흘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주최사 BEPC탄젠트 측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와 유족 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하며 30일 티켓은 모두 순차적 환불 안내 예정”이라며 취소 이유를 밝혔다.
가수들의 개별 콘서트도 일부 취소됐다. 트롯 가수 장윤정은 30일 예정된 ‘2022 장윤정 라이브 콘서트’ 진주 공연을 약 3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장윤정은 이날 남편인 도경완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참사 소식을 접한 후 마음이 아프고 무거워 밤잠을 설쳤다”라며 “어제부터 진주에 와서 공연에 관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이번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이 공표되고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 경북 안동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TAK SHOW'를 진행할 예정이었던 트롯 가수 영탁 역시 공연 취소 공지를 냈다. 영탁 측은 "이번 참사로 인해 국가적으로 슬픔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아티스트 및 공연 기획사 측과 논의한 결과 와주신 여러분들께는 정말 죄송스럽지만 금일 콘서트는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11월 5일 자정까지를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그러나 애도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이 이후부터 연말까지 예정돼 있는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에 이전보다 더 엄격한 통제 지침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게 공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번 참사의 1차적인 원인을 인파 통제 컨트롤 타워 부재에서 찾고 있는 만큼 좁은 공간에 다수가 모일 가능성이 높은 공연장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1월 30일에는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마룬5(마룬파이브)의 서울 고척스카이돔 내한 공연도 예정돼 있어 안전 확보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11월 말부터 연말까지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콘서트로 여름을 이은 가수들의 두 번째 성수기다. 올해는 이 기간 동안 소극장부터 대규모 공연까지 일자 별로 300여 개의 콘서트가 열린다. 이 때문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는 소속사와 공연기획사에서도 관할 기관의 지침 변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말 공연이 예정된 한 가수 소속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절정이던 때 강화된 방역 지침에 따라 관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 열 감지 등을 위해 경호·관리 인력을 평소의 2배 이상으로 채용해 공연을 진행했었다”라며 “올해는 방역이 다소 느슨해졌다고 해도 아무래도 대형 참사 이후의 공연이기 때문에 이전만큼 관리 인력을 늘려 관객 안전 여부를 재확인받는 지침이 있지 않을까 싶어 세부 계획을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대참사는 지난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두고 약 10만 명의 인파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모이면서 발생했다. 10월 30일 오전 10시 기준 사망 151명, 부상 82명 등 총 233명의 사상자를 낸, 단일 사고 중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발생한 최다 인명피해 사고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