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만 올인하면 삶에 찌든 모습 닮고 자기 인생 잘 살면 삶이 소중하다는 점 배워
부모가 자기 인생을 잘 사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이걸 잊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가 사랑해서 결혼 했죠. 그럼 부부가 행복하게 살면서 아이를 키우면 됩니다. 다시 말하면 부모가 중심이 되는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겁니다. 그럼 아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올인할 때보다 더 잘 자라게 됩니다.
요즈음 아이가 중심이 되어버린 가정이 많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아이를 잘 키우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아이 뒤치다꺼리하다가 인생이 사라져버린 부모도 너무나 많습니다. 마치 아이 키우기 위해서 결혼이라도 한 것처럼 아이를 상전처럼 받들어 모시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더 잘 자랄까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아이는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배우기에 자신을 오래 대하는 부모를 닮습니다. 부모가 행복하게 살면 아이도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배우고, 부모가 자존감 있게 살아가면 아이도 자존감 있는 아이로 자랍니다. 아이 키우는 데만 올인하면 아무리 열심히 대단한 것을 가르쳐도 정작 아이는 육아에 찌들고 삶에 찌든 부모의 모습을 닮습니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점이 있죠. 그럼 그런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부모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게 훨씬 더 쉽고 편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아이에게 하라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럼 내 인생을 잘 살면서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별한 거 없습니다. 부모가 가정이란 틀 속에서 행복한 일상을 살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또한 부모의 권위와 가정의 위계질서를 세우고 규칙을 만든 다음 아이의 한계를 명확하게 정해주고 무조건 지키게 하세요. 아이에게 주어진 한계 내에서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게 내버려두시면 됩니다. 물론 여기에 교양 있는 부모의 적당한 배려가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더 많이 해줘야할지 고민하지 말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살아가는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면 됩니다. 이를 통해서 아이에게 인생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육아가 제일 쉽고 바람직합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입니다. 아이가 바르게 자랄 수 있을지를 항상 부모 기준으로 생각하는 게 아이를 쉽고 재미있고 바르게 키우는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모든 걸 해줄 생각은 하지 마세요. 행복하게 사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팀에 끼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러는 와중에 가족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이 생겨납니다. 그럼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가족에 대한 애착이 형성됩니다. 부모도 아이 키우기 쉬워지고 아이도 바르게 잘 자랍니다. 부모가 자기 인생을 잘 살아야 아이도 자신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점을 배웁니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정훈은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교육이사,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모유수유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하정훈소아과의원 원장이다. 베스트셀러 육아지침서이자 육아교과서라 불리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기도 하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