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투자 강화 계획 발표‧인력 확보 총력…2025년 표준화 논의 앞두고 기술 성과 홍보 활발
#‘꿈의 기술’ 6G 선점 위한 투자 잰걸음
6G는 ‘꿈의 기술’이라고 불린다. 이론상 최고 1Tbps(테라비트)의 속도를 내, 20Gbps(기가비트)인 5G의 최고 속도보다 50배 빠르다. 네트워크 지연 시간은 5G의 10분의 1 수준인 0.1ms(1000분의 1초)다. 5G가 지상에서만 통신 서비스가 가능했다면, 6G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지상 포함 공중 10km까지 서비스가 확대된다. 6G가 도입되면 초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IoT), AI(인공지능), 로봇 등을 더욱 정밀하게 서비스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는 차량 전장 산업에도 6G가 활용될 전망이다. 6G 상용화 시기는 2030년 즈음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6G 투자 강화 계획을 드러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바이오, 6G와 AI 등 신성장 IT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러한 신수종 사업을 기반으로 한 초격차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통신은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6G 연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같은 달 LG도 향후 5년간 106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 중 48조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G 관련 연구개발비가 포함된 기타부문의 올해 투자 계획치는 2조 6135억 원으로, 지난해(1조 5555억 원) 대비 68% 증가했다. 상반기까지는 1조 2458억 원의 투자금이 집행됐다.
양사의 6G를 향한 관심은 치열한 인력 확보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인텔과 퀄컴에서 5G 및 6G 연구를 맡은 권환준 부사장을 삼성전자 자체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 차세대 통신연구센터 담당임원으로 영입했다.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는 삼성전자가 6G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9년 신설한 조직이다. 서울대 전기전보공학부 교수로 17년간 재직한 최성현 부사장이 2019년부터 센터장으로 조직에 합류했고, 이동통신 분야 기술 표준화 전문가인 이주호 삼성전자 부사장도 이 조직에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김병훈 ICT기술센터 부사장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퀄컴 등에서 근무한 김 부사장은 통신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19년 카이스트와 ‘LG-KAIST 6G 연구센터’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센터장은 조동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맡고 있다.
#벌써부터 기술 성과 홍보 치열한 까닭
투자와 인력 확보를 통해 두 기업이 노리는 건 ‘6G 국제표준특허 채택’이다. 국제표준특허는 특허권리가 국제표준에 반영된 해외특허를 말한다. 국제표준특허를 이용하지 않으면 관련 제품 생산이 불가능해, 다른 기업들은 국제표준특허가 있는 기업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표준특허는 UN(국제연합) 산하 ICT 표준화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비전 및 목표를 제시하고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가 기술을 검증하고, 다시 ITU가 국제 표준을 최종 승인한다. 2025년부터 기술 표준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ITU는 내년 6G 기술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업이 미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더라도 비전에 맞게 기술을 보완하면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벌써 대외적으로 6G 기술 성과를 발표하고 나섰다. 자사의 후보기술이 6G 핵심기술로 인정받고 국제표준기술로 채택을 노리는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월 LG전자는 카이스트 등과 ‘6G 그랜드 서밋’을, 그에 앞서 5월 삼성전자는 ‘6G 포럼’을 처음 개최하고 6G 후보기술 성과를 발표했다. 특히 6G 통신의 후보 주파수 중 하나인 100~1000GHz(기가헤르츠) 대역의 테라헤르츠(THz) 및 서브 테라헤르츠(Sub-THz) 대역에서의 연구 성과를 일제히 내놓았다.
LG전자는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통신 신호를 실외 320m 거리까지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11월 1일 열린 ‘모바일 코리아 2022’에서 삼성전자는 서브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실내 30m 거리에서 13Gbps(기가비트퍼세컨드), 실외 330m에서는 1Gbps 속도를 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양사는 고주파 대역 이용가능지역 확대를 위한 기술에 관심이 많다. 직진성이 강한 특성을 가진 고주파 신호는 장애물을 넘기지 못해 전송범위가 짧다는 점이 한계로 꼽혀왔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메타물질 표면을 활용해 신호를 원하는 방향으로 투과‧반사되도록 제어하는 ‘재구성가능한 지능형 표면(RIS)’을 개발했다. LG전자는 송신 전력을 끌어올리는 ‘다채널 전력 증폭기’, ‘저잡음 수신 신호 증폭기’ 등을 개발했다. 또 양사는 AI를 통신에 활용하는 기술, 주파수 7~24GHz 대역의 어퍼-미드밴드 대역 연관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아직 6G 핵심기술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표준화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게 지금 단계에서는 중요하다. 현재는 테라헤르츠 기술, 오픈랜 등이 핵심 기술로 거론된다. 국제표준을 정할 때 기술력을 가장 우선시하지만, 기술력은 1, 2등으로 정확히 가르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논문과 포럼 등을 통해 자사의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되게끔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의 국제표준특허 등록 여부는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 관계자는 “표준 특허를 갖고 있지 않으면 다른 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해 상당히 불리하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어떤 제품을 만들었을 때 적자가 나지 않는 게 필수다. 상용화를 빨리하는 것보다도 국제표준특허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표준특허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술이 쓸모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보를 송신할 때는 표준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수신한 이후 가공하는 과정에서는 표준을 어기지 않고 기업이 더 잘할 방법이 있으면 자사의 기술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5G 선도 기술력을 근간으로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나 카이스트 등과 산학연 협력으로 연구를 진행해 기술력을 높이고 표준 기술로 제시하는 게 우리 기업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